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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풀 Nov 17. 2023

나도 평포자?

평영 그거 뭔데 


 요즘 강습은 자유형 평균 5~8바퀴, 배영 4~5바퀴로 시작한다. 샤워실에서 나와 물속에 들어가면 춥다 추워하며 오들오들 떠는데 워밍업을 하고 나면 얼굴이 시뻘게지며 열이 오른다. 워밍업 후 모두 불타는 고구마 같은 얼굴을 하고선 걷기를 한다. 여기까지 하고 시계를 보면 25분 정도가 지났고, 남은 25분 동안 평영 수업이 시작된다. 


 평영 첫 수업 날 "평영 안 배우신 분?" 하고 묻는 선생님의 말에 손을 번쩍 들었다. 유아풀로 이동해 발차기 시범을 봤다. 여태까지 배운 자유형, 배영과 다르게 평영은 발 옆면과 발바닥을 사용해야 했다. 모두 둥둥 떠서 팔로 바닥을 짚고선 몸을 지탱하고 발동작을 연습했다. 선생님이 한 명씩 다리를 잡고는 평영 발 움직임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셨다. 무릎을 바깥으로 많이 벌리지 말라고 하시는데, 잘 안된다. 다리를 접으라고 하면 나도 모르게 무릎이 벌어지는 듯했다. 유튜브를 여러 개 본 결과 다리는 <> 이렇게가 아닌 w로 해야 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역시나 몸으로 출력이 잘 되지 않는다. 다리를 접는 것도 어렵고 발을 차고 난 후 끝까지 모아주는 것도 어렵다. 

 유아풀에서 간단히 동작을 익힌 후 다시 성인풀로 이동하여 킥판을 잡고 발차기를 했다. 뭔데 이거. 어이없어서 비실비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앞으로 전혀 나아가질 못한다. 제자리걸음이다. 어설프게 한번 발차기를 해보고는 벌떡. 다시 출발해서 발차기 한번 하고는 벌떡. 2회 이상 발차기 불가이다. 


 한 주 내내 워밍업+ 킥판 평영 발차기를 진행했다. 하지만 전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전혀 감을 잡지 못하니 흥미도 떨어지고 있었다. 발 날로 물을 민다는 느낌도 모르겠고, 킥판을 들고 하니 다리가 더 가라앉아서 대각선으로 가고 있다. 대각선으로 가고 있으니 당연히 저항이 생겨 앞으로 가기 힘들다. 발차기를 하고 의식적으로 등을 눌러 하체를 띄우라는데, 아니 선생님! 그게 안된다고요. 저도 답답하다구요. 




 일주일은 발만 계속 연습했고, 그다음 주가 되자 팔 동작이 시작되었다. 나를 비롯해 지난달에 배웠지만 잘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까지 5명은 가장자리 빈 레인으로 이동했다. 물 위로 올라가 킥판을 배 아래 깔고 어깨까지만 물에 담길 수 있게 엎드렸다. 하나에 양팔을 어깨너비 보다 조금 더 벌리고, 둘에 팔꿈치는 그대로 둔 채 손과 아랫팔만 꺾는다. (싸이의 '새'자세를 취해준다) 그리고 셋에 양팔을 모아주며 앞으로 쭉 밀어준다. 흐흐, 뭐 어떻게 한다고요? 선생님이 팔을 잡고 연습을 시켜주시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 종이 인형처럼 나부낀다. 

 여러 번 연습을 하고는 바로 실전이다. 자유형 발차기를 하며 팔 동작하기. 뭐 어찌어찌 되는데, 이게 뭐 되는 건지 아닌 건지도 알 수가 없다. 팔로 동그라미를 그려? 물 밖에 나오자마자 들어가? 들어가면서 바로 허리를 펴줘야지 허리가 안 아파? 피드백은 계속 들어오는데 난 아무 생각이 없다. 혼이 빠져나간다. 하하하. 


첫 달이니 당연하다며, 못하는 편은 아니라고 하시는 선생님의 말씀이 조금은 위로가 된다. 평영 포기자, 평포자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수력이 긴 분들도 평영을 깨닫는데 오래 걸린 분들이 많은 걸 보니 어려운 영법이긴 한 듯하다. 더군다나 나는 몸치니까, 하고 위안을 해본다.

 초급반에서 같이 올라온 분들은 다들 어디 가신 건지 동지들이 없어서 외로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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