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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섭섭 Sep 07. 2015

미래라는 게 예견될 수 있는 것이라면

캐나다 켈로나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언제 왔어요? 언제 가세요?"로 시작해서, "몸조심해요, 또 봐요!"로 끝난다. 오늘 만나 오늘 헤어질 수도, "또 만나요!" 하고 돌아서서 평생 다시 만나지 못할 수도 있는 게 길 위의 만남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만날 때 이미 언제 헤어져야 하는가를 알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관계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도, 만남과 헤어짐에 쿨-해질 수도 있다.     


예정된 날들이 지나거든 “See you!” 라 말하고 많은 것들에게 작별을 고하게 될 것이다.


 "미래라는 게 예견될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 이별은 얼마나 다른 것일 수 있었을까."라는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물음에는, "다르기야 하겠지만 막상 닥치고 보면 그렇게 많이 다를 것도 없다." 정도의 대답이 적절할까.

      

파키스탄과 인도의 국경에서 치러지는 국기 하강식이나 미국과 멕시코의 경계에서 겪게 되는 언어의 단절 마냥 켈로나의 8월과 9월의 경계는 명확하다. 하룻밤 사이에 기온이 10도씩이나 뚝 떨어지고는, 오늘부터 가을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환절기가 없는 이유는 구름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짐짓 과학적으로 들리는 짐작을 해보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 새로운 시작의 공기를 느끼기에 9월은 오히려 1월보다 적합하지 않나 싶기도 한다.

 

켈로나의 가을의 시작은 우리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 만큼 기묘하다. 여름이 끝난 바로 다음 날, 자전거를 달리는 나의 뺨에 콧물이 스치는 기분은 '정말 난다.'하고 말하면 뭔가 말하다가 만 기분이 들 것 같다. 정말  신나는 것보다 조금 위다.

     

켈로나에 가을이 왔다.

켈로나의 가을이 시작되고 끝나는 동안, 끝이 보이는 일들, 그리고 헤어짐을 기약한 만남은 시작되고 또 끝날 것이다.

 "그것이 여행이지!"하고 치고,

 "그것이 인생이지!"하고 받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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