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imes when you lose, you win
지친 걸지도 모른다. 아니, 지쳤다. 몸에서 느껴진다. 오늘이 토요일인데 화, 수 연달아 최종면접을 보고 목요일부터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었다. 점심 먹고 낮잠, 간신히 카페 가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집에 오니 바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서 침대에 누워 있었다. 며칠 간 운동을 못해서 그런 걸까 싶어 금요일에는 자전거, 테니스, 러닝 이렇게 운동을 세 개나 했다. 주위에서는 다들 체육인이라고, 철인3종 나가냐고, 대단하다고 하지만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가끔 더 무리하는 거다. 토요일인 오늘도 오전에 눈 뜨자마자 바로 녹음실에 가서 장장 세네시간 동안 팟캐스트를 녹음하고 왔다. 원래 계획은 근처 카페에서 자기소개서 서류를 좀더 쓰다가 수영을 가는 거였는데, 잠도 잘 못 잤고 죽을 것 같아서 집으로 왔다.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누워 두시간을 내리 자고 나니 조금 살 것 같았다. 약간 살아난 몸으로 무엇을 할까 하다가, 오늘 일하기는 그른 것 같아서 바로 영화를 보고 왔다. F1 더 무비였다.
이렇게 손에 땀을 쥐고 본 영화가 있었나 싶다. 물론 뭐든 자기 상황대로 보인다지만 F1이 아니라 인생이고, 조직생활에서의 개인이고, 도전을 하는 인간의 앞을 점칠 수 없는 실패와 성공들로 보여져 장면 하나, 대사 하나하나가 깊게 파고들었다. 너는 못할 것 같다는 세상의 눈초리들을 견디는 개인, 사고를 딛고 일어나야 하고, 영웅적인 도전들을 하지만 인간적으로 부담 가득한 표정들을 지을 수 밖에 없는, 그럼에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에 인생을 거는. 그러면서 자기를 인정하지 않는 팀에 한번은 개인이 아니라 팀을 위한 포인트를 얻는 플레이를 하면서 신뢰를 얻는, 조직에서의 필요한 모습들. 그리고 조연이지만 처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매번 타이어를 교체할 때마다 집중하고 장비를 위로 치켜올리는 엔지니어의 모습까지.
라스베거스 신은 빛났던 내 첫 라스베가스 출장이 생각났다. 그때 역시 이직 잘했다, 새로운 세상에 뛰어든 내가 장하다 라고 생각하며 눈을 반짝거리던 기억들과 더불어 그렇게 열심히 일한 나를 레이오프 시킨.. 조직에 대한 분노가 올라왔다. 분노가 맞는 감정이다. 내가 이 상황에 지금도 분노하고 있었구나, 를 그제서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음모와 분노를 뒤로하고, 아부다비 서킷에서 소니와 조슈아는 환상적인 경기를 보여준다. 심지어 라스베이거스 예선에서 망했기에 남아있던 소프트 타이어를 여기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쓸 수 있게 되었다며 “Sometimes when you lose, you win” 이라는 명대사도 루벤이 날려준다. 그 장면과 대사가 놀랍게도 위안이 너무 많이 되었다. 지금 내가 잠시 넘어지고 주저앉을 수 있지만, 그게 더 도약을 위한 winning moment가 될 수도 있는 것이지.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생각났는데, 그걸 winning moment로 만들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소니의 아부다비행 선택이지 않았을까. 그래, 하기 나름이고 선택하기 나름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탑 건 매버릭 생각이 많이 난다 했더니 어쩐지 같은 감독이었다. 이런 영웅 서사가 이렇게 내게 큰 위로를 주던 때가 인생에서 있었나? 생각이 많은 나로서는 스스로를 영웅 서사에 대입하며 버텨야만 견디기 조금 더 용이해지나 보다. 모름지기 끝이 보일 때가 제일 힘들고 지칠 때니까, 일어나기 너무 힘들면 잠시 쉬어가면서 완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