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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est Dec 19. 2021

젊은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

586만 사라지면 대한민국이 산다

화가 나는 뉴스를 접했다. 그토록 오랫동안 국토보유세를 부르짖으며 전 국민에게 이를 기반으로 한 기본소득을 나누어 주겠다던 한 후보가 운전대를 잡고 유턴을 한 모양이다. 이번에는 국민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세금과 준조세(건강보험료 등)가 빠르게 오르지 않도록 공시지가 현실화를 늦추거나 세율을 감경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나왔다. 역주행도 이런 역주행이 없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사람이 아니었나.


실은 나는 이미 화가 나 있었다. 다른 후보는 자산에는 부채가 많이 껴 있다며 건강보험료 등을 소득으로만 부과해야 한다는 공약을 내걸고 나왔다. 쉽게 말해서 이런 얘기다. 나이 든 노인이 30억짜리 집을 가지고 있는데, 거기엔 한 5~6억 정도의 빚도 껴 있고 더군다나 지금 소득이 없으니, 1년에 3천만 원 벌면서 매달 100만 원씩 월세를 내는 네가 이제 건강보험료를 더 부담하라는 얘기다.(저의 조건이 저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실은 이 소식을 듣고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안 그래도 기호 2번은 결코 찍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아무리 기호 1번이 싫어도 기호 2번은 절대 찍지 않겠다고 새삼 거듭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었다.


그러나 첫 문단에 소개한 뉴스를 듣고 나니, 기호 2번보다도 기호 1번을 절대 찍지 않는 쪽으로 가야 하나 싶다. (사족이지만, 아마도 저는 선거를 아예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뭐, 욕해도 좋아요. 저는 지난 2020년부터 선거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말로 뽑을 사람과 정당이 아예 없고, 누가 되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거든요. 차악이란 건 없습니다. 모두가 최악일 뿐.)




진작부터 보유세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나였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서 보유세를 올리는 데는 반대한다. 내가 보유세를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른 조세 부담에 비해 부동산 보유 부담이 적기 때문이고, 그래서 나는 부동산 가격이 잡히고 심지어 내린다고 하더라도 보유세는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세율이 올라도 가격이 낮아지면 보유세는 당연히 낮아질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게 정상적인 국가의 운영 방향이라고 본다. 지금 국민들의 부동산 보유 부담이 높다면 나라에서 해야 할 일은 비정상적으로 오른 부동산 가격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고가로 형성된 부동산 가격을 나라에서 낮추기는 부담스럽겠지. 나도 이 점은 이해한다. (그래서 문재앙이 부동산을 잡겠다고 하는 뻥을 믿지 않는다. 처음부터 올리지 말았어야지. 이토 히로부미보다도 더한 민족의 역적 같으니라구.) 그런데 가격을 낮추는 것이 어렵다고 해서, 조세마저 깎아준다고?


아무리 부동산 공화국이라지만 우리나라는 부동산 보유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관대하다. 아마도 나라 자체가 토건국가이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쉽게 비교해서 중대형 자동차 1대만 보유해도 세금 부담이 적지 않다. 자동차는 개별소비세가 붙을 정도의 사치품이고, 집은 필수재라서 달라야 하는 것인가? 우리나라가 소득이 3만 불이 넘는다. 이제 이 정도의 국가면 자동차가 사치품이기 때문에 부동산보다 보유 부담이 커야 한다고 이야기하진 않아야 할 것 같은데? 부동산도 1가구 1주택이면 세금을 깎아주듯, 자동차도 1가구 1차량 정도는 용인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당장 5백 원짜리 과자를 한 봉지 사 먹어도 세금이 45원 붙는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것과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부동산 보유 부담에 지나치게 민감하다. 사무실의 한 직원 분은 시가 20억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데(부채가 4억 껴 있다.) 1년에 부과되는 재산세는 불과 4~5백만 원에 불과하다. 부인과 공동명의라서 종합부동산세는 아예 내지 않는다. 물론 4, 5백만 원이라는 액수가 적은 돈은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20억은 저가인가? 0.2% 정도의 세율이 과중하다고 볼 수 있는 걸까?




(얼마 전이 아니라 지난 2019년에 있었던)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내가 준비했던 질문은 부동산보다도 청년 문제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국민과의 대화 직전에 정부에서 60세 정년을 폐지하고(여기에서의 폐지는 더 늦춘다는 뜻이다.) 정년을 연장하는 쪽으로의 운영 방향을 밝혔기 때문이다. 양재역의 한 족발집에서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고 있던 나는 그 뉴스를 보고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아니, 이제 586세대가 정년이 도래하니 정년마저 연장해 주겠다는 것인가? 가까운 친구 몇몇과는 이야기했지만, 나는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가져다준 선물도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사회의 부담은 어떻게 되든, 청년층의 고용 문제와는 상관없이, 정부에서는 586세대를 위한 정년 연장을 아주 적극적으로 추진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나 고맙게도 코로나19가 이 모든 것을 흩어버렸다. 덕분에 1960년에 태어난 사람들은 지난해에 이미 정년을 했고, 올해에는 1961년에 태어난 사람들의 정년이 도래했다. 법이 바뀐다고 해도 시간이 필요하니, 1962년에 태어난 사람들도 어쩔 수 없겠지. 코로나19는 그야말로 하늘이 대한민국의 청년층을 위해 내린 선물이다.(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악화로 취업이 어려워진 것은 차치하고. 이조차도 경기가 좋아지면 그나마 청년층이 취업할 수 있으니, 586의 정년 연장보다는 훨씬 좋은 조건이다.)


