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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Jan 31. 2024

1월 31일

2023년 10월 5일 일기를 정리하고 있다. 당시에 일고 싶었지만 단 한 권도 읽지 못한 책들이 일기를 정리하며 생각났다. 나이지리아를 알고 싶고 나이지리아 작품을 읽고싶고, 편견을 깨고 싶었다.  <이등 시민>, <어머니의 꿈>, <야자 열매 술꾼>, <보라색 히비스커스>,  <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 <아메리카나>, <피와 뼈의 아이들> ... 단 몇 권이라도 읽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까지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이지리아를 더 이해하고 그들의 작품을 읽어도 나 하나의 작은 변화에 그치겠지만, 그래도 편견을 깨고 싶다. 더 나은 존재가 되고 싶다. 나는 가끔 지금 생이 마지막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혹 다른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의 나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며, 그때는 지금의 나보다 나은 존재가 되어있기를 바란다.






2023년 10월 5일

어젯밤 10시 정도에 잠이 들어 오늘 새벽 1시 50분에 눈을 떴는데 더는 잠이 들지 않아 할 수 없이 2시 50분에 일어났다. 수면이 부족함에 대한 불안이 있다. 적어도 3시간 이상은 푹 잤으니 괜찮다고 안심하기로 했다. 사실 3시간을 푹 자는 일이 쉽지 않다. 시간마다 깨고 뒤척거리다가 겨우 잠들고를 반복하니 말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냉장고를 정리하고,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서야 수영장으로 갔다.


남편은 오전 대학병원, 오후 안과와 치과 가는 날. 나이가 들고 기운이 예전 같지 않고, 더해가는 병증으로 조금은 더 기운이 빠진 남편을 병원에 혼자 보내기 안쓰러워 늘 동행해왔다. 수영장에 가야 하기에 오전 병원은 패스. 오후 점심 후에 만나 안과부터 함께 하기로 했다.

안과에 도착했지만, 예약 취소하고 이틀 후로 다시 예약했다. 경주 안과에서 받아온 소견서와 CD를 집에 놓고 왔기 때문이다. 둘 다 치과에 갔다. 이 관리를 잘한다고 한다. 잇몸이 헌 것 같다고 말했다. 인플란트를 하면 이 주변의 잇몸이 약해진단다. 잇몸이 웬만한 자극에 아프지 않은 손바닥 같았다면, 인플란트 후의 잇몸이 손등 같은 잇몸이 되어 작은 자극에도 아픔을 느낀다고 한다. 새로 받아들일 것들이 늘어난다.


김치, 콩나물, 두부를 한데 넣고 국을 끓여 저녁을 먹고, 2023년 에디티 에피옹 감독, 리차드  모페다미조, 아데 라오예, 셈 데데가 출연한 나이지리아 영화 <더 블랙 북>을 시청했다. 일을 끝내고 아버지를 보러 가는 길, 청년이 거대한 조직에 의해 누명을 쓰고 살해되었다. 아버지의 복수극을 다루며 부패가 만연한 무법천지 나이지리아를 보여준다. 조용히 종교에 심취해 존경받는 교회 집사로 살아온 아버지 에디마가 자신의 손으로 정의를 바로 세우고, 아들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부패한 경찰들과 싸운다. 한편 부패한 국가 권력층을 심층적으로 취재하는 젊은 여성 기자가 청년의 아버지 에디마를 찾아온다. 아버지가 아들의 시신을 찾고, 여기자가 부패한 권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에디마의 과거 행적이 드러난다. 마약 부패 장군의,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용병이었고, 부패를 밝히려던 여기자를 죽인 자였다. 지금은 부패 장군을 제거하고 미래를 바로 잡으려 하지만 여기에 끼어든 여기자를 보호해야 한다. 그가 죽인 여기자의 딸인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니, 나이지리아가 궁금했다. 검색결과에 조금 놀랐다. 나는 나이지리아를 몰랐다. 나이지리아 연방공화국, 인구 세계 6위 213,400,000명 (자료원: EIU(2021)) 출산율 1, 2위, 석유 강국, 세계 석유 보유량 10위, 천연가스 보유량 10위, 아프리카의 주요 경제 대국 중 하나다. 교육 수준이 높고, 아프리카의 문학 강국으로도 유명하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198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월레 소잉카,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를 쓴 치누아 아체베, 여성의 삶을 그린 부치 에메체타가 있다. 그 외에도 <야자 열매 술꾼>의 아모스 투투올라, <보라색 히비스커스>, <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 <아메리카나> 세 편을 쓰고 차세대 아프리카 문학을 이끌 유망주로 평가받는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등이 있다. 사이언스 픽션과 판타지 쪽에서도 주목할 작가들이 많은데 <빈티 시리즈>의 은네디 오코라포르, <피와 뼈의 아이들>의 토미 아데예미 등이 있다.


한참 전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를 읽었다. 나를 깊이 울린 작품이다. 그런데도 작가 치누아 아체베와 작품의 배경이 나이지리아인 건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저 아프리카의 어느 한 나라 정도로만 알았다. 편견이 작동한 거겠지. 부치 에메체타를 검색했다. 남성 위주의 사회에 저항하고 도전한 그녀를 알고 싶다. 그녀의 작품, <이등 시민>과 <어머니의 꿈> 등등을 읽고 싶다. 나이지리아를 더 이해하고 그들의 작품을 읽어도 나 하나의 작은 변화에 그치겠지만, 그래도 편견을 깨고 싶다. 더 나은 존재가 되고 싶다. 나는 가끔 지금 생이 마지막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혹 다른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의 나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며, 그때는 지금의 나보다 나은 존재가 되어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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