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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섭섭 Sep 07. 2015

이 모든 것들은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

“난 여러 층의 사람들과 사귀었지만, 아직도 말 상대가 될 만한 진정한 친구는 하나도 찾아내지 못했다. 나의 어느 점이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지, 잘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꽤 많은 사람이 나를 좋아하고 정답게 대해 준다. 그럴수록 나는 우리가 함께 가는 길이 너무나 짧고 얼마 안 가서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플 따름이다. 이 고장 사람들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다른 고장 사람들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인간이란 어디서나 다 마찬가 지니까 말이야. 사람들은 대개 오로지 생계를 위해서 대부분 시간을 소비하다가 약간 남아돌아가는 자유 시간이라도 생기면, 도리어 마음이 불안해져서 거기서 벗어나려고 온갖 수단을 다 쓴단 말이다. 아아, 이것도 인간의 운명이라고 할 것인가!”

젊은 베르테르가 말했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이런저런 것을 보고 이런저런 것을 먹고 이런저런 곳에서 똥을 싼다는 것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곳에서 잠을 자는 것을 의미하고, 동시에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길의 끝에서 이런저런 사람을 모두 이해하는 힘을 얻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으나, 나는 부처도 아니고 예수도 아니다. 이미 내가 견뎌내지 않으면 안 되는 일상의 트랙을 벗어난 바에야, 나에겐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 참고 견뎌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선택적 패배자’라 이름 붙여 볼까.

초콜릿은 삼키고 아몬드는 뱉어낼 자유가 있다.


인내는 나를 성숙하게 하겠지만, 자유는 나를 행복하게 한다.

나에겐 나를 행복하게 하는 사람만을 선택하여 관계를 맺을 권리가 있고, 동시에 그 사람들만을 선택적으로 기쁘게 할 의무가 있다.

할로윈의 밤은 길다.

 

사탕 줄 시간이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Trick or Treat!"

      

본의 아니게 정이 깊이 들어버린 장소와 사람들을 떠날 시간. 

 든 것들은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 나에게 무엇이 될까. 

 

“Trick or Tr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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