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이 재미있어요
한 달 하고 반이 지났다. 지난달에는 팔 돌리기, 발차기, 호흡을 동시에 하려고 하면 모든 것이 무너졌다면 현재는 부족하지만 세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게 되었다. 호흡이 되고 나니 내가 안 되는 것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수영을 할 수 있었다. 왼팔을 굽히지 않고 바르게 편 상태로 허벅지까지 가져가는 것이 잘 되지 않는다. 스타트하고 두세 번까지는 되는 것 같은데, 그 이상은 하체가 가라앉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고 하체가 가라앉으니 뜨기 위해서 힘으로 물을 눌러가면서 억지로 25m 끝까지 가는 느낌이었다.
요즘도 여전히 수영 유튜브를 즐겨보는데, 지난달에는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안 되었던 영상들이 지금 보면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영상들이 있다. 자유형 초보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한 영상이었는데, 하체가 가라앉으니 물에 저항이 걸려서 앞으로 잘 나아가기가 어렵다는 영상이었다. 스트림라인을 유지하지 못하고 하체가 내려가는 것은 물에 닻을 내리며 가는 것과 같다고 했다. 예시로 보여준 초보 수강생은 시작할 때는 유선형을 잘 유지하며 가지만 자유형을 시작하면 하체가 가라앉으며 유선형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코어의 힘이 부족한 이유도 있으나 처음엔 시선이 바닥이었다가 자유형을 하면서 시선이 약간 앞쪽을 보는 것으로 변했던 것이 문제였다. 그 동영상을 보는 순간 왠지 내가 그렇게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을 가면 동영상에서 배운 걸 '잘' 생각하면서 해봐야겠다.
수영을 하고 난 후 변화가 몇 가지 있다.
먼저 제일 크게 체감하는 것이 수면의 질 상승이다. 나는 본래 잠을 잘하는 편이다. 카페인에도 크게 영향이 없고, 누워서 전자책을 켜고 읽다가 20분 이내 잠에 빠져든다. (이런 내가 잠을 못 자는 때는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뿐이다. ) 수영을 시작한 후로는 20분이 뭐야, 전자책도 안 보고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5분 컷이다. 그리고 꿈도 꾸지 않고 숙면을 취한다. 요즘은 아침에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질 때가 많다.
두 번째는 허리통증 감소. 나는 아주 약한 디스크(현대인이라면 조금씩 다 있다는)가 있다. 수영을 배우기 전 까지는 헬스장에 다녔다. 체력증진과 허리통증 완화를 위해 피티를 두 달간 했고, 그 이후로는 자율 운동을 했다. 어느 날, 유퀴즈에 출연하신 정선근 선생님 동영상을 보게 됐고 무슨 비법이 있을까 싶어 백 년 허리라는 책을 샀다. 허리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 하면 안 되는 동작 그림에 죄다 내가 하는 동작들이 있는 것이 아닌가. 엑스가 쳐져 있는 그 동작들을 배제하고 나면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건 걷기 정도가 최선인 듯했다. 걷기도 오래 하면 허리가 뻐근하고 무릎이 아팠다. 꾸준히 조금씩 하니까 늘기는 했으나 조금 무리하면 바로 통증이 있었다. 수영을 하고 나서는 확연히 허리통증이 줄었다. 기분 탓인가 싶다가도 항상 아프던 오른쪽 아랫부분이 아프지 않은 날이 더 많다. 자유수영 시간에 옆에 계시던 할머님이 본인은 지금 80대인데, 70대 때 척추협착증 때문에 수영을 시작하게 됐고 현재는 허리가 하나도 아프지 않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던 것이 기억난다.
세 번째는 자존감이 올라갔다. 내가 두려워하는 무언가를 깨고, 느리지만 조금씩 나아간다는 게 굉장한 성취감을 준다. 다른 어떤 것에도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물이 두려운 분들, 일단 한 번만 수영장에 가보라고 하고 싶다. 그 한 발 만으로도 많은 것이 변할 수 있다. 내가 그런 것처럼 말이다.
요즘엔 수영복을 구경하는 재미에 빠졌다. 네이버 카페에 가입을 하고 보니 또 다른 세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수영복과 수모 코디 사진을 보며 사고 싶은 수영복을 눈독 들인다. 첫 강습용 수영복 외에 벌써 두 벌을 장만했다. 화사한 수영복을 입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초보라인에서 화려한 수영복을 입는 것이 뻘쭘하지 않을까 했는데, 이것도 기세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남에게 관심이 없음을 또 한 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