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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풀 Mar 20. 2022

그 여름






지독하게 더웠다.

자취방엔 에어컨이 없었다.

차가운 물을 받은 세숫대야를 방에 들여놓고

발을 담갔다. 아이스팩을 수건으로 감아 끌어안았다.

선풍기 바람은 습하고 미지근했다.

깍둑 썰어놓은 수박의 온도도

하나 둘 집어먹는 사이에 금세 올라갔다.




고양이도 더웠다.

겨울에는 제일 따뜻한 곳을

여름에는 제일 시원한 곳을

귀신같이 알아챈다.

고양이가 있는 그곳이

가장 따뜻하고 가장 시원한 곳이다.




고양이들은 해가 높이 뜨기 시작하면

침대 밑으로 들어가서

해가 다 어지고 나서야 나왔다.

그 밑에서 종일 잤다.




목욕을 싫어하는 고양이들이지만

한 여름날 목욕 후

젖은 털을 다 말리고 나

그르릉 거리며 기분 좋아했다.




밤마다 혀 시원하지 않은

싸구려 대나무 자리에 셋이 나란히 웠다.

대나무 자리는 우리의 열을 흡수해

등을 뜨끈하게 만들었 

그에 열기를 피해 옆으로 옮겨가며

잠깐의 차가움을 느꼈다.




열어놓은 창문으로는

축축한 삼겹살 냄새가 들어왔다.

원룸 건물 맞은편 식당의 시끄러운 노랫소리가 머리를 울렸다.

열대야에 창문을 닫지도 못하고

괜히 시원하지 않은 선풍기원망하며

그 여름을 보냈다.  




침대 밑의 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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