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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est Jun 19. 2021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72시간

접종에서부터 그 반응과 시중의 모든 전언까지

먼저 어떻게 해서 백신을 맞게 되었는지부터 설명해야겠다. 실은 나라는 사람은 독감 백신을 맞은지도 거의 30년이 지났고, 심지어는 군대에서 무료로 접종을 해 준다고 하는 신종플루 백신조차 맞지 않았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너무 길다면 아래의 두 문단은 코로나19와는 아무 상관도 없으니 안 읽어도 된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조금 덧붙이자면 군대에서 백신을 맞지 않는다고 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도 아마 그럴텐데 하물며 내가 신종플루 백신 접종 대상자였던 10년도 더 전에는 어땠겠는가. 나도 선임으로부터 백신을 안 맞겠다고 했다가 꽤나 갈굼을 받았지만, 원래부터 조금 막 나가는 편이었던 데다가 그해에 전역을 앞두고 있어서 무시하고 맞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과 전역을 두 달 정도 남겨두었던 후임들은 모두 백신을 맞았다.(이게 군대다.) 내가 알기로 우리 대대에서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은 나밖에 없었을텐데, 난 사람들에게 말한다. 대대가 아니라 어쩌면 전 군에 나 한 명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신종플루는 2009년 가을부터  겨울 사이에 대유행했고, 2010년 봄부터 백신을 맞았었다. 과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전염병이 유행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백신이 나온다는 게 너무 이상했고, 과연 부작용은 증명되었는지 의심이 들었다. 또 과학적인 생각도 있었다. 하나는 신종플루 의심 증상을 보이는 수많은 병사들과 함께 지냈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것이 그 첫째였다. 나는 신종플루가 돌 때부터 크게 염려하지 않았는데, 비과학적인 믿음이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워낙 감기를 많이 앓았던 터라 왠지 웬만한 면역은 형성되어 있을 것 같단 기대가 있었다. 당시 전 군의 지침이 의심 증상 병사들과 접촉할 때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거였는데, 난 그게 너무 귀찮아서 늘 병사들과 그냥 이야기했다. 그것도 바로 앞에서 얼굴을 보고.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역시 아무래도 원래 면역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또 다른 과학적인 믿음은 남들이 다 백신을 맞으면 나는 맞지 않아도 무방하기 때문이었다. 특히 대대에 나 한 명 빼고 전부 백신을 맞았다면 접종률은 99.8%에 가깝다. 의심증상이 있는 사람들과 접촉해도 안 걸리는데, 하물며 주변에 99.8%의 사람들이 백신을 맞은 다음에야.(실제 우리나라 접종률이 99.8%였던 것은 아니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서)


그런데 방금 이야기한 두 번째 과학적인 믿음은 상당히 신뢰할 만한 것이다. 그런 데다가 코로나19는 신종플루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큰 전염병인데 이렇게나 더 빨리 백신이 개발되고 사람들이 접종한다는 데에서 오히려 난 믿을 수가 없었다. 과연 부작용은 다 확인된 것일까? 화이자와 모더나 같은 mRNA 백신은 내가 알기로는 최초로 시도된 것이다. 의사 친구들조차도 장기 부작용은 검증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맞아도 될까? 그냥 남들이 다 맞으면 나는 맞지 않고 그냥 넘어가도 되지 않을까? 물론 너도 나도 다 같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아무도 백신을 맞지 않아서 아무런 효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마침 우리나라에는 하루라도 더 빨리 백신을 맞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백신은 늘 모자랐다. 그렇다면 나는 양보한다는 명분조차 생기지 않겠는가. 지난 5월부터 잔여백신 접종으로 젊은 사람들도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되었고, 매일같이 뉴스를 시청하는 나는 그 소식을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전해 준 뉴스로 5월에 이미 잔여백신을 접종한 사람들도 주위에 몇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 소식을 전한 나는 그렇게까지 해서 백신을 맞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왜 얀센 백신을 맞게 되었는가


항상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는 나이다 보니,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백신에 대한 생각도 해 보지 않은 것이 아니다.(역시 언젠가는 다 쓸데가 있구나.) 그동안엔 몰랐는데 백신에도 여러 종류가 있었고 그 방법이 모두 달랐다. 다만 동일한 점이 있다면 모두가 다 2회 접종을 해야 한다는 거였다. 그 가운데 유일하게 1회만 접종해도 되는 백신이 있었다. 내가 이번에 접종한 얀센 백신이다. 한국에는 6백만 회분이 들어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혈전 부작용으로 미국에서는 잠시 접종이 중단되기도 했다. 혹시 나는 백신을 맞는다면 이것으로 맞고 싶었다. 일단 1번만 맞고 끝나지 않는가. 과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내가 제일 신뢰하는 백신은 사백신(죽은 바이러스를 활용)인데, 안타깝게도 현재 사백신은 중국 것밖에 없다. 다른 백신 제조국에서 사백신을 만들었다면 신뢰하고 맞을 수 있었을텐데. 아무튼 그렇게 나는 '백신은 가능하면 맞고 싶지 않지만, 혹시 맞는다면 얀센을 맞겠다'고 내 마음속의 우선순위를 정해 둔 상태였다.


