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띠뜰란 호숫가 작은 마을에
빛과 어둠의 조화가 평화로운 밤하늘이 있었다
산페드로의 새벽 세시
잠이 오지 않아 나는 옥탑방 앞을 서성이고 있었고
으스스한 기분이 별로였는데
설상가상 정전이 되었다
호수를 둘러싸는 세 마을
산페드로, 산마르코스, 파나하첼의 모든 전기가 나갔다
정말로 한꺼번에 정전이 되어서,
마치 딱-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 순간에
빛과 어둠의 평화는 깨졌던 것이다
아띠들란의 하늘은 셀 수 없이 많은 별에 점령되었다
작은 하늘이 별로 가득 찼다
말 그대로 가득 찼다
어떤 별과 별 사이에는 간혹 하늘이 있기도 했는데
그 하늘 조각들은 너무 엉뚱해서
마치 내 고향 하늘의 별들처럼 뻘쭘했다
후에 누군가가
언제 어디서 가장 많은 별을 보았느냐 물을 때면
나는 산페드로 마을의 세시 몇 분을 떠올린다
정전이 되었고
하늘에는 별이 오억 개도 넘게 있었고
별과 별 사이는 별의 빛으로 채워졌기 때문에
어둠을 목격할 수 없는 밤이었다
새끼손가락 끝으로도 별과 별의 틈을 쑤실 수 없는 밤이었다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밤이었다
오 분 정도가 흘렀을까 어쩌면 한 시간은 흘렀을까
전기가 들어왔고
그땐 딱-하는 소리도 없이
고요가, 문자 그대로의 고요가 찾아왔는데
그 침묵은
아띠뜰란 호수와
어떤 개와 고양이와
부엉이와 귀뚜라미와
모기와 휴화산과
바람과 꽃과 나무와
빛을 잃고 쓸쓸해 보였던 반딧불이 몇과
한 여행자 사이에
신비로운 비밀이 생겼음을 뜻했다
하늘엔 오억 개가 넘는 별들이
소리도 없이 빛을 뿜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요했던 밤이 있었다
산 페드로 마을에
우리만 아는 어느 광야(光夜)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