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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Oct 12. 2023

10월 10일

점심 식사 후, MBC 드라마 <연인> 시청했다. 남궁민이 출연하는 드라마라면 봐도 좋겠다고 생각해오다 본격적으로 보기로 한 게 며칠 되었다. 배경은 병자호란 시대. 당시에 통용되는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 “의병? 아니오. 나는 피난을 가려하오. 왕이 백성을 구하려 하지 않는데, 왜 백성이 왕을 구하려 하오?” 그러나 왕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병으로 나가는 이들, 마을에 남은 사람을, 가련한 사람들을 그냥 놔둘 수 없어  걸음을 옮기고 몸을 던지는 사람. 대의가 아니라 그저 사람들을 아끼는 그 사람 이장현(남궁민)에게 절로 마음이 끌린다.


레미제라블 읽고 쓰기 모임 13회. 김ㅇ주 선생님이 써온 글 “ (…) 나는 사람의 목숨이 중요하다. (…) ”을 읽다가, 자연스럽게 드라마 연인으로 대화가 이어졌다. 조용히 최선을 다해 싸우고 적진으로 들어가 고초를 당하며 나라를 위기에서 건지고도, 강화 땅에 버려졌다가 스스로 살아난 이장현. 위고가 1802년 6월 5, 6일의 주인공들로 그려낸 레미제라블들과 흡사하기에. 조선 병자호란 그 시대의 레미제라블.

 

“과연 그 시대 그런 사람이 있었을까요?”

“드러나지 않았지만, 당연히 있지 않았을까요?”


시대와 동떨어진 앞선 생각들을 한 사람들이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있었을 테지만, 그런 이들은 드러나지 않는다.


마리우스와 코제트, 아직은 어린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 김ㅇ주 선생님이 한 말에, 그다음에는 이ㅇ진 편집장, 그다음엔 유ㅇ희 선생님이 한 말을 따라 마리우스에 대한 나의 인상이 달라진다. 누구와 같이 있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생각이 춤을 춘다. 김ㅇ주 선생님이 그랬다. 처음과 다르게 읽다 보면 다 이해하고 수용하게 된다고. 동시에 지난날의 부족하기만 했던 자신까지 수용하며 마음이 편해졌다고. 그래서 좋은 책 같다고. 허ㅇ욱  목사님도 그렇다고 했고. 오늘 뒤늦은 생각들을 이어가며 섣부르게 작중 인물을, 또 누군가를 판단하는 나를 나도 수용한다. 성(性)이 다르고, 나이와 성장 배경, 그리고 현재 처한 상황이 다른 이들끼리 서로의 생각들에 귀와 마음을 열어가며 넓혀가는 모임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있다.

오랜만에 모임에 참여하는 6명이 완전체로 다 모였고 함께 이른 저녁과 차를 마셨다. 8시쯤 집에 돌아오니 남편이 혼자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는 중이었다.


작은딸과 사위가 함께 의논하며 써 보낸 사기 건에 대한 고소장을 읽었는지, 아이들에게 응답했는지 물었다. 한번 보기는 했는데, 아직 아이들에게 응답하지 않았다.

‘왜 저렇게 행동하지?’, 속으로 화가 났다.


“애들이 그거 쓰는 게 쉬운 일이 아니야. 그럼 그에 대해 매너가 있어야지. 무례한 거야.”

“대충 읽어봤어. 뭐가 부족한 게 있는 것 같아서, 너무 간단해서 생각 중이야.”

“간략해야 해. 쓸데없는 말 복잡하게 쓰면 읽어보기도 싫은 글이 돼. 그리고 아무튼 그러면 그렇다고 답을 해야 하잖아. 10월 안으로 고소장 접수하자고 하잖아.”

“꼭 10월에 해야 하나?”

“시작은 빨리해놓아야지. 이후 진행은 늦어지더라도. 그래야 애들도 신경을 다른 데 쓸 수 있지.”

“내가 심신이 예전과 달라. 더는 신경 안 쓰고 싶어. 그만둬버릴까 싶기도 하고 마음이 복잡해.”

“그렇다면 더 편한 마음으로 해볼 수 있지. 더구나 아이들이 함께라면.”


이전과는 다른 행동 패턴이라는 생각에 이르고 걱정이 된다. 내가 지나치게 예민한 걸까? 아주 미미하게 남편의 인지 기능에 변화를 느끼곤 했다. 혹 인지 기능 저하가 진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걱정인데, 검사를 해야 하는 건 아닐지. 그 사람의 성격으로는 그걸 인정하지 않을 것 같다. 나와 남편에게도 치매와 같은 일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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