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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Jul 24. 2024

7월 18일

기후 위기 앞에서

방에서 거실로 나가니 바닥이 흥건하다. 바닥에는 이런저런 종이나부러기가 여기저기 널부러진 채 누런 색을 띠고 있었다. '이건 좀 이상한데. 물이 들어왔다는 거잖아' 생각하며 고개를 들자, 베란다 샷시문 밖에 샷시문 절반 높이까지 올라온 흙탕물이 세차게 흐르고 있었다. 젖어있는 거실에 있던 둘째딸이 외출을 해야한단다.

밖을 가리키며, 못나간다고 막는데, 딸은 괜찮다고 나갈 수 있단다.


도무지 말이 안나오고 두려움에 사로잡혀야 하는 상황인데 나는 '큰일 나겠네' 걱정이지만 침착한 편이고, 흙탕물은 더욱 거세게 유리창을 치며 흐르고 있었다.


눈을 뜨니 새벽 1시 45분.

꿈이었다. 그렇게 생생할 수가 없었는데.


눈을 뜨고 나니 더 두려웠다. 비가 아주 세차게 내리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 하나님을 알면서도 계속 불렀다. "어떻게 해요. 큰일 나겠어요"


장마라지만, 이제껏 살아오면서 이리도 연속해서 비가 내리는 경험을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두려운 거다.

이 안에서 개인들의 삶과 모두의 삶이 그야말로 두렵다.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 하나님을 알면서도 그분을 향하고 그분을 부른다. 그분에 대한 원망이 없기에. 도리어 죄송할 뿐이다.

그분은 우리의 기도가 우리를 향하기 원하는 분으로 나는 안다.  나를 향하는 기도가 나를 움직이지 못할 때,  그분을 부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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