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습을 떠올리면 왜 가슴이 두근거릴까. 아마도 잘 못하는 동작이 꼭 해내야만 하는 숙제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일 테다. 진지하고 정석적인 스타일인 나는 심지어 취미생활마저 '열심히'하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무언가 하기 싫은 업무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맨 마지막으로 미루기보다는 먼저 해치워버려야 마음이 편한 성격도 현재의 사태에 한몫을 한 듯하다. 잘 되지 않는 그 숙제를 얼른 마무리 지어버리고 싶은 것이다.
어느 날 아침, 회사 동료가 수영은 잘 다니고 있냐며 물었다. 마음먹은 것처럼 안된다며 속상해했더니 뭘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냐며 '운동 선수 할 거 아니고 취미잖아~'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오! 그렇지. 나 어디 대회 나가는 거 아니지!
네이버를 켜고 어학사전에 들어가 <취미>를 검색해 봤다. 취미의 사전적 뜻은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이다. 모니터에 뜨는 글자를 보곤 피식 웃음이 났다. 최근의 수영강습을 떠올리면 거의 즐기지 못했다. 물론 극초반에는 물 자체가 무서워서 즐기고말고의 여유 따위는 없는 게 당연했다. 곧 한 달을 바라보는 지금은 조금은 편하게 물을 대하고 있다. 물 공포증이 줄어든 지 얼마나 되었다고 진도를 따라가지 못한 걸 발을 동동거리며 조급해했는지 생각해 보면 조금 웃기기까지 했다.
8월까지는 '물'을 싫어하는 것에 가까웠던 사람이 지금 물에 뜨고 발차기를 하는 것 자체가 많은 발전인데 처음은 까맣게 잊고 스트레스를 받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개인레슨이 아니고 여러 명이 함께 수업을 받다 보니 배운 대로 잘하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움을 느끼는 동시에 압박감을 받았나 보다. 아직은 팔 따로 다리 따로 각각의 동작들이 잘 조합이 안되지만 연습하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되는 날이 찾아온다며 결국은 포기하지 않는 자가 승자라고 했다. 게다가 난 운동신경이 부족한 인간 아닌가. 조급해하지 말고 나만의 페이스대로 하나씩 천천히 해보자. 매일 다짐만 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