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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Dec 25. 2023

12월 25일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에 대한 반응을 알아내기 위해 20세기 문학 작품들을 뒤적이는 건 쓸데없는 짓이라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요즘 소설들은 정말 아무런 자료도 제공해주지 못해요. 그 책들은 너무 개인과 정체성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우리에게 이런 문제들을 바라보는 그 어떤 시각도 제공해주지 못합니다.” -아미타브 고시(<대 혼란의 시대:기후 위기는 문화의 위기이자 상상력의 위기다>의 저자) <고전을 만나는 시간>(앨런 제이콥스|미래의창) 서론 중에서. 23.

______


오늘날 많은 책, 누군가는 ‘감정팔이’ 책이라고 말하는 그런 부류의 책들에 흥미가 없는 이유를 생각하게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항상 연결되어있어야 한다는 ‘현대의 강박’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 (20)

너무 연결되어있으면 자신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한 다른 사람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도록 내몰리는 현상. (20)


과연, "문화의 위기이자 상상력의 위기"

과거로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관계불안’, 강박에서 벗어나 ‘초점 변화’를.

자연, 시간적 여유와 사유, 낯선 나라의 다른 삶에 대한 인식이 주는 자극과 해방.

순간의 충동들에 복종하지 않음. (21)




이미 읽은 19세기의 작품 <레미제라블>, 혹은 다른 그룹이 읽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은 크게 오래된 책은 아닐지라도(?), 과연 현재 경험하는 집착에서 우리를 끌어냈을까? 그렇다면 어떤 면에서? 어떻게? 어느 정도?


함께 책을 읽는 동안, 강동석 기자님이 <프랑스 혁명사는 논쟁 중>이라는 책이 있고 흥미롭다는 말을 했는데, '진보'에 대해 생각하며, 이 책의 제목이 내게도 점점 흥미로워진다.(이 점에 대해서는 다음에 읽을 <이방인>을 이해하기 위해 <알베르 카뮈>를 읽으면서부터도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나와 우리의 과제는?' 하고  묻는다.

우리의 관심을 '현재 문제' 아닌, '주요 문제'로 옮겨야 한다.

(아주 작게는 '생활에 대한 관심에서 삶에 대한 관심'으로 라는 표현도 괜찮을까?)

현재에 매몰되지 않게, 현재와 떨어져, 큰 그림을 보려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우리가 읽는 책을 바꿔야, 혹은 영역을 넓히던!


읽기 쉬운 책은 아닐 듯하다.

그럴수록 서론을 천천히, 신중하게, 할 수 있는 사유를 더해가며 읽는다.


그리고 오늘 '그야말로 위대한 고전인 성경을 해석하는 설교는?

소위 큐티 방식은?' 묻다가, 문득 막심 고리끼의 소설 <어머니>가 떠오른다.

"어머니란  어떤 존재인가?"

노동자였던 아들이라는 존재로 인해, 세상 모든 노동자의 어머니가 된다. 어머니란 그런 가능성을 지닌 존재다. 오늘처럼, 내 아이의 대학 진학과 출세에 열을 내는 존재로 제한되지 않는 존재. 존재의 근원에  대한 해석!


노동자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모든 가난하고 소외되어 억압받는 이들의 곁이 되어주는 신과 예수로 까지, 생각이 이어진다.


어제 읽은  <어떻게 늙을까>에서, "

소설이 ‘시들해졌다’는 내 말은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놀랍고도 부러운 재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그냥 나이가 드니까 내가 까다로워졌다는 얘기다. 식욕이 줄어서 보기 드문 진미가 아니고는 먹고 싶은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하지만 그 까다로운 논픽션에까진 미치지 않는다. 논픽션의 매력은 저자의 상상력보다는 주제에서 비롯되는 것이니까.” 169. 라고 한 다이애너 애실의 생각에 동의하게 하는 책이다.


 나는 그저 이런 글을 읽고 쓰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느라, "메리 크리스마스" 라는 남편의 말을 듣고서야 오늘이  12월 25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금 후 손주들이 우리집과 사돈어른 댁에서 보냈던 크리스마스 사진을 카톡으로 전송받았다.





무지라기보다는 게으름으로 배추를 얼게 했다. 분명 얼기에 충분한 곳에 놔두고 들여오기가 귀찮아 그대로 두었다.

일부 된장을 넣고 국을 끓였으나, 나머지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먹는 입이 적음에도 음식을 과감하게 버릴 줄은 모르는 사람이라 고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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