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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est Feb 06. 2022

새해 다짐

마흔이 되었다. 마흔을 불혹이라고 한다더니, 작년부터는 뭔가 느껴지는 게 있었다. 쓸데없는 첨언이지만 한동안 불혹이 우리 나이로 마흔인지, 만으로 마흔인지 궁금했었다. 우리 나이로 마흔이었다. 그 옛날 만 나이라는 게 있지도 않았을테니.


새해가 밝으면서 어느 한 날 결심한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보내며 몇 가지 다짐을 하게 되었다. 개중에는 이미 작년부터였던 것도 있고. 설날이 지나고, 입춘도 지났다. 새해에 다짐했던 몇 가지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여기 적어 두려고 한다.




새해에는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남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나는 아주 예전부터 투덜이 스머프가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어렸을 때는 그렇게 투덜이 스머프 정도로 봐 줄 수 있었다. 그런데 마흔이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사회의 막내가 아니다. 막내는커녕 주니어도 아니다. 작년부터 뭔가 불평과 불만을 토로하는 와중에도 깨달아지는 점이 있었다. 머지않아 브런치에도 기록할 생각이다. 물론 여기에서의 감사와 긍정이 절대적인 긍정과 감사는 아니다. 사람이 그 정도로 변하면 내일 장사를 지내야 한다. 게다가 나는 긍정적인 합리화라면 학을 떼는 사람이다. 넘어지지 않는 것이 낫지, 넘어지고 나서 '뒤로 넘어졌으면 큰일날 뻔했잖아' 이런 생각은 나와 어울리지도 않고, 실제로 합리적이거나 맞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그냥. 긍정적인 일과 감사해 할 일마저 토를 달 필요는 없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는 '내가 그래도 수능 상위 몇 %였는데' 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면서, 이 정도의 일에는 기뻐하고 감사할 수 없다는 마음을 가졌던 것 같다. 이제는 그렇게 하진 않으려고 한다.


다른 사람에게 조언하지 않겠다. 남의 충고 듣고 좋아하는 사람 별로 없다. 실은 나도 그렇다. 대개의 경우 본인의 문제는 본인도 잘 알고 있다.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던 좋은 충고도 없지는 않다. 그래도 하지 말자. 굳이 본인이 원하는 것 아니면. 며칠 전 놀라운 일이 있었다. 매일 잔소리하던 형들에게 새해에는 조언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어떤 형이 그래도 자기에겐 해 달란다. 무척 놀랐다. 솔직히 그런 사람으로 보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조언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공유한 것이었는데. 역시 사람은 알수록 새롭다. 그래도 조언하지 말자. 그 사람이 필요로 하면 그때 이야기해 주어도 충분하다. 안 그래도 조언을 원하는 사람이 넘치는 판 아닌가. 굳이 원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충고해 가며 관계를 해칠 필요는 없다. 조언한다는 건 곧 꼰대라는 뜻이다.


아내와 내가 엄청 서로 애틋하고 깊이 사랑하는 관계는 아니다. 그렇다. 나도 알고 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지금은 가족인 것을. 그래서 새해에는 아내에게 하루에  마디씩 좋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당장 '사랑해'라고 하는 것이 낯부끄럽다면, '오늘 수고했어', '고생하고 왔어', ' 맛있게 먹었어', '고마워' 이런 말은 얼마든지   있는  아닌가. 하루에  번씩은 좋은 이야기를 하자. 아내도 그럼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겠지.


지난해 건강검진을 받기도 했고, 그리고 옷가게에   갔다가 정말 충격을 받았었다. 예전의 호리호리해진 나는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설날 예전 건강검진 기록을 돌아봤더니, 불과 5 전에 나는 지금보다 7kg  나갔고, 허리는 10cm 가늘었다. 그런데 이젠 아니다. 거울 앞엔  보지도 못했던 아저씨가  있다. 브런치에도  다짐을 적었던  같은데 추운 겨울에도  이어 오고 있었다. 일주일에 2~3차례씩 점심을 먹는 대신 낙산을 오른다. 실은 얼마전 그렇게  바퀴 돌아야 칼로리 소모가 2~300kcal 남짓하다고 해서 무척 서운하고 충격을 받았었다. 아예 굶는 것은 아니고 에너지바나 스낵랩 같은 것을 정상에 가면 하나 챙겨 먹는데, 결국 본전인  아닌가. 그래도 설날에 몸무게를 재어 보니 건강검진 때보다 2kg이나 빠져 있었다. 목표했던 대로  달에 1kg  셈이다. 새해에도 계속 그렇게 활동할 생각이다. 그리고 작년부터 시작한 운동도 이제 봄이 되었으니 더욱 적극적으로 해야지. 7kg까진 어려워도 5~6kg 빼어도 괜찮을  같다. 허리도 조금 가늘어진 느낌. 계속 이렇게 운동(이라기보다는  움직임)  생각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마흔이 되었다. 이렇게 어영부영 사는 대로 생각하는 삶, 어설프게 사는 삶 말고 정말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하면 행복하고 좋은지, 무엇이 재미있는지, 무엇을 하면 뿌듯하고 나중에 보람 차고 후회하지 않을지를 잘 생각해서 그렇게 꿈을 찾아보고 싶다. 당장 하루이틀 사이에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일 년이 지나도 제자리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의식하고 생각하자. 그리고 뭔가를 찾아보자. 지금처럼 사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으니. 늦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이라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올 한 해는 조금 천천히 궁리해 보자.


남은 절반의 인생은 앞의 절반의 인생보다 조금 더 나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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