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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풀 Jan 03. 2024

수친 생기다

그런데 이제 한 집에서 출발하는


*수친은 수영친구의 줄임말입니다



수영 같이 다니자는 3개월의 꼬드김에도 굳건하던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나도 다음 달부터 수영 배울까?'라고 했다. 수영 시작하고 살이 쪽쪽 빠지는 내 모습을 보더니 마음이 동한 것이다. 마침 말 나온 주에 다음 달의 수강신청이 있었다. 맘이 바뀔세라 얼른 홈페이지 가입을 시키고, 아침 여섯 시에 울리는 알람에 남편을 흔들어 깨웠다.


수영을 배운 적은 없으나 자유형 흉내는 낼 줄 아는 물속성 인간인 남편은 첫 주 수강엔 시들했다. 초급반 첫 주는 물에 뜨기, 호흡하며 걷기 등 아주 기초적인 내용 수업이다 보니 그럴 만했다. (나는 물 무서워 인간이라 첫 주도 아주 고생했다.) 킥판 발차기, 킥판 팔 돌리기, 호흡 등 수업이 점차 진행되니 굉장히 재미있어하기 시작했다. 배워서 한 수영이 아니다 보니 새로운 걸 배워서 습득하는 게 재미있다했다. 게다가 다른 초급 분들은 정말 '초급'이어서 물에 익숙한 남편을 보고 잘한다, 잘한다 하니 그게 또 어깨 으쓱해 보였다.



수친이 생겨서 좋은 점은 자유 수영 때 빛을 발한다. 내 모습을 볼 수가 없으니 항상 내가 어떻게 하는지 알 수가 없었는데, 남편과 같이 가니 서로의 폼을 봐줄 수 있어서 좋다. 물에 대한 두려움도 없는 데다 운동 신경도 좋은 남편은 뭐든 가볍게 해냈다. 요즘 내가 애먹고 있는 풀부이 끼고 하는 자유형 드릴도, 평영 팔 동작도 아주 쉽게 했다. 풀부이 낀 채 팔 동작만 하면 이리 뒤집히고 저리 뒤집히는 나로선 신기하면서 오기가 생겼다. 내가 어떻게 하는지, 어디가 안 되는지 피드백을 받고 점차 연습하니 조금씩 나아지게 되었다. 편하게 물어볼 수친이 생겨서 수영 가는 길이 더 즐겁다.



어느 날 저녁을 먹은 후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남편은 수영복을 사야겠다는 선언을 했다. 남편은 나와는 다르게 뭐든 하나 살 때, 굉장히 많은 비교와 고민을 거친 후에 구입을 하는 스타일인데 수영복도 다르지 않았다. 몇 날 며칠 수영복과 수모를 코디를 하며 어떻냐는 카톡이 왔다. 최종적으로 수영복 하나에 수모 두 개를 구입을 하고서도 장바구니에 담겨있는 것이 가득했다. 요즘에도 심심하면 수영복 구경을 하는 듯했다. 한 달에 하나씩 수영복을 사는 내 모습을 보며 하나 입으면 되지 왜 그렇게 사냐고 하더니, 역시 겪어 보지 않은 것에 대해 함부로 말하면 안 되는 거다. 음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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