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반 워맨스

유치원 교사, 그녀들의 워맨스

by 희블리

<인물설정>



*임주혜(26세, 초임)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다는 불변의 진리 속에서 베이커리, 학원 등 나름 서비스업에 인재라 불리며 다년간 아르바이트를 했다. 누가 정했는지 모르는 사회 기준에 따라 뒤처지기 싫어서 악착같이 대학에 가고, 취업 준비를 했다. 고등학교 시절 문학소녀라 불릴 만큼 도서에 대한 사랑이 남달라 국문학도를 꿈꿨으나, 수능날 미역국을 먹은 것도 아닌데, 성적이 수직 낙하했다. 관심도 없던 유아교육과에 진학을 하게 된 후부터 인생이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다행히 대학교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 어찌어찌 졸업은 무사히 했으나 졸업 후부터가 진짜임을 알게 되었다. 졸업 후엔 취업, 취업 후엔 결혼, 결혼 후엔 출산 등 사회가 정한 기준에 아등바등 따라가다가 가랑이 찢어지기 전에 인풋, 아웃풋이 확실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달빛 유치원 초임 교사로 취직한다.

#나이_많은_신입





*곽여은(32세, 9년차 교사)

대학 졸업 후, 바로 유치원에 부담임으로 취업했다. 3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나 전공의 적합성을 따지기도 전에 언니, 오빠따라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처음 입사한 유치원은 ‘제일 빡센’ 사랑 유치원이었다. 초임부터 정담임은 줄 수 없다는 암묵적인 이 시장의 룰에 따라 부담임 겸 종일반 담임으로 시작했다. 점심 밥을 먹다가도 ‘띵동!’ 소리가 나면 물휴지를 갖고 화장실로 향했다. ‘내가 닦아준 엉덩이만 수천이 되리라...’ 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견딘 후, 2년차부터 정담임만 쭉 하며 9년째 유치원 교사를 하고 있다. 아이들의 자립심을 키울 수 있도록 ‘스스로 하세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옆에서 지켜보면서 도와주는 교사로 다정함보다는 잔소리 많은 엄마같은 스타일이다. 그래도 교육 활동 준비에 철저하고, 학부모와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베테랑 교사다. 경력이 쌓인만큼 더 대우를 바란다면 이 바닥에서 살아남지 못하리라. 경력이 높을수록 이직도 힘들고, 갈수록 학부모의 예민함과 무례함은 물가처럼 치솟아 오르지만, 몇 년째 호봉은 동결되어 오르지 않는다. 더럽고 치사하지만, 자격증이 이거 하나라 어디 갈 수도 없다! 내 나이 아직 32살인데! 내 앞날은?!

#꼰대_아닌_꼰대







*정현지(28세, 6년차 교사)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생각하는 프로 긍정러이자 메리츠 보험사 대표 모델을 할 정도로 사소한 걱정을 가득 안고 사는 6년차 유치원 교사. 이런 자신을 보고 여은은 ‘물 경력’라고 말하며 꼬집는다. 사실이다. 부담임 경력 4년에 담임 경력 2년뿐이다.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의 표정이 밝지 않거나, 전화 상담 시 학부모의 까칠한 태도에 하루 종일 끙끙 앓아가며 걱정한다. ‘혹시 내가 뭐 잘못했나?’라는 생각으로 늘 조심하는 메리츠 보험 대표 모델은 올해 초임 교사 주혜의 부담임 교사로 일하기로 한다. 매사 쿨한 여은의 첫 실습생이었던 현지는 여은과 사랑 유치원 때부터 알던 사이고, 여은의 추천으로 달빛 유치원으로 이직에 성공했다. 매년 퇴사를 다짐하지만, 매달 날아오는 카드 고지서에 퇴직서를 다시 가슴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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