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기가 새라고 했다. 구구구구, 덧붙였다. 같이 한잔 하자고 했다. 내 친구가 죽었거든, 구구구구. 누구도 대답이 없었다. 손 피켓과 깃발이 빼곡한 행렬 가운데 그는 서 있었다. 구구구구. 작지도 크지도 않은 목소리로 오른편과 왼편을 골고루 돌아보며 구구구구, 말을 걸었다. 이봐, 너무 빨리 걸을 거 없어. 장거리 싸움일 걸 알잖아, 구구구구. 말이 늘어날수록 옆 사람은 더 빠르게 사라졌다. 신경 쓸 것 없다. 사람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새가 어디에나 있는 것처럼. 그는 주머니에서 죽은 새를 꺼내 살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좋아하는구나. 구구구구, 죽은 새가 노래했다. 마음을 사용하면 죽은 새를 들을 수 있었다. 마음을 사용하면 죽은 이와도 계속 친구로 남을 수 있었다.
친구의 몸이 뭉개지기 시작했을 때 그는 다시 나설 채비를 했다. 가지런히 모은 두 손에 친구를 올린 채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걷고 또 걸었다. 산이었다. 강변에 살자는 이야기가 담긴 자장가를 불러주며 그는 오래오래 흐느꼈다. 친구는 어디에나 있다고 말하려는 뭉개진 친구의 말을 그가 가로막았다. 사는 방법을 잊은 것처럼 그날 그는 구구구구, 울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