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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Dec 09. 2023

12월 9일

11월 28일, 16회에 걸쳐 <레미제라블> 읽고 쓰기를 마쳤다. 읽기를 마쳤으니 17회 쓰기로는 <레미제라블> 전체에 대한 소감을 써야 할 것 같았지만 그 내용과 주제가 하도 많아 이제껏 미뤄왔지만 아무래도 정리를 하긴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함께 읽은 시간이 예상보다 귀했다. 여럿이 함께 읽은 덕분에 소설의 저자 위고에 대해, 시대 상황에 대해, 등장인물들에 대해 입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참가자가 다양했다. 20대, 30대, 40대와 60대가 어우러졌다. 대학을 갓 졸업한 분, 기자와 편집자, 정년 퇴임한 교사, 현직 목사와  할머니 작가,  여자 세 분과 남자 세 분이다. 서로 다른 분들인 만큼 각 권 각 장에서 같은 듯 다른, 나이다운, 직업과 전공다운 시각으로 서로의 생각을 보완하며 각자 생각의 크기를 키울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다음 시즌을 이어가기로 했으며, 폐쇄된 모임은 시각을 가두니만큼 모든 참여자가 새로운 분들을 초대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엔도 슈사쿠의 작품으로 <예수의 생애>와 <그리스도의 탄생>이 있다. 책의 제목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그 책을 읽으며 생각한 건, 애초에 신의 아들 아닌, 사람의 아들 예수를 생각했고, 바로 사람의 아들이 구원자 그리스도가 되는 과정을 생각했다. 엔도의 예수에 대한 인식을 그렇게 해석했다. <레미제라블>을 읽으며 그 작품과 작품 제목에 대한 내 해석을 떠올렸다.

레미제라블 예수가 신을 찾았다. 신을 믿는 공동체를 만났다. 그리고 광야도 만났다. 그리고 신지식을 만들어가고 완성해갔다. 그를 보고 그의 뒤를 따른 제자들이 이어졌다. <레미제라블>에서는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미리엘 신부는 올바른 사람이 되었다. 그의 선행과 됨됨이가 기존의 신부들과 다르다. 부당한 법으로 지나친 형벌을 받아 전과자가 되었고 마침내 출옥한 장발장이 올바른 사람 미리엘을 만난다. 그는 이전과 놀랍도록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 전과자라는 타이틀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장발장은 거주지를 벗어난, 새로 짊어진 죄목으로 죽는 순간까지 평생 이름을 바꿔가며 계속 쫓기는 삶을 살아간다. 많은 사람을 살렸음에도 모질고 고된 삶을 살아온 그가 삶의 마지막까지 오해를 받고 죽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는 하나님을 찬양한다. 예수를 만난 미리엘 신부가, 미리엘 신부를 만난 장발장이,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이들이, 33년을 살다가 떠난 예수보다 짧거나 혹은 아주 긴, 예수를 닮은 삶을 살았거나 살고 있다. 레미제라블 장발장은 이제 예수와 미리엘 신부 앞에서 죽음을 마주한다. 결국은 마리우스와 코제트를 만나, 그들에게 받아들여지면서, 웃음을 간직하고. 그는 충분히 만족한다. 후대의 행복을 기대하며.




<레미제라블>에 대해,  나는 엔도가 예수에 대해 잘 썼듯, <가련한 장발장의 생애>와 <위대한 순교자 장발장의 탄생>이라는 부제를 붙이고 싶다. 내 식으로 이해한다면, 빅토르 위고는 “신은 옳다. 그런데 왜 세상에는 그리 레미제라블이 많은가? 신지식이 잘못되어 있어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이곳, 다양한 삶의 영역,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문명, 교육, 법, 종교 등 어느 한 곳 왜곡되어있지 않은 곳이 없다. 절대적으로 평등해야 할 인간 안에 위계질서가 생기고, 그로 인해 모든 사람이 레미제라블이 된다. 신분이 높건 낮건, 그가 인식하건 하지 못하건, 자의건 그렇지 않건 모든 이가 레미제라블이다.”라고 <레미제라블>에서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너무 간결하다. 너무 간결해서 어떤 이들이, ‘오직 예수’, ‘오직 성경’, ‘오직 믿음’, ‘오직 교회’라고 함으로써, 그 안에 있어야 할 허다한 것들을 간단히 제거함으로써 예수를, 신앙을 왜곡한 것같이 <레미제라블>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것이다.




