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희선 Jan 18. 2024

1월 18일

아프지 않은 날이 없었지만, 걱정없이 어느만큼은 몸에 대한 자신감을 잃지 않고 지낸 게 적어도 2년은 된 듯하다.

적어도 뼈의 이상으로 오는 통증과 근육의 뭉침으로 인한 통증인지 구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인 듯하다.


이번에도 열흘 쯤 심하게 이어지는 통증은 역시 책상에 길게 앉아 지낸 최근의 날들이 불러온, 근육의 경직에서 오는 통증이라 생각했다. 어쩜 착각일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속히 에세이 원고 정리를 한 후, 며칠 침을 맞아 근육을 풀어주겠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그런데 몸이 내게  경고를 제대로 하기로 했나보다.

지난 월요일부터는 서있기도, 걷기도, 앉기도 힘들어졌다. 별수 없이 누우면, 옆으로 돌아누울 수도 없는 지경이 되었다. 이전과는 다른 통증이라, 혹 전날 바른 통증크림 때문인가? 하며 죄 없는 통증 크림을 피고로 불러내기도 했다.

다음 날, 통증크림의 무죄를 인식하며  나는 어디로 가야 할 지를 고민해야 했다.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정형외과에 가서 검사를 하고, 검사 결과에 따른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까?'


이런 결정이 참 어렵다.

한동안 침의 효과를 제대로 누렸는데, 얼마 전부터는 이전의 효과를 볼 수 없게 되고부터는 의혹이 생겼다.

정형외과 역시 그런 상태다. 얼마 전 내게 맞는 도수치료사를 만났다고 안심하던 차에 어느 시점부터 역효과를 본 것 같아 발을 끊었던 것.


이리 되면, 그야말로 어디에서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지, 결정하는 게  난감하다.


오후가 되어서야 한의원에 가 침을 맞았다. 혹시~ 하고 기대했으나 전혀 차도가 없었고, 어제는  근처 정형외과에 갔다.

엑스레이, 시티 촬영 후, 진료실에서 결과를 들었다.

유합술로 연결된 4, 5번 척추는 잘 있으나, 아무래도 유연성이 떨어지니, 대신 3번 척 추가 후방으로 물러나 이른바 척추후방전위증 증세가 있단다. 그로 인해 그 부분 염증이 생겼겠고, 그 후유증일 거란다. 신경차단술을 받는 게 좋겠다고 했다.


아주 잠시 망설였다. 처음 간 병원이라 의사에 대한 신뢰감도 형성되지 않은 데다, 신경차단술을 받은 경험이 있고, 효과를 본 적도 있긴 하지만, 당장 신경차단술을 받으리란 생각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니 그렇게라도 낫고 싶긴 했다. 당장 쓰는 일은 고사하고, 책 한 장 읽을 수 없는 현실에서 빠져나가고 싶었다.

그 순간 병원비를 생각하고 꾀를 냈다.

"제 실비 보험이 통원 치료의 경우, 하루 10만 원 까지 가능한 데요. 혹 입원 치료 가능한가요?  체외충격파 치료도 받고 싶거든요."


"그러실 수는 있지만, 피검사도 해야 하고, 절차가 복잡한데요. 그럼 오늘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으시겠어요?"


"그래요? 그럼 그냥 신경차단술 받고 갈께요."


짧은 시간 어려운 결정은 아무래도 어렵다. 바보같다.

일단 물리치료만 받겠다고 하고, 하루쯤 더 버티며 경과를 보고 결정해도 되는 상황을, 나는 또 그렇게 마음 편하지 않은 결정을 해버렸다.

병원비는 245200원, 약값은 7000원 합계  252200원.

돈 없는 사람은 참 살기 어려운 세상이고, 돈 없는 사람은 더 아프기 쉬운 세상임을 또 실감한다.


저녁 시간이 되어도 차도가 없으니 페이스북에 넋두리를 늘어 놓았다가,

<몸을 돌아보는 시간>을 쓴 사람의 바보같은 움직임이 부끄럽다는 생각으로 쓴 글을 지웠다.

그리고 그동안 겁을 상실했던 이유를 떠올렸다.

늘 다시 올 통증을 예감하며, 그때는 죽음을 재촉하는 삶을 살리라~ 아마 10년 만 더 이 상태로 살면 나로서는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다만 나보다 늦게까지 세상에 남아있을 수도 있을 남편, 아직은 이른 나이에 엄마를 잃게 될 아이들, 거기에 할아버지 할머니를 사랑해준 해와 달의 상실감을 생각하긴 하지만. 혹 늦게 아이를 낳게 될지도 모를 작은딸과 그로써 생길지 모를 손주까지 생각하긴 하지만.


그와 함께, 뭐든 쥐기보다는 놓아버리려 하는 나의 '열심'을 찾아볼 수 없는 본성을 생각한다.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도무지 차도를 보지 못하고 도리어 누운 상태에서조차 허리가 아파오니,  신경차단술이 역시 경솔한 선택이었나 싶어 남편에게 말도 하지 못하고 이만저만 ~~


오늘 아침, 눈을 떴더니 확연하게 차도가 있어 안심이다. 검색으로 신경차단술 효과가 일주일 정도에 걸쳐 나타난다고 확인했다. 어제의 고심에서 조금 탈출한다.  

이리도 출렁거리는 심약한 인간이라니. 섰다 앉았다 누웠다 하며 <이방인>을 읽다, 지금 최근 일을 기록한다. 고심 대신 즐거움이다. 내일  약속은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1월 16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