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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Dec 03. 2023

12월 3일

<책과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사람들과 살아가는 하루들>

지금 쓰고 있는 일기 에세이의 가제다. 책으로 내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그래서 얼마 전, 낮에는 옷가게에서 판매원이거나, 프리랜서로 글을 쓰거나 하며, 글을 쓸 때는 삼프레스 발행인이라고 소개하는 1인 출판사 대표 작은딸에게 딸에게 카톡을 보냈다.


“엄마가 만일 출판사에 투고해서 책을 내려고 하는데, 만일 그게 되지 않으면 네 출판사에서 내 책을 낼 수 있게 해주마. ”

“내가 생각해보지,”

“그런데 아마 너희 출판사에서 낼 기회는 없을 듯해.”

“그래? 그거 아주 건강한 정신이군.”




며칠 전 한 지인이 할머니의 죽음 앞에서 조금은 어색하고 당황한 듯한 느낌을 전해왔고, 어제는 장례치른 짤막한 소감을 보내왔다. 92년의 삶을 사셨고, 10년간 혈액암으로 고생하셨으며, 죽음을 예견하시고 준비했다는 내용과 함께. '준비한 죽음', '준비된 죽음', '가족 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죽음을 늘 생각하면서도, 늘 여전히 모르는 게 죽음이다. 아직은 나이가 젊어 그런가 보다. 죽음을 코앞에 두고서나 가능할까. 그럼에도 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산다.

문득 내가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쓰고 있는 일기 에세이는 분명 아이들에게 혹은 남편을 포함한 가족에게 공유 가능한 유품일 텐데, 이 유품이 사장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나, 아이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느닷없긴 하지만, 우리는 한 치 앞도 못 내다보는 인생이니. 엄마는 요즘 일기 에세이를 쓰고 있는데, 가능하면 출판하려고. 그건 아마 이미 쓴 두 책과 함께 너희들에게 남기는 공유 가능한 엄마의 유품일 거야. 그런데 그리되지 못할 수도 있으니 말이지. 미리 말해 놓는단다. 엄마 컴퓨터 바탕화면에 <책과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사람들과 살아가는 하루들>이라는 제목으로 저장되어있고, 일부는 브런치와 블로그에 올렸어. 죽음을 생각하다가, 죽음을 준비하며, 문득 알려 놓아야 할 것 같아서. ㅎㅎ”


아이들이 방정맞은 소리 한다고 펄쩍 뛸까 봐 걱정했는데, 아이들이 잘 받아들인다.


“에잇!!! 울 애들 애 날 때까지 건강히 살어라.”

“그래 애덜 애날 때까정 살아야지. 난 애도 없는디 엄빠 죽으면 워쩐다냐.”


 말은 그렇게 마음을 비운 듯하지만, <책과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사람들과 살아가는 하루들>을 꼭 책으로 내고 싶다.

11월 28일 <레미제라블>을 16회에 걸쳐 읽고 16개의 글을 씀으로 마무리한 다음 <레미제라블> 총편을 쓰고  이제까지 써놓은 글들을 다듬으려 했는데,  총편을 쓰지 못했고, 게으른 데다 오래 앉아있지 못하는 내가 과연 그걸 다듬으면서 동시에 일기 에세이의 후속편을 써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선뜻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더라고 올 해 안으로는 시작해야지 다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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