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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Jan 24. 2024

1월 23일

어제(22일)는 오전에 잠깐 페이스북에 길지 않은 글을 올리고, 그야말로 종일 놀기만 했다. 다시 탈이 날까 봐 '조금' 두려워서(두렵지는 않다고 말했으면서) 책상에 앉지 않으려고.

밖에 나가 걷다가 늦은 점심으로 카페에 가서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먹고 들어와 헐리우드 액션 영화를 보고, 샤워하고, 또 간식을 먹고. 하루가 빠르게 지나가고, 도무지 지루하지도 않다. 다만, 아무도 일을 시키는 사람이라곤 없는데, '이리 놀아도 되나?' 하는 '나태함'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뿐이다.




크리스 선생님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이호준이라는 사진작가가 창의문 뜰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고 했다. 사진전을 보고 좋아할 만한 빵도 먹자고. 나다니지 않지만, 시간이 되고 기회만 되면 나갈 생각으로 크리스 선생님과 만나기로 약속했다. 생각과 움직임의 반경을 확장하려고. 하필이면 “삶을 넓히는 방법은 집구석이 아니라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드나드는 부지런함과 오지 산골의 자연을 갈구하는 상위 구조 문화 사고에 있다. 출근은 자연으로 여행은 지구로!”(62) 라고 하는 박상설의 글을 읽고 있었다. 자연으로도, 지구로도 나가지 못하고, 상위구조문화사고도 낯설지만, 최소한 집구석에 머무르려 하는 나를 깨뜨리려는 마음은 언제나 절박하긴 하다. 이번 주 토요일에도 함께 <애니어그램의 지혜>를 읽는 분들과 첫 오프라인 만남이 정해졌다.




메일 확인을 하지 않은 지, 덩달아 메일로 뭔가를 어딘가에 보내지 않은 지 10년이다. 심지어 출판사에 보내야 하는 원고, 보내거나, 어딘가에 기고할 원고 조차 메일을 쓰지 않는다며, 카톡을 이용했다. <복음과 상황>이 준비한 ‘뉴스레터’, <서사의 서사>를 받아보고 싶었지만, 메일을 확인하기 싫어서 구독 신청을 하지 않았다. 지독한 게으름이다. 출판사, 바람이불어오는곳 박명준 대표가 페이스북에 포스팅한 글, <서사의 서사>를 읽다가, 쌓인 메일들을 다 휴지통으로 보냈고, 이제야 구독 신청을 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메일을 확인하고 쌓인 메일을 정리하게 될 터. 새해의 달라진 한 면이 될 듯하다. 이런 모습이 이어지면 좋겠다. 이제 메일 보내는 것도 잊어버린 상황인데, 생각해보니, 올해는 나도 이곳저곳 메일을 보낼 일이 있다. 그때, 그 일을 위한 준비가 절로 되었다. 누군가를 위한 일이면 좋겠지만, 일단을 나를 위해서만이라도 조금 움직임이 있는 사람이 된다면 좋은 게다.

미리 파스를 붙이고, 책상에 앉는다. 오늘은 앉아야지. <박상설의 자연 수업> 표지와 종이가 깨끗하게 보존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온다. 줄긋기를 자제하려 했지만 어렵다. 그냥 맘대로 줄을 긋기로 한다. 삐뚤빼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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