나는 586세대의 기득권에 대해 거의 혐오에 가까운 감정을 가지고 있다. 좋은 시절에 태어나서 대학도 쉽게 들어가고, 직장도 쉽게 잡고, 승진이 적체될 때쯤엔 IMF가 터져서 산업화세대를 일거에 몰아낼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 기득권을 갖게 된 586세대의 나이는 586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아직도 50대다. 사회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젊은 청년층을 생각하면 이들은 진작에 강제로 은퇴했어야 옳지만,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586세대는 자신들은 여전히 젊다며 사회의 기득권을 꼭 붙잡고 놓지 않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혐오하지 않을 수 있는가? 일부 586세대는 세대 문제가 아니라 빈부 격차와 갈등일 뿐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냥 비율을 보면 된다. 물론 젊은이들 중에도 당연히 부유한 친구들이 있고, 586세대 중에도 어려운 사람도 있겠지. 그러나 사회 전체적으로 586세대가 차지한 기득권과 2030이 차지한 기득권을 비교해 보면 어떨까. 얼마 전 기사를 보니 나와 동갑내기 중에는 자가를 보유한 비율이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2030 중에도 30%에 해당하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586세대의 자가 보유 비율을 조사하면 어떨까? 그것도 30%밖에 안 나온다고 답하진 않겠지.




내가 부동산 보유 부담을 줄이겠다는 뉴스에, 건강보험료를 소득에만 부과하겠다는 뉴스에 화가 난 것은 2030이라면 당연히 함께 느껴야 할 분노다. 586세대는 엄청난 자산을 축적하고 이제 은퇴를 앞두고 있다. 자신들이 축적한 엄청난 자산은 뒤로 하고, 소득이 없기 때문에 세금과 준조세는 젊은 청년층이 부담해라? 내가 죽을 때까지 일한다고 해서 나의 노동으로 20억 짜리 아파트를, 30억 짜리 아파트를 과연 마련할 수 있을까? 은행에서 대출을 최대한도로 해 준다고 해도 말이다. 오늘의 부동산 폭등에 가장 큰 수혜자이면서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도 586들이다. 2030이 영끌로 아파트를 샀기 때문에 집값이 이렇게 폭등한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실제로 조사해 보니 30대의 가장 선두인 39세조차도 자가 보유비율이 불과 30%밖에는 안 되지 않던가. 수많은 586들이 임대소득을 위해서, 그리고 시세차익을 위해서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린 끝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고, 더군다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을 입안한 사람도 586들이었다. 그런데 자산이 오른 수혜는 누리고 싶으면서, 거품 낀 자산을 물려받아야 하는 청년층에게 조세 부담까지 전가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정년마저 연장하려는 그 탐욕이라니.


지난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보면서 기호 1번이 영입하는 인재들에 많은 기대를 가졌었다. 그중 몇몇은 실제로 국회에 입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었다. 기호 1번을 달고 당선될 것 같은 요지는 여전히 586들이 차지하고, 인재라며 영입한 젊은이들은 수많은 사지로 내몰았다. 기호 2번은 더 심했다. 우리 동네는 박빙이었지만 결국 기호 1번이 당선됐다. 무려 3선이었다. 새로 영입한 젊은 인재를 우리 동네에 공천할 수는 없었던 걸까. 그렇다면 나는 선거운동까지도 도와줄 수 있었는데. 사족이지만 기호 2번도 가관이었다. 1번보다는 젊다는 이유만으로 뽑아주고 싶었지만 가로세로연구소에 출연하는 사람을 공천하다니. 그때부터였다. 선거에 아예 참여하지 않게 된 것이.


아마도 젊은 사람들도 다 알고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젊은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 현재의 인구구조 자체가 그렇다. 50대의 인구비중은 20대와 30대는 물론, 40대보다도 훨씬 높고, 60대보다도 크다. 다수가 권력을 차지하게 되어 있는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다들 저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고 실제로 우리 사회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물론 옳고그름의 판단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내게 옳은 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옳은 것은 아니니까. 그러나 이것만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해답이지 않을까 싶어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래서, 50대가 모든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는 지금이 과연 옳은 것인가? 결국 언젠가는 50대도 늙고, 나라도 같이 늙고 함께 병들어 갈 것인데. 그들이 이 나라의 주인이라 나라가 그들과 함께 늙고 병 들도록 해야 하는 것인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올해에는 출생아가 20만 명에도 도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이미 늦었다. 망국의 길로 접어들고 있단 뜻이다. 그러나 막차까지 놓치진 않았다. 586만 우리 사회에서 사라진다면, 우리 사회에도 아직 희망은 있다.


(그런데 어쩌나 후보들도 모두 586이다. 하늘이 대한민국을 버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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