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작곡가, 연예 기획자,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를 맡고 있는 사업가, 방탄소년단의 총괄 프로듀서인 방시혁이 자기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라며 했던 말이다.
'불만 많은 사람'
자신의 불만이 분노로 이어졌고 그 분노가 자신의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그와 같이 자신에 대한 분명한 성찰에 의한 것도 아니고, 성찰로 인한 분노를 원동력으로 해 창작을 해내는 그럴듯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가 했다는 말을 들으며, 내 안에 나에 대해 얼른 떠오른 말이 있다.
'아는 것이 없지만, 모르는 게 많은 사람' '모르는 게 너무 많아 알고 싶고, 알아야겠다고 읽고 생각하는 사람'
다시 한 마디로, 나는
"모르는 게 많은 사람'
꿈아닌 불만이, 아는 것 아닌 모르는 것이 때로는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1.
모르는 게 많아서, 책을 읽는다. 모르는 게 많기에 책을 읽으며 겨우 감으로 읽는 경우가 많다. 모르는 게 많으니 오독의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에는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리란 기대를 갖고 감으로 읽을 수 밖에 없는 책을 서ㆍ호하는 경우도 많다. 나중에 다시 읽겠다고 마음 먹지만 실제 그렇게 하지 못한다. 이미 감으로라도 읽고 싶은 책들이 쌓여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다른 책들을 읽어가는 도중 이해할 수 없었던 채로 남겨진 책들의 어떤 내용을 역시 감으로 알 것 같아지는 때가 오기도 한다.
비비언 오닉은 《끝나지 않은 일》(글항아리)를 붙잡았다. 독서모임의 멤버인 강동석 기자님이 이 책을 읽다가 내가 생각났다고 했다.
타인의 눈에 비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의 자기애가 발동했다. 내가 모르는 나의 어떤 점이 궁금했다. 이 책 역시 쉽지 않아 역시 감으로 읽어나가고 있다. 저자가 언급하는 책들을 후에 읽어가며 이 책을 다시 읽으면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될까? 싶지만, 여전히 읽을 책이 밀린 채 쌓여있으니 그리 되지 않을 게다. 그럼에도 경험에 의하면 책 읽기를 마칠 때 쯤이면 지금 보다는 조금 더 이해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혹여 그렇지 못하더라도 이 책은 이미 초반에 내게 그야말로 공감할 뿐 아니라 책을 읽으며 혹은 삶을 살아가며 놓쳐서는 절대 안 될 것같은 귀중한 가르침을 준다. 이 가르침을 절대 놓치지 않고 싶아 기록한다. 기록한 만큼 선명하게 기억되기를 바란다.
저자는 과거에 읽은 책을 다시 읽으며 책이 정말로 말하려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오독 때문이 아니라, 앎이 아직 여물지 않아서였다고 한다 (32)
그렇다. 나의 앎은 아직 여물지 않았다. 나에 대한, 타인에 대한, 세상에 대한 앎, 모든 사람, 모든 사물, 모든 사건 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여물지 못한 앎이다.
2.
모르는 게 많아 읽고 싶어하는 내가 좋아하는 쟝르가 있다. '평전'이다. 평전은 평전이 아니라면 도무지 내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특정인이 머물렀던 한 시대의 배경, 사상의 흐름, 다양한 사람과 사건 등을 조목조목 알려주며 앎의 지평을 확장시켜준다. 좋은 평전은 그야말로 한 세계 안의 거의 모든 것을 일러준다.
최근에 읽은 평전이《장일순 평전》(한상봉
삼인)이다. 나 혼자 평생을 살아도 알 수 없었을 지식과 깨달음으로 가득하다. 한국의 근현대사가 책 안에 그대로 녹아있다. 인간으로서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감으로 밖에 알지 못하며, 그나마 그 감대로 살아가지도 못하는 내게 그야말로 그렇게 살아낸 실체가 우뚝, 그러나 너무나 겸손하게, 기어가는 모습으로 분명하게 나타난다. 장일순을 만난 사람들이
2000년 전 예수께서 나타나셨을 때, 그를 본 사람들 같았을 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읽기를 권하고 싶으나, 나는 누구에게도 무엇도 도무지 강권하는 사람이 되지 못하기에 이렇게 기록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