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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Oct 15. 2023

10월 11일

10시 수영장에서 나왔는데, 카톡! “내 마음이야” 라는 메시지와 함께 카톡으로 선물 콘드로이친이 도착했다.  작은딸이 보낸 것이다.

아이들 수입이 많지 않으니, 경제적 부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이런 선물을 기꺼이 받는다.

“뭐야? 고맙게 시리”

“내가 ^#^^*이지만, 엄마를 0순위나 1순위로 사랑해”

잠시 사위가 생각났다. ‘사위야! 부모를 향한 사랑은 연인, 아내 남편 사랑과는 전혀 별개다. 전혀 다른 라인에 있는 거란다.’      


요즘 약해져있는 남편이 걱정이다. 불만이 많았지만, 온전히 내 그늘이 되어주었던 사람이다. 이제까지 나 혼자 힘들었던 관계를 생각했지. 그가 혼자 짊어지고 왔던 그 짐의 무게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남편에게 기억하는 대로 어릴 때부터의 기억을 더듬어 생을 기록해보라고 권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꿀꺽 삼켰을 이야기를 쓰는 건 우리 나이에 가장 중요한 일이 될지 모른다. 기록하며 그때의 자신을 만나며 스스로 치유할 기회일 듯하다. 남편이 그렇게 남은 시간을 자신과 마주하면 좋겠다.     

남편과 산책을 하고 스벅 쿠폰으로 저녁 끼니를 해결했다. 샌드위치와 커피, 그리고 우유. 집에 돌아와 함께 지나간 드라마 <연인> 1부를 시청한 후, 남편이 9시 뉴스를 시청하는 시간 나는 도토리묵을 쒔다. 남편과 함께 뉴스를 보는 건 불가하다. 그는 TV. Chosun 의 뉴스를 본다.           


어제 <레미제라블>독서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가 내 안에서 계속 이어진다. 내가 모질게 이야기했던 그랑테르. 그가 그렇게 좋아했던 앙졸라와 그 친구들이 죽은 이후 그가 겪었을지도 모르는 그의 고통, 혹은 그 자신이 아니고서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변화일 수도 있겠다. 독서모임 멤버 허ㅇ욱 목사님의 생각처럼, 누구의 시선도 정확하지 않고 누구도 누군가의 내면을 살피지 못한다. 한때 그랑테르처럼 장광설을 풀어낼 만한 아무것도 내면에 없어, 정리 불가한 내면으로 멍~하게 지냈던 내 과거가 떠올랐다. 단 한 번도 생각지 않았던 말 “나? 글을 쓰고 싶어.”라고 친구에게 말하면서, 글을 쓰면 내 안에 있는 것을 비로소 풀어갈 수 있고, 그래서 나를 알고, 내가 살아갈 길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바로 그래서였다는 사실도.

사람은 복잡하다. 그리고 그 복잡한 사람을 사랑하는 존재가 인간 아니던가. 사랑에는 위험이 동반된다고 한 보스턴 칼리지 리처드 키니 교수의 말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혹 위험할 수 있지만, 그랑테르를, 그리고 사랑하기에는 위험한 어떤 사람들을 쉽게 판단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랑테르씨 죄송합니다.   


"사랑에는 위험이 동반됩니다. 온갖 종류의 미친 사랑이 있을 수 있습니다. 중독된 사랑이나 포르노적인 것, 마조히즘과 사디즘도 있겠고요. (중략) 우리는 미리엘 주교처럼 할 수도 있습니다. 장발장처럼 한 사람이 범죄자로 규정되고, 그가 음식과 물 만이 아니라 은으로 장식도 훔치지만, 그 사람이 그리스도가 될 수 있다고 상상하며 그를 믿기 때문에 나는 그에게 선물을 줄 수 있다고 여깁니다. 이는 분명 유효한 일일 수 있습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요. 장발장이 다시 돌아와 내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삶은 위험하며 사랑도 위험 가운데 있습니다. 그렇지만 때때로 노출이 필요하지요."

(<복음과 상황> 395호. 8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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