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시월.
지상에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동안에도 여전히 맨허튼의 지하는 뜨겁다.
찜질방을 방불케 하는 숨 막히는 공기, 그 공간 속에서 화가가 되고 싶었던 사람은 그림을 그리고 악사가 되고 싶었던 사람은 음악을 만들어낸다.
지하철에 올라탄 아줌마가 화가에게 손짓을 하고 화가가 활짝 웃으며 달려와 이야기를 나눈다. 화가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그림을 한 점 가져오고, 아줌마는 지갑을 열어 5달러 지폐를 꺼내 그림과 교환한다.
모든 것을 지켜보던 전지적 작가 시점의 기사 아저씨는 거래가 끝나자 유유히 문을 닫고, 승객들은 아줌마가 무슨 그림을 샀나 궁금해 자라목을 쭈욱- 그 찜통 안에서.
돈 마이 벌어가 비싼 집값 내고 프라다를 사 입고 소고기 사 먹는 일. 그런 지루한 반복이 뉴욕의 전부라면 누가 이곳에 남아 있을까.
뉴욕 거리의 모든 모퉁이에서는 심장을 요동치게 하는 일들이 일어난다.
소고기 마이 먹고 열심히 일을 해가 이곳에 머물러야 할 이유로 충분하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떨어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얀 눈이 뉴욕을 꽁꽁 얼리고, 뉴요커들은 몸을 녹이기 위하여 가까운 지하 통로를 찾을 테다.
화가는 겨울에도 그림을 그리고 음악가는 겨울에도 음표를 그려야지.
그리하여, 지상에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동안에도 맨하튼의 지하는 여전히 뜨거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