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희섭섭 Sep 07. 2015

아이작 뉴튼에게 도전장을 던지고

F=ma. 

질량은 스칼라, 가속도는 벡터.

"스칼라와 벡터의 곱은 벡터이므로, 힘은 벡터다." 

물리 선생님은 말했다.      


그래서 “힘내!”라는 말에, “어디로?”라고 물었다.

애써 힘을  내려하지 않아도 바람이 정말 시원하여 앞머리가 한쪽 눈을 슬쩍 가리니까 힘이 났다. 

상쾌하고 조금 당황스러워 뒤똥 뒤똥, 

크기는 있는데 방향은 없어서 힘은 힘인데 힘이 아닌 힘.   

  

가을 냄새의 대서양에 중간 크기의 오징어가 한 마리 떴다. 

힘이 나서 오르락내리락하다가 하루해가 질 때, “지금부터 힘은 스칼라로 가정한다.” 

아이작 뉴튼에게 도전장을 던지고, 

동이 트면 바퀴 달린 가방을 등허리에 메고 뒤똥 뒤똥, 

무향(無向)으로 여행을 떠나야지 다짐했다.    

상하이 푸동 공항 천장엔 빨대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목마르게시리. 

지갑에는 예전에 길에서 주운 7위안이 들어 있는데, 공항에서 만난 중국 유학생에게 수줍게 물어보니, 우리 돈으로 1100원 정도란다. 그것은 요즘 같은 세상에 너무도 하찮은 돈이다. 한 시간만 더 참고 비행기에 올라타서 블러디-메리로 취해버리는 기염을 토해야겠다. 토는 안 하고 기염만 토해야지.     


기대치 않은 문제가 발생해서 다섯 시간 대기시간이 생겨버렸는데, 시간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아주 잘 낭비했다. 공항 안에서의 시간은 공항 밖에서의 시간과 다르게 흐른다는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나는 나의 시간을 낭비하는 남다른 능력을 자찬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것을 다 빼앗으시고도 남부럽지 않은 시간 낭비력을 내게 남겨주신 신께 감사하며, 즐거운 상상을 해야겠다. 즐겁게, 즐겁게.     


위대한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진정한 창조자에겐 이 세상의 그 무엇도 보잘것없이 보이지 않으며 감흥을 주지 않는 장소란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그 말이 아주 지당하다.

우리의 일상이 보잘것없이 느껴진다면 그건 우리가 일상의 풍요로움을 스스로 불러낼 만큼 충분히 시인이 되지 못한 까닭이다.     


그런 기분이다. 충분히 시인이 되어야 한다.

그런 기분으로 나의 생활은 여행이 되고 나의 여행은 생활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타조의 몸집에 병아리의 털을 입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