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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Oct 25. 2023

10월 23일

누군가 돌아가셨다. 아마도 아버지인가보다. 엄마를 부드럽게 꼭 안아드렸다. 그리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렸다. “엄마. 나 갈게. 잘 추슬러야 해~” 엄마가 슬픈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왜 엄마를 그렇게 놔두고 왔을까? 후회했다.

눈을 떠보니 꿈이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게 벌써 4년 5개월이다. 그렇게 남겨두고 온 것이 슬프지만, 엄마를 안았던 감각이 생생하다. 그 감각을 잊고 싶지 않다. 생각해보니, 혹시 엄마 생신인가? 싶어 검색하니, 엄마 생신은 11월 7일이다.




그저 먹고 노는 날들의 연속이다. (나는 왜 책을 읽고 쓰는 일에 대해 노는 일로만 생각할까? 몸으로 하는 일이 없는 내가 세상에 미안하다)

S 언니가 모처럼 손주를 보지 않는 날이라고, 집에 와 점심을 먹으라고 나와 L 언니를 초대했다. 나와 S 언니, L 언니가 모두 나물 반찬 등 채소를 좋아한다. 늘 그렇지만 S 언니의 상차림이 오늘도 대단하다. 갓 지은 밥은 기본이고 비지찌개와 청국장, 찌개만 두 가지다. 게다가 시레기, 곤드레, 죽순, 고구마줄기, 감자조림, 콩나물, 더덕, 무생채, 상추와 오이무침이 식탁에 펼쳐졌다. 볶은 나물들과 함께 생으로 무친 나물을 더해 입맛을 깔끔하게 했다. 고추장과 들기름을 청해 비벼 먹었다. 워낙 좋아하는 반찬들이고,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아, 그 수북한 나물들을 다 먹어치웠다. 집에 올 때는 나를 위해 담근 무청 김치, 집된장, 곤드레나물과 시레기나물까지 싸들고 왔다. 대단한 복을 누리고 있다.

나이 70을 바라보는 나라는 여자가 S와 L 언니 덕분에 호박잎 쌈도 만들 줄 알게 됐다고, SㆍL 언니가 웃는다.

집에 돌아와 생각한다. ‘나물이란 게 어쩌면 이리도 종류가 많을까!’ 이 많은 나물은 어릴 적 엄마가 해줬던 나물과 별로 겹치지 않는다. 나고 자란 지역과 식성이 다르고,  어쩌면 세월이 흐름 속에 사라진 것들도 많겠다 싶다.




한동안 페북 활동을 하지 않았다. 마음이 조용하고 나로서는 마음이 차분해지는 날들이 지나갔다. 당분간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면 그동안 페친들이 그러려니 하고 있을 텐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 있어 아무 말 없이 페북 활동을 하지 않았다. 이ㅇ식 대표가 궁금한지 잘 지내냐고 안부를 물어왔다. 그동안 말을 많이 해서 당분간 조용히 지내겠다고 말했지만 무슨 일이 있나? 궁금해할 것이다. 결국, 책과 음식 대접 등 선물을 받고 감사 표시를 위해 페북에 등장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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