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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풀 Nov 03. 2023

뺑뺑이 지옥

체력이 늘까요?


중급 강습 첫날. 역시나 첫날답게 수영장에 물 반, 사람 반이다. 중급 강습의 정원은 30명인데 25명 정도 출석했다. 20명이 정원인 초급반은 레인을 한 개 사용했었는데, 중급은 두 개의 레인을 사용한다. 오늘은 한 레인을 왕복하고 오면 다른 레인으로 넘어가서 다시 왕복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중급반에서 만나는 C선생님은 괜히 더 반가운 느낌이다. 오늘은 풀부이 잡고 발차기 4바퀴(200M), 자유형으로 10바퀴(500M), 배영 발차기로 4바퀴(200M) 순서로 숨 쉴 틈 없는 수업이었다.

 기존에 중급반이었던 사람들이 앞에 있고, 다 같이 올라온 나 포함 다섯 명은 맨 뒤로 이동했다. 순서에 맞춰 한 명씩 출발이다.

 자유 수영을 가면 기본 루틴처럼 킥판 발차기를 2-3 바퀴씩 돈다. 어느 날 내 발차기 소리가 첨벙 첨벙이 아니라 슉슉 슉슉, 혹은 챱챱 챱챱으로 들렸다. 오리발을 꼈다고 생각하고 부드럽게 발목으로 물을 가르는 생각이 도움이 되었다. 종아리에 쥐가 난 이후로는 허벅지로 물을 더 누른다는 생각으로 했더니 현재까지는 쥐가 다시 나지 않는다.

 발차기를 할 때 힘을 줘서 하지는 않아서 인지 워밍업 발차기는 숨도 차지 않고 아주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옥은 이제 시작이었다.

 

오늘 목표는 몇 바퀴입니다, 하고 이야기해 주신 게 아니고 그냥 내 순서가 되면 계속 돈다. 다 하고 보니 오늘 총 900M를 돌았던 것이다.


 자유형 시작에는 항상 롤링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처음 반 바퀴는 어깨도 잘 안 열리고, 롤링이 안되니까 ‘힘’으로 수영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숨이 가빠져서 점점 더 수영하기가 힘들어진다. 다음 바퀴엔 익숙해져서 롤링이 되지만 내가 잘 안 되는 ‘팔’에 신경 쓰다 보면 또 정신이 없다. 그렇게 한 4바퀴가 넘어가면 힘들어져서 자세가 엉망진창 무너지기 시작한다. 코어에 힘이 빠지니 몸이 뒤뚱뒤뚱, 팔도 엄청나게 구부러지고 물을 아주 쓰다듬는다. 참고 계속해서 하다 보면 한 7바퀴째엔 온몸에 힘이 빠지는데, 그 순간 뭔가 가뿐하게 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을 잡을 땐 힘을 빼고, 물을 밀 때 힘주어 밀고, 리커버리 하며 손을 물속으로 집어넣을 때 리듬을 타며 수면 아래로 손을 깊숙이 찔러 넣으면, 내가 속도를 내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집중하지 않으면 이 감각도 금방 달아나 버린다.


기억에 남는 건 내 등 뒤에서 들려오는 선생님의 “출발!” 소리. 선생님, 숨 쉴 틈 조금만 주시면 안 되나요? “자, 마지막 바퀴! “ 헉헉대는 숨 고를 틈 없이 몰아치는 선생님의 재촉에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저 끝에 벽이 보인다. 손을 쭉 뻗어 벽을 잡고 고개를 내민다. “하면 돼, 잘했어요.” 하는 선생님의 말씀에 기분 좋게 다른 회원님들의 뒤를 쫓아 걷기 대열에 합류했다.


 수업시간에 이렇게 뺑뺑이를 시키는 이유는 누가 시키지 않으면 자유수영 때 이렇게 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쉬지 않고 계속해서 갈 수 있는 거리를 늘려가야 점점 체력이 느는 것이라며. 본인의 한계를 넘어서면 자세가 흐느적대고 무너지는데 그때도 나의 동작에 집중해서 해야지만 체력도, 실력도 늘어난다고. 정말 맞는 말인 게, 초급반에서 두 바퀴도 한 번에 못 돌았던 내가 어영부영 떠밀려 뺑뺑이를 하고 있다. 물론 앞사람 출발 전까지 약간의 시간은 있다. 이 마저 없으면 못했을 터.

 하다 보면 정말로 ’ 쉬지 않고도 ‘ 뺑뺑이가 되겠지? 될까? 일단 해보자. 꾸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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