<레미제라블>은 5권, 48장, 그 안의 작은 368장, 총 2489p로 구성되어 있다. 368장 각각 독립적으로 단편소설이거나, 중편소설이거나, 짧은 장편소설이라 할 수 있을 만하다.

<1권> 8장/ 그리고 8장 안의 74개의 작은 장/ 521p

1장 올바른 사람, 2장 추락, 3장 1817년에, 4장 위탁은 때로 버림이다, 5장 하강, 6장 자베르

7장 샹마티외 사건, 8장 반격

<2권> 8장/ 그 8장 안의 작은 75장/ 456p

1장 워털루, 2장 군함 오리옹, 3장 고인과 한 약속의 이행, 4장 고르보의 누옥, 5장 어둠 속 사냥에 소리 없는 사냥개 떼, 6장 프티 픽퓌스, 7장 여담, 8장 묘지는 주는 것을 취한다

<3권> 8장/ 그 8장 안의 작은 76장/ 420p

1장 파리의 미분자, 2장 위대한 브르주아, 3장 할아버지와 손자, 4장 ABC의 벗들, 5장 불행의 효험, 6장 두 별의 접촉, 7장 파트롱 미네트, 8장 악독한 가난뱅이

<4권> 15장/ 그 15장 안의 작은 76장/ 590p

1장 몇 쪽의 역사, 2장 에포닌 3장 플뤼메 거리의 집, 4장 아래에서의 구원이 위에서의 구원이 될 수 있다, 5장 시종이 같지 않다, 6장 어린 가브로슈, 7장 곁말, 8장 환희와 비탄, 9장 그들은 어디로 가나, 10장 1832년 6월 5일, 11장 폭풍과 친해지는 미미한 존재, 12장 코랭트 주점, 13장 마리우스가 어둠 속으로 들어가다, 14장 장엄한 절망, 15장 옴므 아르메 거리

<5권> 9장/ 그 안의 작은 67장/ 502p

1장 시가전, 2장 거대한 하수의 내장, 3장 진창, 그러나 넋, 4장 탈선한 자베르, 5장 손자와 할아버지, 6장 뜬 눈으로 새운 밤, 7장 고배의 마지막 한 모금, 8장 황혼의 쇠퇴, 9장 마지막 어둠, 마지막 새벽

목차가 말해주듯, 올바른 사람, 법과 경찰과 억울한 재판을 받는 사람, 나폴레옹과 워털루 전쟁, 전쟁의 비참함, 군함, 버림받은 여자와 아이들, 수도원과 교육, 묘지, 파리와 파리의 건달, 브르주아, 불행의 효험, 남녀의 사랑, 지하의 악당들과 가난뱅이, 몇 쪽의 역사, 구원, 곁말, 1832년 6월 5일의 폭동, 주점, 하수도, 가족관계, 양심, 왕, 진보, 혁명, 반란 등등의 셀 수 없는 많은 소재가 들어있다.

신앙 안에 이 많은 삶의 소재들이 다 있어야 함에도 그것들을 놓치고 지나치게 단순화함으로 예수가 마침내 이르게 된 신지식에 도달하지 못하고, 도리어 예수의 삶과 정반대로, 예수가 사랑한 삶과 사람들을 거절한다. 위고 당 시대가 그렇고 오늘이 그렇다.

‘오직 예수’, ‘오직 성경’, ‘오직 믿음’, ‘오직 교회’에 매몰되지 말고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온 세상을 두루 생각하는 삶을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처음 작품에 대해 잘 모르고 읽으면서, 마치 성경을 읽는 것 같이 느낀 이유를 알 것 같다.

처음 작품에 대해 너무 감동해서 결점을 모르고 읽었지만, 문학을 전공한 분의 비판적 읽기의 도움도 받고, 다른 분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기에, 시대의 한계, 작가라는 한 사람의 한계까지 이해하며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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