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희선 Jan 03. 2024

1월 3일 "작가 선언"

"나는 작가다"

<녹색 순례자>(양재성

(IYAGI)을 손에 붙잡으며,

나를 진술한다.

어색하지만, 어색함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_____


"나는 나다."

"나는 목사다."

"나는 환경운동가다."

"나는 농부다."


누구도 대실할 수 없는 우주 역사상 유일무이한 자기로,


하느님의 사람으로 품위를 잃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쓴 31년 목회의 길을 걷는 목사로,


예수 목회의 한 축이 생명을 살리는 환경운동과 깊이 연동되어있음을 알게된 후, 한국 현대사의 환경 현안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참여하는 환경운동가로,


대통령이 없어도, 국회의원, 판검사, 의사, 교사가 없어도, 대기업 사주가 없어도 살 수 있으나 농민이 없으면 살 수 없기에 농부로 살아가는 녹색 순례자 양재성의 35년 영적순례일지, <녹색 순례자>를 손에 들었다.


그의 자기진술을 읽다가, '나는?' 물었다.

언젠가부터 정체성이 모호해진 내게도  분명한 정체성을 부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다"

이건 진작에

"신앙이란?  그건  나답게 & 예수처럼"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목사?

나는 목사였지만, 더는 목사가 아니다. 목사라는 타이틀이 불편했으나, 누군가 '작가님' 하고 부를 때는 당혹감(제대로 된 작가인가 의심스럽기에)을 느껴야 했다.  나는 막연하게 글을 쓴다고는 했지만, 내가 작가라고는 누구에게도 소개하지 못했다. 그래서 목사라는 호칭을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나는 작가다."라는 선언하기로 한다. 그래야 작가답게 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로서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답해야 한다.


"나답게, 예수처럼"이라~

'만일 예수가 작가였다면?' 생각한다.


어쩌면?

<이 정도면 충분한> 에 기록한 프롤로그가 떠오른다.


_______


엄마가 어린아이에게 큰소리로 야단을 친다.

어린아이가 두려움과 억울함을 꿀꺽 삼킨다.

어린아이가 막무가내로 떼를 쓴다. 그 어린아이에 밀려,

누구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 앞에 선 어른은

별수 없이 장난감을 사주고 아이스크림을 사준다.

일진이 누군가를 왕따시키고, 폭력을 행사하고 소유를

빼앗는다.

부부 간, 부모와 자녀 간, 친구들, 형제들, 직장

상사와 직원, 동료들, 권력자와 약자, 대중과 소수자

사이에서 목소리 큰 자가 내는 소리에 힘없는 자들의

소리는 묻혀버린다. 남들과 다른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기가 어렵다. 생각의 자유가 있지만.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비난을 받거나 심한

경우 혐오의 대상이 되곤 한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안에 급변하는 세상에

살면서 시간을 들여 타인과 진지하고 깊은 대화를 할 만한 에너지는

고갈되었다. 누르거나 당하면서 살기로

작정한 이들이 있고, 조직이 있다.


내 목소리도 때로는 크고, 때로는 기어들어간다.

같은 상대를 앞에 두고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별 것 아닌 권력을 사용하고, 어쩌다

거짓을 말할 때도 있다. 때로 말은 말하는 당사자와

상대 모두의 자유를 앗아가곤 한다. 후회를 줄이기 위해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언변도 없거니와 말하기보다

글로 쓰는 게 더 편했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었다.

글이 쓰는 이의 모든 것을 표현하지 않는다.

반드시 진실만을 쓰지도 않는다. 심지어

거짓을 쓸 수도 있다. 그러나 작정하면 드러내고 싶은

부분에 대해 진실할 수 있다. 방어가 덜 작동하기 때문이다.


남들과 다른 생각, 의문, 내 삶의 조각들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쓰다 보니 삶의 방향이 모아지는 것 같았다.

애매했던 생각들이 정리되기도 했다. 그런 글들을 모았다.


천방지축으로 살았다. 모두에게 익숙한 삶도

내게는, 또 누구에게나 실은 처음 걷는 길이었다.

이제 나이가 들었다. 인생의 오후를 지내고 있다.

젊은 시절과 달리 몸이 쇠했다면, 인생 오전은

마음이 힘들었다. 늘 숙제가 있었고, 잘할 수 없을 것만

같아 불안했다. 신경 쓸 것이 아주 많았고 좋은 계획이

있어도 실현하는데 늘 어려움이 따라다녔다. 나이가

드니, 나를 조급하게 하고 불안하게 했던 일들은

이제 내 앞에 없다.

나이 듦에도 유익이 있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서야

깨닫는다. 뭐든 겪어봐야 알 수 있다. 인생 오후라서

글을 쓸 수 있었고, 오전과는 조금 다른 글을 쓰게 된 것

같다.

목소리 작은 누군가를 위로하는 글이 되면 좋겠다.


_______


새해라고 해도 그저 여느 하루처럼 살아가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새해 1월 3일 나는 이리 선언한다.

"나는 작가다"

작가라는 사실에 부끄러워 당혹해하지 말고, 작가다워지자.

진작에 사놓은 책을 신년에 펼친 게, 혹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다. 2024년의 은총일지 모르겠다.


녹색 순례자가 걸어간 길을 따라가면서,

나도 작가로서 인간으로서 어떤 길을 가게 될 지?, 기대하며 읽게 될 듯하다.

작가의 이전글 1월 2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