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풀 Oct 26. 2023

스스로의 재발견

중급반으로 승급하다



기본적인 동작을 다 배우고 나서는 계속 자유형 반복이다. 이를테면 어제 25M 반복을 했다면 오늘은 25M 간 후 ‘쉬지 않고’ 바로 되돌아오는 왕복을 반복한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면 쉬지 않고 2바퀴를 도는 것을 목표로 한다. 포인트는 중간에 일어나더라도 무조건 쉬지 않고 출발하는 것 그리고 다음엔 지금보다 조금만 더 가보는 것이다.

 선생님은 회원들의 모습을 유심히 보시곤 고칠 점을 이야기해 주신다. 나의 문제는 팔이 자꾸 구부려지는 것이다. 허벅지까지 팔을 곧게 내려야 하는데 옆으로 빠져버리니 속도가 나지 않는다 하신다. 처음 스타트 할 때는 되는데, 힘이 빠지면서 팔이 구부러진단다. 나도 수영을 하면서 그게 느껴진다. 계속 내 동작을 생각하면서 해야 하는데 끝까지 가야 하는 것에만 정신이 쏠려 중간부터는 무아지경이 되고야 만다.


수영을 배운 지 이제 딱 2개월 차이다. 오늘은 다음 달 수강등록이 있는 날이었다. 아침 5시 59분에 알람을 맞춰놓고 반쯤 감긴 눈으로 사이트 로그인 후, 다행히 수켓팅에 성공했다. 무려 중급반 등록이다!


 수강등록일 전 날엔 항상 테스트가 있다. 통과하면 승급, 그렇지 않으면 한 달 더 같은 반에 등록해야 한다. 지난달에는 실력부족으로 테스트를 자의로 포기했다. 어제는 나 포함 다섯 명이 출석했고, 아주 단출하게 테스트를 진행했다. 25M 왕복을 1분 안에 해야 하며 자세도 본다. 선생님은 시험 아니고 평소 수업하는 거라고 생각하라고 하시는데, 심장이 두 근 반 세 근 반 뛰었다. 물 밖으로 올라와 앉아서 짝짝짝, 도착한 분들에게 박수를 보내면서도 긴장은 풀리지 않았다. 남자분들이 먼저 순서대로 진행했고, 마지막으로 내 순서가 되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하던 대로 하자,라고 생각하며 발로 벽을 밀어냈다. 조금 긴장한 탓인지 처음 동작에 어깨가 덜 열린 느낌이었다. 두 번째부터는 괜찮게 된 느낌이었으나 점점 팔이 옆으로 빠졌다. 하지만 목표는 완주니까 느리더라도 끝까지. 오른손 끝이 벽에 닿았고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회원들의 박수소리가 들렸다. 완주는 했다!


테스트 후 모두에게 꼼꼼하게 코멘트를 해주셨고 역시 나는 예상대로 왼 팔이 문제였다. 계속 의식하면서 연습하면 점점 나아지겠지?

 오늘 시험 본 다섯 명 모두 다 같이 승급을 하게 되었다. 매번 꾸준히 나오는 사람들이었다. 수영장 물을 많이 먹을수록 빨리 는다는 말을 몸소 느꼈다.

 중급반은 6개월 이상 듣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서, 하루아침에 초급에서 중급으로 가면 처음엔 따라가기가 조금 힘들 수도 있다고 한다. 수업시작하면 자유형으로 기본 5-600M는 돌고 시작한다고 하니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여름 전까지만 해도 나의 이런 모습은 상상에도 없던 모습이다. 나도 모르 던 나, 스스로의 재발견이다. 즐겁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언가 변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