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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Nov 26. 2023

11월 22인ㆍ

핸드폰을 쓰지 않았다. 바테리가 너무 빨리 닳을 것이다. 갖고 간 메모수첩에 쓴 일기를 집에 돌아와 한꺼번에 정리해 올리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매일 글을 쓰는 것도, 공유 공간에 올리는 일도 쉬운 게 아니다.

 

11월 22일

딱 세 번 자유여행을 했다. 1993년 남편이 연수차 일본에 있을 때였고, 작은딸과 대만에 갔고, 대학생들과 상해에 간 게 전부다. 보기 좋은 곳을 찾아다니지 않았지만, 그때의 거리, 그때의 기억이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그곳 사람들의 인상, 그곳만의 거리와 문화. 그러나 패키지 관광이 자유여행보다 꼭 나쁜 건 아니다. 알지 못하는 사실들을 알려준다. 이번 가이드가 일본인의 건강 비결에 대해 한 말이 인상적이다. 건강 비결 7~8위가 ‘종교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이란다. 충분히 이해가 갔다. 서로를 분리 배척하고 때로 누군가를 혐오로 몰아가는 게, 얼핏 생각하면 자연스럽고 쉽게 여겨지지만, 실은 그 마음에 늘 자신과 대상에게 응어리와 스트레스를 주는 법이다. 사고의 제약을 받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이 종교를 왜곡시킨 결과다.

더 넓은 마음으로 가 없는 조물주를 향해, 그리고 세상 사람들과 생명에게 생각을 열어놓으면 한다.




이번 여행은 도쿄 시내와 하코네다. 그런 만큼 도쿄 시내를 활보할 시간이 좀 있었다. 길도 잠시 잃어보고, 쇼핑도 좀 했다. 나는 온열 안대를 싼 가역에 샀고 친구는 반테린 파스를 샀다. 반테린 파스를 듣고 그곳 무릎 보호대를 찾았다. ‘무릎 보호대’를 뭐라 할지 모르겠다. 반테린 코와라고 말한 뒤 내 무릎을 탁탁 쳤더니 마로 점원이 알아듣는다. 품목을 말할 수 있으면, 그 품목을 말하고 “where?”를 하면 된다. 이곳에서 한 달 정도 살면 웬만큼 살아갈 만하겠다고 생각했다.

여행이 아니더라도 관광도 나쁘지 않다. 앞으로는 굳이 여행할 수 없는 나를 작게 여기기보다 할 수 있는 한 관광이라도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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