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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섭섭 Sep 08. 2015

나중에 내가 살게 될 마을에도

땅도 여기 있고 하늘도 여기 있다. 

달도, 해도, 성당도, 별도 구름도 개도 아이도 옹기종기 모여 있으니, 이곳은 꼭 만화 속 같다.     

칠월의 어느 금요일, 

쿠스코의 아르마스 광장.

 

백발의 할아버지가 아르마스 광장 잔디밭에 앉으며 맥도널드 종이봉투에서 감자튀김 쏟아 붓더니, 

"컴온"

지나가는 떠돌이 검둥개를 불러 세운다.


검둥이 꼬리를 내리고 슬슬 뒷걸음질 치더니, 

이제 보이지도 않는다.

아저씨 멋쩍게 감자 주워 담고 시야에서 벗어난다.

고개를 돌리니 동네 아이들 한 뭉치 내 앞에 와 춤추고 있다. 아이들 음악 없이 춤을 추지만, 내 이어폰에선 노래가 흘러나온다.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 위로 오늘도 애드벌룬 떠 있건만"

그런대로 비트도 맞다.  

    

정수리로 따끔따끔한 겨울 햇살 받으며 페이지 가장 안 넘어가는 책 두어 권 붙잡고 앉아, 두 시간, 다섯 시간, 사흘, 보름, 두 달, 칠 년 보내도 좋을 적당한 크기의 광장과 늘 비어 있는 나무 의자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나중에 내가 살게 될 마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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