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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Feb 17. 2024

2월 17일

83년 여름 스스로 만들어낸 창조주 - 그때는 창조하고 선과 악에 따라 상과 벌을 내리는 신이 있어야 내가 사는 세상이 설명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 를 가정하고, 그분과 밀애를 나눴고,

1985년 여름에는 교회에 발을 들여 놓았고,


1987년에는 세례를 받았지만, 도무지 그분을 알지 못했다.


1990년 아주 희미하게 그분을 만나는 듯했고,

그리고 내 인생에 처음으로 계획과 목적이라는 게 생겨났다.


1996년 하나님을 제대로 알고 싶고 청(소)년이라는 대상이 생겼고,

1997년 대학원 상담심리 전공에 도전했으나 낙방했고, 그 다음해 신학을 하려고 신대원에 입학했다.


목사가 될 생각을 해본 적 없었으나, 청(소)년에게 가기 위해 전도사가 되고, 좀더 효과적으로 청(소)년을 만나기 위해 목사가 되어, 교회로 고등학교로 가고, 캠퍼스선교사라는 타이틀로 대학에 들어가 떠돌이가 되면서 나는 참 세상도 하나님도 꽤나 모른다는 것을 자각했다. 여전히 내가  하나님을 알 수 없다. 꽤나 조금 안다고 할까! 은퇴한 2014년 까지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무슨 잘난 맛인지, 많은 분이 말하는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는가 하면, 많은 분이 그건 하나님이 아니다. 혹은 하나님 뜻이 아니라며 인정하지 않는 하나님을 하나님, 혹은 하나님의 뜻이라 믿기도 한다.


절기에 나를 맞추려고 애 써봤으나 특별한 감동 대신 나를 속이는 듯 했고, 결국 모든 절기를 모르는 체 지났다.


그런 내가, 지금 2024년 새삼스럽게 사순절을 유의미하게 보내보겠다고 매일 책을 읽고, 기록한다.

의미 있게 느껴지고, 이제까지 4일 간 제대로 하고 있다.


그런데 내일은 사순절 기간 예외의 날로, 일요일이다.

일주일 중 하루, 내 마음대로 내일 이른 아침을 지낼 수 있음에 홀가분하고 기쁘다니.


하물며, 노예 신세로 강제 노역에 신음하던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안식일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하고 꿈같은 날이었을까. 오늘도 일요일이 그만큼 기쁘고 감사하고 꿈같은 날일까!


그렇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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