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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Nov 18. 2023

11월 12일

11월 12일

도서관에서 꼭 읽고 싶은 기독교의 좋은 책을 검색하면 찾기 힘들다. 대체로 도서신청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종교를 삶의 영역 전반이 아닌 극히 지엽적으로 다루는 종교인들의 책임, 내세적 신앙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안타깝다.




오늘 몇몇 분이 모였다.  참 중요한 말들이  오갔다. 한 분이 청소업체를 운영하며 목회하는 목사님께 목회의 동력을 물었다. 힘든데도 불구하고, 굳이 목회를 이어가는 이유를. 무례한 질문이라 생각하지만, 그 자리에서 꼭 던지고 싶었단다. 분명 자신이 갖지 못한 답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이 들었단다. 그 목사님은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질문한 분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만큼 멋진 대답도 없다고 했다.

실은 나도 그 순간 진실한 답이라고 느꼈다. 너무 확신에 차 움직이고 말하는 사람을 나는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힘이 듦에도, 그래도, 그분이 목회를 하도록 하는 어떤 원동력이 영성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떤 일이 쉽지는 않지만 그만두지 못하고 기꺼이 할 만큼 기쁨을 주기에 (엔도의 표현을 빌리자면 괴로운 즐거움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속하게 된다면, 바로 그렇게 할 수 있게 하는 그 힘이 영성이라고. 이 영성이란 소명과도 관련된 것이라고. 늘 좋아서 하는 게 아니지만, 손에서 놓을 수 없을 만큼 기꺼이 하게 되는 바로 그 일은 소명이라고.

기독교의 입장으로 말한다면, 성경에 기록된 '배에서 흘러나오는 생수'가 영성이랄까! 절로 흘러나오는 생수, 배에서 흘러나오는 생수의 힘으로, 어쩌면 그가 타고난 재능을 기꺼이 발휘하게 할 수  있겠다.

이때 한 사람이 가장  자기다운 모습, 자기가 가진 재능으로  예수 그리스도처럼 살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삶! 배제와 혐오가 아닌 사랑의 삶을.

굳이 기독교라는 종교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그런 영성과 타고난 소질, 소명이 있을 것이다.




새로 모임에 합류한 분들이 있으니 유익이 있다. 폐쇄된 모임은 이야기 소재에 한계가 있지만, 새로운 이들이 모이면 그만큼 이야기가 풍부하고 다양한 시각이 생긴다. 새로 모임에 참석한 분과 차로 함께 이동하면서 차 안에서 나눈 이야기도 그동안 저변에 깔려있지만 표현되지 못했던 소재들을 불러냈다.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들, 주제에 따라 사람을 가르는 대신,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갖는 다양한 특질, 그야말로 한 사람 한 사람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는.

예를 들면, 세상에는 동성애자와 이성애자가 있고, 남자와 여자가 있어 그런 존재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A라는 사람, B라는 사람, 혹은 C, D,E....  라는 수없이 다양한 사람이 있어서 그들이 갖는 독특함이 세상을 이루고 있다고.

지금은 우리가 볼 수 없는 공룡과 같은 것을 상상하고 그것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상상력이 우리 인간의 아름다움과 가능성 아닐까! 그런 상상력으로 우리 자신이 아닌 다른 이와 다른 생물체들을 이해하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호스트인 두 분의 배려와 수고로 배와 머리와 감성을 포식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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