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의 세계
《할매》를 읽고 나서,
과거 《토지》를 읽고 나서 한동안 박경리 선생님의 작품을 찾아 읽었듯,
이제는 황석영 선생님의 책들을 찾게 될 듯하다.
조금 민망하지만, 《할매》는 내가 처음 읽은 황석영 선성님의 책이다. 이분의 책을 읽으면서 한 생각이 있었다.
'세상에 좋은 책이 많지만, 읽은 후의 삶이 바뀌게 하는 책은 많지 않다. 황석영 선생님의 책이 어쩌면 삶을 바꾸게 하는 책일 듯 싶다.'
《할매》는 내게 마치 성경같이 다가왔다. 온갖 피조물의 삶이 어떠한지, 죄란 어떤 것이며, 지금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자연엔 나라와 종교와 각양 생명의 경계가 없는데, 권력은 그 경계를 만들어 내고, 강화하고, 자연을 막아선다.
아직 개똥지빠귀는 찾아오지만, 도요새는 더는 찾아오지 못한다.
"이놈아, 어디 갔다 인제오냐."
책은 도요새는 더는 찾아오지 못하는 그곳에서 할매가 유 신부에게 하는 말로 끝난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이 책을 읽는 이가, 이 책을 읽는 종교인들이 특히 기독교인들이 지금까지 머물러 있던 자리, 앎에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 싶다.
신은 침묵하고, 인간은 신의 이름으로 소리 지른다.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세상에 지어놓은 지옥이라면!
____
신은 우리를 가만히 지켜보시는 게 그 본성이다. 색도 모양도 웃음도 눈물도 잠도 망각도 시작도 끝도 없지만 어느 곳에 나 있다. 불행과 고통은 모두 우리가 이미 저지른 것들이 나타나는 거야. 우리에게 훌륭한 인생을 살아가도록 가르치기 위해서 우여곡절이 나타나는 거야. 그러니 이겨내야 하고 마땅히 생의 아름다움을 누비며 살아야 한다. 그게 신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거란다."
진격 앞으로!
손들어, 꼼짝 마라.
악의 무리를 전멸시켜라. 신의 영광을 위하여!
ㆍㆍㆍ
저건 너희가 세상에 지어놓은 지옥이야.
그들은 제각기 다른 복장을 하고 경전을 쳐들고 있다. 그들은 모래 위에 가까스로 서서 제각기 알 수 없는 소리로 떠들고 있다. 그뿐 아니라 세상 도처에서 율법의 판관이란 판관은 모두 모아 놓았은지 가발과 모자와 가운과 검정색 흰색에 이르기까지 모양도 어슷비슷하다. 각자가 다른 말과 내용을 얘기하기 때문에 그 상망측한 주문으로 들린다. 그들은 목청껏 떠들지만 서로가 남의 말을 삼켜버리려고 더욱 큰 소리를 내기 때문에 뒤섞여서 아무런 의미도 전하지 못한다. 얼굴이 붉게 상기되고 눈을 부릅뜨고 한손은 경전을 쳐들고 한 손으로 하늘과 땅을 가리키느라고 연방 휘젖는다.
우리 모두가 철없는 것들이다.
《바리데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