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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풀 Sep 02. 2023

저는 물 무서워 인간이에요.

이 도전, 정말 괜찮을까?



발리 여행에서 돌아와서 수영을 배워볼까 하는 마음이 콩알만큼 생겼다. 생존 수영정도는 할 수 있으면 좋으니, 수영을 배워볼까 하는 마음은 이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물이 친숙하지가 않아서 선뜻 도전하기가 어려웠다. 어렸을 때 사진을 보면 아빠와 바닷가에서 물놀이하는 사진들이 많다. 어릴 땐, 물놀이를 좋아했었던 걸까.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친구들이랑 해운대 해수욕장에 놀러 가서 튜브를 끼고 놀았었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계곡에 놀러 갔는데 계곡이 순간 깊어지며 발이 닿지 않아, 공포심을 느꼈다. 발이 안 닿아서 무섭다는 말에 친구들이 장난친다고 계곡 안 쪽으로 튜브를 밀어서 엄청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물이 많이 무서웠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물놀이’라는 걸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남편은 물놀이를 좋아하는데, 내가 싫어하니 긴 연애기간 동안 물놀이를 간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그것마저도 난 발만 담그고 있었다. 그런 내가 발리 여행을 통해 강제 물놀이를 하게 된 것이다. 서핑은 여전히 무섭지만, 스노클링은 꽤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 경험으로 공포심이 조금 낮아져, 수영을 배워볼까 하는 마음도 들었던 것이다. 물론 콩알만큼이다.


 집 앞에 시에서 운영하는 체육센터가 있다. 회사 사람이 그 센터에서 수영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에 월요일에 출근하자마자 수영에 대해 물어봤다.

“수영.. 그거 저 배워볼까 고민돼요. “ 나는 한마디 이야기했을 뿐인데, 동료는 센터 등록하는 법뿐 아니라, 수영의 장점까지 열거하며 나의 입문을 반겼다. 마침 이번주 금요일이 9월 수영 등록일이라며 잘됐다고 했다. 수영장 등록을 하는 게 티켓팅만큼 어렵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서 등록을 못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한 편으론 등록에 ‘어쩔 수 없이’ 실패해 수영강습을 못 듣게 되었다는 핑계가 생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중적인 마음이었다. 배워볼까 고민된다고 이야기했는데, 이야기가 흐르다 보니 ”배우기로 했다 “ 가 되어있었다.


며칠 뒤 회사 동료에게 본인이 안 쓴 새 수영복과 수모 그리고 실리콘 브라까지 선물로 받았다. 처음이니 일단 기본적인 거로 배워보고 재미 붙이면 이쁜 수영복과 수모를 구매하는 게 낫다고 했다. 받은 수영용품들을 흐린 눈으로 못 본 척하는 동안 시간은 흘러 수영 등록일이 되었다. 아침 6시에 홈페이지 로그인 후, 수영을 선택하고 초급반을 선택하고 시간까지 선택하고 등록을 해야 했다. 혹시나 못 일어날까 봐 걱정했던 탓인지 잠을 설쳤다. 알람은 5시 50분에 맞췄는데, 뒤척이다가 5시 30분 좀 넘어서 잠이 깼다. 잘 안 떠지는 눈으로 휴대폰을 집어 들곤 사이트 로그인을 했다. 아침반은 도저히 자신이 없고, 퇴근 후 바로 갈 수 있는 저녁 6시 강습을 선택했다. 몇 번을 튕기다가 세 번째 접속에 수강등록 후 결제까지 완료했다. 결제까지 하고 보니 시간은 6시 7분쯤, 내가 선택한 반은 정원 20명에 7명 정도 등록이 되어있었다. 10분이 지나서 보니 모든 등급과 모든 시간대가 마감되어 있었다. 정말 ‘수켓팅’이 맞다.


수영 등록까지 했으니 이제 정말 되돌릴 수 없다. 선물 받은 수영복을 입어보았다. 비누칠을 해서 입으면 잘 들어간다 했는데, 전혀 아닌데? 낑낑대며 겨우 수영복을 입었는데, 이게 맞나 싶었다. 어깨가 오그라들고 엉덩이가 네 개가 되고, 내 생각보다 비키니라인이 많이 드러났다. 수모는 뭐 이리 쓰기 어려운지. 당황했다. 안 입어보고 수영장에 갔으면 아주 큰일 날 뻔했다. 수영복을 건조대에 널어놓고는 유튜브에 “초보 수영복”을 검색해 봤다. 동영상을 볼 수록 저렇게 입는 게 맞기는 한 거 같은데, 일단 컷이 부담스러워서 초보자용으로 하나 새로 구매해야 했다. 다음날 출근해서 동료에게 물어보니, 내게 준 수영복은 미들 컷이라서 그렇게 많이 파인 게 아닌데 수영복을 처음 입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내가 여행 가서 입었던 수영복은 대부분 다 로우컷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작게 입어야 물에 들어갔을 때 물이 안 들어오고, 늘어나기 때문에 조금 작게 입는 게 맞다고 했다. 하지만 초보자용 수영복을 새로 구입하기로 했다. 초보자들이 많이 입는 나이키 패스트백 로우컷. 내가 사는 곳엔 백화점이 없어서, 인터넷으로 대충 사이즈를 확인하고 진한 녹색을 주문했다. 새로 산 수영복도 입기는 빡빡했지만 첫 수영복보다는 입기가 수월했고, 컷도 좋았다. 여전히 어깨는 조금 불편하고 엉덩이는 네 개였지만 로우컷이라는 게 마음이 안정되었다.


 처음 가서 이모들에게 등짝을 맞기 전에 유튜브로 수영장 에티켓을 배우고, 사야 할 것도 정리했다. 은근 살 게 많다. 여러 개의 동영상을 보고 내린 결론은 들어가기 전엔 올인원 비누로 씻고 수영 후 나와서 수영전용 샴푸와 세안제를 쓰기로 했다. 다이소에서 목욕바구니도 하나 구매했다. 도브 뷰티바(집에서 기존 사용하고 있어서 구매하지 않음)와 새로 산 애프터스윔 샴푸와 클렌징폼, 치약과 칫솔, 건식수건, 수영복, 수모, 수경, 실리콘브라까지 목욕바구니에 하나하나 담았다. 갈아입을 속옷과 화장품은 가방에 따로 챙겼다. 출근길에 잊어먹지 않도록 목욕바구니를 현관에 두고 나니 진짜 수영을 배우긴 배우나 싶다.


무언가를 목표로 할 때, 소문을 많이 낼 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다. 수영마니아인 친구에게도, 나의 물 공포증을 아는 친구들과 가족들에게도 ‘ 나 다음 달부터 수영 배워!’라고 이야기했다. 물놀이할 때의 나를 아는 친구들과 남편은 용기가 대단하다고 나를 북돋아줬다. 모두에게 응원을 받으니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드디어 내일이다. 기대되고 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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