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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Dec 07. 2023

12월 8일

어제, 고 김용균 씨 사고와 관련해, 대법원이 원청업체와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는 소식에 이어 오늘은 성 소수자 인권 보호 활동을 이유로 종교재판에 넘겨진 이동환 목사가 출교를 당했다. 교단이 내리는 최고 수준 징계다. 재판위원회는 이 목사가 성 소수자 축복식 등 동성애를 옹호한 것이 감리회 내부 규칙인 ‘교리와 장정’의 제3조 8항(동성애 찬성 및 동조)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재판위원회는 교회 모함과 인권단체 개설에 대해서는 무죄로 봤다. 오로지 동성애 옹호만을 이유로 출교라는 최고 수준 징계를 내린 것이다.

이 목사는 또 “오늘의 판결은 마땅히 분노할 만한 일이나 증오와 미움에 마음을 쏟지 말자.”라며 “절망과 낙심으로 자신을 파괴하지 말고, 오늘 판결에 냉소하는 대신 함께 꿈을 꾸자”라고 했다. 이 목사는 향후 종교재판 항소와 사회재판에서 징계 무효 소송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인천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았던 이혜은 씨에 의하면 2회 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진행한 것은 1회 축제 때 있었던 교회의 폭력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 목사는 교회의 잘못을 덮고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었다.




오늘 아침에는 <쇠얀 키에르케고어>(매튜 D 커크패트릭

비아)를 들고 나왔다. 조금씩 아껴 읽는 책이다. 최근 읽은 책들과 함께, 특히 랍비 조너선 섹스, 키에르케고어, 엔도의 사유에 빚진 내 사유는 이렇다. 성경은 결코 쉽게, 그저 누군가가 가르쳐주는 어떤 말로 이해할 수 없다. ​깨닫지 못한 순종(과연 순종이란 또 뭔가? 가능하기나 한 건가?)이라는 것은 없으며, 깨달은 후의 순종이라는 것도, 단독자와 하나님 사이, 독립된 개체 간의 성숙한 상호 의존 관계에서 일어나는 긴장과 그 안에서 결국 일어나는 행함인 것이다.

듣기만 기다리며 움직인 노아가 있다. 그는 하나님으로부터 칭찬받았지만, 그저 어리다. 그와는 달리, 아브라함은 실수–과연 실수라고 할지 모르겠다-를 했을지 모르지만, 듣기도 묻기도 하며 그 앞에서 단독자가 되어 하나님과 대면하며 자율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선택했다. 그는 성숙했다. 전통은 중요하겠지만, 그 정통이란 건 결코 단독자들의 신을 다 담아낼 수 없다. 단독자들의 신은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윤리, 전통적인 신의 가르침을 초월한다.




도대체 오늘 교회라는 조직이 준거해 움직이는 그 기준이란 무엇인가? 성 수자를 비롯해 소수자들의 인권과 그를 위해 활동하는 목사 개인의 행위를 무엇으로 판단해 출교시키는가?

십자가에 양팔 벌리고 매달린 초라하고 볼품없는 그 사내, 고통받는 이들 옆에서 말없이 그들과 함께 있던 그 사내를 과연 이동환 목사를 출교시킨 이들은 알고 있나?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과 혐오를 당하는 이들 곁에서 그들을 위로하듯 바라보는 그 사내를 과연 안 적이 있던가? 그들은 신앙을 가졌을까 아니면 정치를 하는 걸까! 이동환 목사를 출교시킨 무리는 한결같이 당시 예수라는 사내를 십자가에 매닮으로 출교시킨 그 무리와 너무 닮은 듯하다.


"주님에게는 그때 조직이 없었고 가야파에게는 조직이 있었지. 조직을 지키는 자는 늘 가야파와 마찬가지로 -대다수를 지키기 위해서는 한 사람을 버리는 것이 어쩔 수 없다- 그렇게 말할 거네. 주님을 믿고 있는 우리도 교단을 만들어 조직을 가진 순간부터 대제사장 가야파의 입장이 되고 말았지. 성 베드로조차도 교단을 지키기 위해 동료였던 스테파노가 투석형으로 죽임을 당하는 걸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_<사무라이>(엔도 슈사쿠

뮤진트리). 368


그런데 그 대다수란 누구이며, 대다수를 지키는 건 무엇을 위함일까?


“그분의 생애가 그랬습니다. 그분은 한 번도 마음이 교만한 자 풍족한 자의 집에는 가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은 추한 자 비참한 자 가엾은 자만을 찾으셨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나라에서는 주교도 사제도 마음이 부유하고 흡족해 있습니다. 그분이 찾던 사람의 모습이 아니게 되었지요.”_ <사무라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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