그러던 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방문에서 얀센 백신 101만 회분을 공여받았고, 그것을 예비군과 민방위 대상으로 접종하겠다는 뉴스가 나왔다.




봄에 백신을 맞아 본 지인의 전언에서 접수까지


내가 또 누군가. 지인의 양과 질, 정보 습득이라면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내가 아니던가. 한국엔 얀센 백신이 들어오기도 전이었지만, 마침 내게는 이미 얀센 백신을 지난 봄에 접종한 지인이 있었다. 심지어 나이도 나와 동갑이었다. MBA 동기였는데, 미군부대에서 일하는 터라 봄에 얀센 백신을 맞았다고 했다.


"어때요?"

"저는 저승 구경하고 왔어요 ㅎㅎ"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관련해서도 후유증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았지만, 얀센 백신은 내게 표본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유일하게 경험해 본 사람은 저승 구경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같은 미군부대에서 일하는 젊은 남성 중에 백신을 맞고 다음 날 출근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심지어는 이틀 뒤에 출근한 사람들도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다고. 대체로 코로나19 백신이 독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안 그래도 백신을 맞을까 말까 고민했던 나로서는 더욱 망설이게 되는 지점이었다.


이기적인 생각이긴 했지만 일단 6월 1일에 신청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혹시 나중에 마음이 변하면 그때 가서 취소해도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처음 신청할 때부터 접종 가능한 마지막날에 신청하려고 계획했다. 뉴스에도 보도되었지만, 나도 6월 1일 0시부터 신청하려고 대기했던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처음 접속했을 때부터 대기자가 많아서 원활하지가 않더니 결국에는 신청에 실패했다. 역시 컴퓨터로 신청했어야 했다. 한 30~40분 애써 보고 되지 않아서 나는 그때는 그냥 신청을 포기했다. 처음 0시에 대기할 때에도, 100만 회분이나 있는 반면 대상자는 300~400만 명밖에 되지 않아서 0시에 하지 않아도 할 수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그때만 해도 사람들의 백신에 대한 믿음이 지금 같지 않았다.) 결국 자정 신청은 실패하고 그냥 잠에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일어나고 나서 접수해도 가능했다. 다만 최초에 정부에서는 10일부터 20일까지 접종하겠다고 했었는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날은 16일이었다. 그때는 17일에서 20일은 마감된 줄 알았다.(알고 보니 16일이 마지막날이었다.) 그리고 가능하면 병원급이 높은 대학병원에서 접수하고 싶었지만 동네 대학병원은 마감이었다. 결국 그냥 집에서 가장 가까운 소아과로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




접수에서 접종까지 있었던 일들


사람은 결국 군중심리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는데 막상 얀센 접수일이 되니 주위 또래의 많은 친구들이 그 이야기로 들썩들썩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같은 mRNA 백신에 강한 신뢰를 보이던 친구들도 막상 바로 얀센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고 하니 이걸 신청하겠다는 친구들이 적지 않았고, 실제로도 많은 친구들이 접수했다. 이건 표본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 얀센 백신의 대상자 자체가 내 나이 또래였다. 나보다 3살 이상 많은 사람들은 민방위 소집이 해제되어 신청할 수가 없었고, 2살 위까지 가능했다. 아래로도 아마 8살 정도 아래까지는 신청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굳이 동갑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어울리는 나이가 위아래로 몇 살 정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어느 또래가 있는 단체카톡방을 들어가도 전부 얀센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 정도면 그래도 맞아도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10일로 신청한 친구들도 상당수 있었다. 아마 기자들 같은 경우에는 좋은 기사거리라고 생각했으리라. 48시간 체험후기를 올린 기자 중에 한 명이 내 친구다. 10일 아침에 바로 주사를 맞고 단체카톡방에 "주사 자체가 아프다", "옆옆에 아저씨는 울었다"고 해서 내가 엄청 긴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에 내가 주사를 맞고 나서는 뭐라고 했다. 그 정도는 아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친구에서부터 하루이틀 정도는 힘들다는 친구까지 반응은 다양했고, 대구에서는 얀센 백신 접종 이후 사망사고까지 발생했다. 저승 구경을 했다는 말은 과장인 줄 알았는데, 11일에 접종한 지인 가운데서도 접종 다음 날 "이렇게 내가 죽는구나" 싶었다는 사람도 나왔다. 어떻게 해야 하나. 정말 고민이 많았다.


