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희섭섭 Sep 08. 2015

하늘아래 총 빛의 양은 흐트러짐도 없이

‘La Paz’,

이름부터가 ‘평화’다.


제3세계, 남아메리카 대륙.

그 안에서도 최빈국으로 분류되는 국가인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 세계 최고(最高)의 수도, 해발 3600m 도시의 전경은 그 이름만큼이나 평화롭다.      

가장 높은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도시를 내려다본다.


태양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도시의 햇살은 다른 어느 장소의 그것보다 강렬하다. 태양이 서쪽 지평선으로 서서히 넘어가며, 안데스 산맥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빈자들의 집에 전깃불이 하나 둘 들어온다. 하늘이 서서히 어두워지면서 수만호의 집에 순서대로 불이 들어오니, 하늘아래 총 빛의 양은 흐트러짐도 없이 유지된다.

해가 넘어가고, 모든 에 불이 켜지기까지의 1~2시간, 우주에서 가장 고요 시간-

보라색 하늘과 분홍색 땅, 땅보다 하늘에 가까운 집들, 숨도 쉬기 쉽지 않은 곳에 도시를 만들고 산자락에 대롱대롱 매달려 생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비현실적인 도시를 호위하고 있는 비현실적인 설산 일리마니 봉.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그랜드캐년의 웅장함이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보여주고, 트윈픽스에서 내려다보는 샌프란시스코의 화려한 밤 풍경이 황무지를 불과 몇 십 년 만에 세상 가장 멋진 도시로 꾸며 놓은 인간의 놀라운 솜씨를 말하고, N타워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의 풍경이 나도 저 경이로운 세상 속에 살고 있 하는 즐거움을 준다면, 라파스의 키이키이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평화로운 도시 La Paz의 전경은 이 모든 놀라움과 즐거움과 경이로움을 한 번에 선사한다. 

자연도 경이롭고 인간도 경이롭다. 그래서 나도 경이롭다. 이렇게 즐거울 수가요.



매거진의 이전글 고개를 들어 세상을 보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