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이 많이 드는 성장과정
꼭 양말 한짝은 어디로 갔는지 없다. 삐삐머리 중 한쪽 머리끈도 풀려 어디로 갔는지 없다. 자고 일어난 아기의 상태다. 묶었다 풀면 중력을 거스른 채로 묶었던 모양대로 남아 있는 아기 머리 한쪽이 우리의 하루가 얼마나 귀엽지만 정신 없을지를 예고하는 듯하다.
“양말 하나 어디갔어, 잡아먹었어?”
“머리끈 하나 어디갔어, 잡아먹었어?”
이런 말을 건네며 아기 기저귀를 확인한다.
기저귀를 확인하는 내내 아기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에에- 소리를 내거나 발을 잡거나 엎드리려고 낑낑대거나 손으로 기저귀를 때린다. 빽- 소리를 지를 때도 있다.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보인다. 태어난 지 10개월차, 인간의 자유의지란 게 이렇게 강하고 무섭다. 30대 중반 성인 여성인 내가 고 작은 아기의 기저귀를 가느라 낑낑댈 정도로 강력하다. 손을 치워야 하거나 엎드린 아기를 누운 자세로 되돌리거나, 엎드려 기어 나가려는 아기 발을 기저귀에 쑤셔 넣거나.
“기저귀는 하고 가야 돼요”
라고 말을 건네보지만 알아들을 리가 전혀 없다. 하지만 꿋꿋이 이어 말한다.
“바지도 입어야 돼요.”
인생 10개월 차의 자유의지도 굳건하다. 엄마 말엔 전혀 신경쓰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할 뿐이다.
“이것만 하면 돼, 발꼬락이 쏙, 이쪽도 쏙, 다됐다~"~
나는 스스로를 납득시키려는 것인지 자기 세계에만 관심 있는 아기에다 대고 굳이 기저귀 가는 과정을 입으로 아주 쉽게 쏙쏙 풀어 말한다. 중학생도 알아듣기 쉽게 풀어 쓰라는 기자 시절의 배움이 여기에서도 쓰이는 걸까.
기저귀 갈이에서 풀려난 아기는 방생당한 물고기처럼 빠른 속도로 기어간다. 기어가다가 갑자기 멈추더니 바닥에 찰싹 붙는다. 뭘 하는 건가 가서 보면 바닥을 빨고 있다. 상대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작은 그분을 번쩍 들어올린다. 선생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갑자기 공중으로 몸이 들어올려진 아기는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아기가 이미 먹어버렸을 수많은 먼지와 미생물을 생각하면 아득하지만 처음 있는 일도 아니라 체념한다. 바닥뿐 아니라 온갖것을 찍먹하는 때라 그것도 배움이겠거니, 그정도 먼지와 미생물로 큰일이 났다면 인류라는 생물 종은 도태되었겠거니.
“우래기 또 바닥 맛봤네-“
바닥이 무슨 맛인지는 조금 궁금해지긴 하지만 체면을 차리기로 한다. 이바닥 저바닥 다 맛보고 다니는데 바닥마다 무슨 맛이 나는 건지, 바닥을 맛보는 것이 진화에 무슨 영향을 미쳐온 것인지, 테이스트라는 걸 갖게 되는 것인지, 의문의 많이 드는 성장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