한편으로는 접종 자체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꽤 있어서 그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지금도 여전히 하루라도 빨리 백신을 맞으려고 잔여백신을 광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일단 예약은 되었으니 가서 주사만 맞으면 된다. 그 사람들에 비하면 훨씬 나은 여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백신이 다른 종류였다면 나는 맞지 않았을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우연이 겹친 셈인데, 하필 예비군을 대상으로 하는 백신이 나왔고, 하필 또 그 백신이 내가 선호하는 백신이었다. 그리고 내가 백신을 접종한 날로부터 2주가 지나면 정확히 7월이 되어서 야외 마스크 착용 면제 인센티브가 동시에 주어진다. 여러 가지 조건이 나로 하여금 백신을 맞도록 권장(?)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데다가 얀센을 접종했다는 사실 자체를 사람들과 이야기하게 되다 보니, 주변 사람들로부터의 무언의 압박과 격려도 없지 않았다. 당장 팀장 같은 경우는 백신 접종 하루 전날에, "아직 맞을지 안 맞을지 모르겠는데요." 라고 이야기했더니, "아니 왜 안 맞어?" 하고는 역정을 내는 것 아닌가. 너무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맞아야 하나 싶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지난 16일 오후 3시에 동네 소아과에서 백신 접종을 마쳤다.


당일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으면 그래도 맞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침 전전날 잠을 잘 못 자서 전날 너무 피곤했던 까닭에 전날에는 비교적 잠도 잘 잔 상태였고, 스스로 느끼기에도 그렇게 몸이 나쁘지 않았다. 유일한 문제는 계속 콧물과 재채기가 있었다는 것인데 이건 나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무언가의 알러지 증상 같았다. 지금도 여전히 그런데 집에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으면 바로 콧물과 재채기가 나고, 창문을 닫으면 몇 분 뒤면 언제 그랬냐는 듯 괜찮아진다. 목요일은 마침 더웠고 종일 창문을 열어놓다 보니 계속 콧물과 재채기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게 감기나 다른 것 때문은 아님이 명확함을 나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접종받으러 갔다.


나는 그 소아과의 얀센 백신 마지막날 마지막병의 첫 번째 접종자였다. 주사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당연히 조금의 따끔함은 없을 수가 없다. 바늘이 내 몸을 찌르는 것인데. 그러나 친구가 이야기한 것처럼 그 주사바늘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거나 눈물을 흘릴 정도는 전혀 아니었고, 그냥 같은 주사였다. 아, 그 친구가 기사에도 적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카카오톡으로는 주사바늘 자체가 굵고 깊이 찌른다고 해서 더 무서웠었다. 반면 영국에서 화이자를 맞은 친구는 화이자는 주사바늘이 얇다고 해서, '어, 그렇다면 나도 화이자를 맞는 게 낫나?' 하는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 주사바늘과 백신이 무슨 상관인가. 친구가 맞은 병원의 주사는 두꺼웠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맞은 병원은 그렇지 않았다. 또 그러려고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소아과에서 주사를 맞은 것도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내가 주사를 맞기 직전에도 어떤 아이가 엉엉 울면서 진료실을 나왔다. 아마 엄마에게 속아서 병원에 온 아기 같았다. 그런 아기들에게 주사를 놓다 보면, 그 소아과 의사분은 주사를 살살, 빨리, 아프지 않게 놓는 법에 가장 익숙해져 있지 않았을런지.


