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는 유명 블로거였다. 스타 블로거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내가 쓴 글이 자주 메인에 뽑혔고(유착의혹까지 받았다.;;;), 유명 블로거로 인터뷰까지 했다. 물론 엄청나게 특별한 블로그여서 내가 블로그로 인생을 바꾸었다거나 진로가 정해졌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람들에게 꽤나 주목받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벌써 10년도 더 전의 일이다.
블로그는 내가 없어도 여전히 잘 있다. 물론 이제는 한 달에 한 번도 잘 들어가보지 않는 곳이 되었지만. 그래도 그곳엔 10년도 더 전의 나의 사상, 감정, 의견, 생각, 주장들이 남아 있다. 쓴 글도 수백 편 가까이되어서 아마 지금도 브런치에 새 글을 올린 날조차도 블로그 방문자가 더 많을 것이다. 젊은 시절의 나를 추억할 수 있는 곳이다.
그때의 블로그도 다 그렇지는 않았지만 내 경우에는 무미건조한 편이었다. 물론 지금도 비슷하게 텍스트밖에 없는 브런치지만. 당시에는 IT가 지금처럼 발달하기 전이어서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도 쓸 수 있는 효과가 훨씬 제한되었다. 처음에는 '좋아요' 같은 것은 있지도 않았고, 유일하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댓글이었다. 아마도 처음에는 댓글 기능만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어느 때부터 댓글에 덧글도 달 수 있게 되었다. 그조차도 많은 변화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이 불과 10년 전이다.
한 천 명 정도 들어온다 치면 댓글은 많아야 수십 개 정도 되었으려나. 물론 글에 따라서 어떤 글은 정말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것도 있었다. 글을 쓰다 보면 그런 감이 온다. '아, 이 글은 대박 나겠구나.' 모든 예측이 성공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개는 맞았다. 내 글이 일주일에 두 번씩 메인 페이지에 등장할 수는 없으니 그런 글은 일주일 정도 간격을 두고 썼던 기억도 난다. 거의 모든 글에 댓글을 달아 주는 분도 계셨다. 잘 지내고 계실런지 모르겠다. 그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보던 지인도 있었는데.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하려고 했지만, 중간에 입대해야 했고 이후에는 사회생활이 이어지면서 학생 때처럼 에너지를 가지고 글을 올리는 게 쉽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는 사회생활에 대한 글은 왠지 생명력이 없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인터넷이 점점 발달하면서 블로그는 발전했고, 페이스북을 비롯한 다른 많은 서비스도 생겼다. 그리고 새로운 서비스가 생길 때마다 뭔가 없던 기능이 추가되었다. 당장 브런치만 보아도 '좋아요'가 있다. 네이버 밴드에서 나도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인데, 뭔가 내가 이 글을 보았다는 반응은 하고 싶은데, 댓글까지 달기에는 부담스러울 때 '좋아요' 버튼을 누르면 된다. 손쉽게 상대방에게 호응해 줄 수 있는 좋은 서비스다.
브런치를 시작한지도 서너 달이 되어가다 보니, 이제는 글을 올릴 때마다 '좋아요'를 눌러 주시는 분이 몇몇 분 계신다. 나 또한 '좋아요' 기능을 '좋아요' 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이것이 예전에 블로그를 쓸 때의 댓글보다는 확실히 부족한 느낌이어서 과연 소통이 잘 되고 있는지, 사람들은 나의 글을 어떻게 읽고 있는지 궁금해질 때가 많다. 내 경우에도 그렇지만 아마도 만약 '좋아요' 기능이 없었다면 누군가는 말을 했을텐데, 이제는 '좋아요' 기능이 그 모든 것을 대신하게 된 셈이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다. 모든 것이 좋아진 것 같으면서도 자세히 보면 좋아진 만큼 서운해진 부분이 분명히 있다. '좋아요'가 생긴 지금, '좋아요'가 생겼다고 해서 댓글이 없어진 것도 아니다. 그러나 '좋아요'로 편하게 대체할 수 있는 만큼, 예전처럼 굳이 고민해 가면서 상대방의 글에 댓글을 남겨질 필요는 사라졌다. 덕분에 우리는 더 편해지고, 고민은 덜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으려나.
이렇게 글을 마감하려고 보니, 내가 글을 더 잘 쓰고, 재미있게 썼다면 독자는 충분히 더 많고, 댓글도 달렸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구나, '좋아요' 때문이 아니었다. 나도 가끔은 댓글을 달고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