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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풀 Sep 15. 2023

물살을 가르는 것을 느끼는 순간

나도 할 수 있나?



회사 야유회 일정으로 수업을 무려 나흘이나 결석하게 되었다. 단 두 번의 강습 후 결석이라니! 2일 차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께 이번주 내내 결석 예정이라고 하니, 고개를 좌우로 흔드시며 따라가기 힘들 텐데 하며 걱정하셨다. 선생님, 그런 표정 하지 마세요. 안 그래도 진도가 빠른데, 걱정을 한가득 안고 가게 되었어요.

 

 다음 날, 저녁 강습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신 아침 일찍 일어나 7시 자유수영 시간에 수영장을 방문했다. 오늘 도 여전히 초보라인엔 '내 눈엔' 초보가 아닌 분들의 자유형 연습이 연신 진행되고 있었다. 물속에 들어가고 물 위에 뜨는 것조차 버거운 내 눈에 들어온 건 관리감독 선생님의 의자 뒤로 보이는 유아풀이었다. 워밍업이 필요한 나는 유아풀에서 조차 쉬이 고개를 숙이지 못했다. 또 처음 물속에 들어가는 사람인양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귀까지 푹 담글 수 있었다. 이제 물속으로 얼굴을 한 번 집어넣어 봤으니, 다음은 출발이다. 일어나면 종아리까지 오는 유아풀에서 대체 어떻게 출발을 해야 하나 난감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물속에 앉아 있는데 유아풀로 들어와서 자연스럽게 출발하는 분을 보았다. 쪼그려 앉은 채로 팔을 쭉 뻗으며 머리를 숙이고 발 끝으로 바닥을 밀어주며 앞으로 슝- 미끄러지듯 가는 게 아닌가. 아하, 저렇게 출발하는 것이군! 눈으로 보고, 머리로 이해는 했지만 또 두려움이 생겨 쉽게 도전하지 못했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 이렇게나 어렵다.

 

 숨을 흡- 들이마시고 딱 한 번만 해보자, 한 번만 해보면 할 수 있다. 마인드 컨트롤만 여러 번 하다가 발끝에 힘을 주며 바닥을 밀어냈다. 슈웅, 나아간다. 추진력을 받아 물 아래쪽으로 이동하다가 순간 몸이 둥실하고 떠울랐다. 역시나 처음 한 번이 어려웠다. 발이 쉽에 닿아버리는 낮은 유아풀에서 연습하니 무서움도 없었다. 위험하지 않다는 걸 인지하고 나서는 계속해서 출발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어? 이거 조금 재미있는 걸? 로켓처럼 슈우웅- 하고 나아가잖아!


 오늘도 혼자만의 연습으로 한 개 해냈다. 성취감에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수영장을 나왔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머리가 흩날렸다. 상쾌했다. 이 맛에 아침 수영을 하나보다.








 회사 야유회는 베트남 냐짱으로 떠났다.

 이틀간 머무를 리조트엔 수영장이 두 개나 있었다. 난 이 리조트에서 물속에서 일어나기를 마스터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첫날엔 리조트에 오후 늦게 도착을 해서 물에 몸만 적셨고 이틀 차에 조식을 먹고나서부터 점심까지 계속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방 창문 너머로 보이는 수영장은 반으로 갈라 위쪽은 발목보다 조금 더 높이 올라오는 유아풀, 아래쪽은 목까지 차오르는 극단적인 수영장이었다. 내가 연습을 하기엔 깊은 물이어서 식당 너머 반대편에 있는 다른 수영장을 사용했다. 여긴 유아풀과 1.3M 정도의 깊이의 풀이 섞여 있었다.


나도 이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이 되었다




 언제나처럼 먼저 유아풀에서 스타트 연습을 몇 번 하며 '마음이' 물에 익숙해지게 했다. 그 후 깊은 풀로 이동해서 양발을 띄워 벽을 밀치며 출발하기 연습과 물속에서 잘 일어나기 연습을 했다. 일단 물속에 머리 넣고 엎드려 뜨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자 양발을 들어 벽에 대는 것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물에 대한 공포가 없는 분들은 정말 수영 배우기 수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벽을 밀치는 힘으로 물살을 가르며 출발해 발차기를 했고, 이제 문제는 여기서 잘 일어나는 것이었다.

 유튜브 영상을 여러 개 본 바로는 팔과 무릎을 몸의 중심 쪽으로 끌어당기며 발이 바닥에 닿으면 일어나면 되는 것이었다. 중요한 점은 발이 바닥에 닿기 전에 머리부터 들면 안 된다는 것. 머리로 계속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본다. 언제나 처음은 항상 용기가 필요하다. 또 새로운 것을 하다가 물을 먹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과 진정하고 본 대로만 해보자는 도전정신을 가지고 발끝으로 벽을 밀어냈다. 

벽을 미는 힘으로 추진력을 받아 앞으로 나아가며 발차기했다. 더 이상 숨을 참을 수 없을 때까지 이동해선 팔은 뒤로 밀고 다리는 앞으로 당겼다. 발이 자연스럽게 바닥에 닿았고 허우적 대지 않고 일어났다! 만세를 하고 소리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방법을 알고 나니 어렵지 않게 물속 일어나기를 할 수 있었다. 


 그 후로도 계속 반복 연습을 했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물의 저항이 생소했다. 물을 밀어내는 게 물속으로 들어가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했다. 손을 모아 쭉 펴고 출발할 때 물살을 가르는 느낌은 공기튜브로 감싸진 내 몸이 저항을 뚫고 총알처럼 이동하는 기분이다. 수평으로 잘 가다가 순간 중심을 잃으면 기우뚱해져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머릿속으로 '힘 빼자' 생각하면 또 괜찮아진다. 엎드려 뜨기와 잘 일어나기가 무섭지 않으니 물속이 즐거웠다. 튜브를 타고 동동 떠서 한참을 놀았다. 뒷목과 팔이 발갛게 탈 정도로 오랫동안. 



내가 물에 떠 있다니


 



오기 전에 수영을 등록하지 않았다면 여기와 서는 튜브 끼고 노는 것도 많이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 무서워' 인간이어서 물에 들어가는 것조차 어려워 선베드에 누워 다른 사람들이 노는 것만 보고 있었을 텐데 스스로의 발전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 물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자 물속에서 노는 것이 즐겁다. 돌아가서의 수영 강습을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그것 또한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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