주사를 맞고 나서는 백신 증상이 오기 전에 하던 일을 빨리 마감하려고 쏜살같이 서둘렀다. 저녁도 일부러 엄청 근사하게 먹고 간식도 많이 먹었다. 면역력을 확보하는 최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후 3시에 접종한 터라 8시간 정도가 지나고 밤 11시가 되면 어차피 자야 할 터였다. 대개 8~10시간 정도 지나면 반응이 온다는 말이 많았고, 거기에 맞추어 잠을 자면 되니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한 시간, 한 시간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긴장이 되었다. 6시간 정도 지났을 때, 한 후배는 마지막 평화를 만끽하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아무렇지도 않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정확히 8시간이 지난 밤 11시가 되었지만 그때도 아무렇지도 않았고, 12시가 되어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다음 날엔 백신을 맞고 아프다고 병가를 낼 생각이었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타이레놀을 1알 먹고 잠에 들었다. 이것도 모든 사람들이 내게 꼭 2알을 먹으라고 신신당부했었는데, 너무 아무렇지도 않아서 굳이 몸에 좋지도 않은데 2알을 먹을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에 1알만 먹었다. 그런데 돌아보니 1알도 괜히 먹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백신 접종 후 17시간이 지났을 때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약간의 미열은 있는 듯도 했지만, 아마 37도도 안 되었을 거다. '회사를 가야 하나?' 고민했을 정도다. 그런데 인사 담당 선생님이 '설마 정말 가려고? 웬만하면 하루 그냥 쉬지' 이야기한 덕분에 백신 후유증이 있다고만 하고 하루를 쉬기로 했다. 또 20시간 뒤부터 증상이 있다는 후배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20시간이, 24시간이 지나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48시간이 지나기 전엔 안심하면 안 된다는 친구도 있었는데, 지금 72시간을 1시간 남겨 두고 있는데 지금까지도 아무렇지도 않다.


얀센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아데노바이러스 계열로 백신을 만들었는데, 전해 듣기로는 만약 예전에 아데노바이러스 계열의 감기 바이러스에 걸린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별다른 반응 없이 괜찮다고 한다. 나이 든 사람일수록 백신 접종 후유증이 적은 것은 나이가 있을수록 바이러스에 노출되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 그분들이 자란 환경이 젊은 세대가 자란 환경보다는 더 열악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비과학적인 믿음이지만 내 생각으로는 거의 매일 같이 소아과를 다녔던 내 어린 시절을 돌이켜볼 때, 내가 항상 달고 살았던 감기 가운데 아데노바이러스 계열의 감기도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또 다른 시골 출신 친구도 멀쩡한 것으로 봐서는 흘린 과자도 주워 먹고, 동네 놀이터에서 흙도 먹으며 자랐기 때문에 괜찮은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이것은 비과학적 설명임) 늘 내가 삶을 한풀이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도 꽤 근육통과 발열 등의 증상으로 고생했나 보던데 이번에는 내게 '아무렇지도 않아서 정말 부럽다'며 '좋겠수. 좋은 체질이야'라고 거꾸로 한 방을 날렸다.




혈전 증상은 뒤늦게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에 한 4주까지는 지켜보아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일단 지금은 그래도 백신까지 접종을 마쳐서 안심하는 마음이 먼저 든다. 처음에는 백신 부작용도 걱정되었고, 부작용 우려 때문에 아예 맞지 말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역시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으니 이제는 맞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그런 사람들 덕분에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 분위기도 한순간에 일변한 거겠지. 내 경우에는 혈전보다도 오히려 부정맥 계통의 질병이 있을지 모른다고 의심하는 편인데, 화이자나 모더나는 접종 이후 심근염 증상이 자꾸 발견되어 나는 그쪽이 더 우려스러웠다. 차라리 지금 얀센 접종을 마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요즘 혈전 문제로 아데노바이러스 계열의 접종 연령을 더 높이려는 이야기도 나오는 것 같던데, 그렇다면 무엇을 맞아도 두 번 맞았어야 할 것이다. 아마도 난 두 번이면 아예 한 번도 안 맞는 쪽을 택했을 것도 같지만.


정부에서는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백신을 맞았을 때와 맞지 않았을 때의 확률을 계산해서 백신을 맞는 것이  이득이라고 하지만, 백신 부작용이 나타나는 사람은 아무리 희박한 확률이라고 해도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아예 겪지 않았을 일을 경험하게 된다. 물론 덕분에 누군가는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죽었을 수도 있는데, 도리어 살게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단순히 백신 접종을 확률로만 따질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우려가 들고 걱정이 생긴다면 나는 맞지 않는  맞다고 본다. 자신의 몸은 자신이 가장  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99% 사람이 괜찮다면 내가 1% 안에  수도 있다는 생각은 신중해야 한다. '내가  1% 안에 들면 어떻게 ?'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99배의 확률로 나는 99% 괜찮은 사람에  수도 있는데, 너무 작은 확률에만 연연하면 도리어 손해를  수도 있다. 99% 확률로 당첨될 로또 1등이 있다고  , 나는 운이 없는 편이었으니 1% 꽝일  있다며  사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물론 앞서 이야기했지만 자신의 몸은 자신이 판단해서  1% 내게는 1% 아니라 50% 넘는 확률일  같은 경우에는 신중하게 재고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예비군과 민방위를 대상으로 하는 얀센 백신의 접종은 내가 접종한 날을 마지막으로 해서 끝났다. 그래서 이 글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다가도 그래도 평생 또 한 번 해 보는 경험이지 싶어서 이렇게 기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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