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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풀 Sep 20. 2023

여전히 뚝딱대는 중

어느덧 3주 차


호흡을 신경 쓰면 발차기가 안되고, 발차기를 신경 쓰면 호흡부터 팔 돌리기까지 되는 게 하나도 없다.


머리를 치켜들지 말고 어깨는 90도로 틀어야 하며 으으으음—하며 팔과 고개를 돌리는데, 그 팔은 엄지 손가락이 내 허벅지를 스치며 가르듯 뒤로 밀어내야 하며 음—하며 물밖에 나온 순간 파-하! 하고 숨을 들이켜면서 팔을 다시 앞으로 가져와야 한다. 무엇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 엉성한 동작들이 모인다. 가라앉지 않기 위해 몸에는 힘이 들어가고 정신 못 차리는 새에 코로 물이 들어온다. 하나가 된다 싶으면 나머지가 안되고 또 다른 하나가 된다 싶으면 아까 됐던 동작마저 오류가 난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정말 수영을 할 수 있게 되는 걸까?


 수영은 정말 자괴감과 성취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운동이다. 강습 때 배운 것을 유아풀에서 연습한다. 연습하지 않으면 다음 진도를 따라갈 수 없다. 연습을 해도 겨우 따라가기 때문에 수업 시작 전, 수업 후 꼭 20분 정도 복습을 하고 있다. 계속 안 되던 것이 갑자기 수업 전에 성공하고 나면 조금 든든한 마음으로 수업에 들어갈 수 있다. 내 나름의 ‘마음준비’다.


 며칠 전에도 유아풀에서 연습을 하고서는 수업에 들어갔다. 엎드려 발차기를 하다가 몸을 돌려 사이드 발차기를 하는 걸 연습했었다. 연습 때는 잘 되지 않았는데, 수업에 들어가니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닌가. 유아풀은 깊지 않아 사이드 발차기가 잘 되지 않았던 걸까. 안 되던 동작에 성공하는 그 기분은 짜릿하다. 천장을 쳐다보며 발차기를 하자 앞으로 쭉쭉 나아간다. 나도 스스로 놀라서는 '오, 된다!'라는 말이 터져 나온다. 뒤에서 들려오는 '되네!' 하는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발차기에 집중해 본다.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잘하지도 않는다. 몸치에 가깝다. 30대가 되고 어쩔 수 없이 건강을 위해 시작한 헬스가 나에겐 꽤 잘 맞는 운동이었다. 정해진 루틴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이 내 성격과 잘 맞았고, 하면 할수록 들 수 있는 무게와 횟수가 늘어나는 데서 오는 성취감도 좋았다. 필라테스와 PT에 이어 세 번째로 배우는 운동이 수영이다. 물에 대한 공포 때문에 쉽게 포기하게 될 줄 알았는데 이게 은근히 도전의식을 자극한다. 하루에 수영 관련 유튜브를 거의 2시간은 보는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수업시간에 내가 왜 그 동작이 안 됐는지 이해하게 된다. 당장 내일 가서 해보고 싶어 진다. 저렇게 하면 될 것 같지만 몸치인 나는 많은 연습이 필요할 것이 분명하다. 


 내가 용기 내어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뀔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수영을 가기 전에 항상 마음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보통 사람은 모를 이 기분. 물 무서워 인간에게는 매일 이런 결연한 다짐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수업이 끝나고 나면 더 개운하고 뿌듯하다. 나는 오늘도 도전했고 포기하지 않았고 이렇게 또 한 발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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