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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est Aug 02. 2023

책, 책, 책 책을 (그만) 읽읍시다

지난 겨울, 갑작스런 문자가 왔다. 뭐지? 하고 문자를 열었더니, 생각지도 못했던 수상 축하 문자였다. 다독상 우수상이었다. 엥? 이런 게 있었나? 최우수와 우수, 장려는 부상이 달랐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수상이었지만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 최우수는 어떤지, 장려는 어떤지 궁금해지게 마련. 수상자 명단을 재차 확인해 보았다. 휴우- 다행히도 나는 장려보다 조금 나은 우수였고, 최우수와는 차이가 많이 났다. 최우수상을 받은 사람은 1년간 500권이 넘는 책을 빌렸다고 한다. (그분을 모독하는 건 아니지만, 난 여전히 사람이 1년에 500권 이상의 책을 읽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다독상을 받고 나서 지난 한 해 내가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 세어 보았다. 대략 180권 정도가 된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이라고 자부하기는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이다. 거의 이틀에 한 권 꼴로 책을 읽은 셈인데 이렇게나 많이 읽었다고? 참고로 180권은 정말로 읽은 책이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200권이 넘는다. 개중에 중복해서 빌렸다거나 아내가 읽고 싶어서 빌린 책은 빼고 셌다. 180권이라는 수치가 놀라운 것이 실은 통영에 머무는 한 달 동안은 열 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 통영에서 머무는 동안 두꺼운 책을 독파하려고 빌려 간 까닭도 있고, 노느라 정신이 팔려서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했던 까닭이다.


대학교를 졸업할 무렵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 살폈던 적이 있다. 도서관 홈페이지에 나온 목록은 신기하게도 정확히 320권이었다. 1년에 80권씩. 개중에는 반복해서 빌린 책도 있었겠지만, 동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나 다른 친구의 이름으로 대신 빌린 책은 그 목록에서 빠진 셈이니 실제로도 아마 80권은 보았을 것이다. 80권도 적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도리어 작년엔 180권이 되었고, 올해에는 7월이 지난 지금 이미 180권을 넘어섰다.


책이 얇아진 탓도 있겠다. 얇은 책만 골라서 읽는 것은 아니지만 갈수록 사람들이 책을 멀리 하다 보니 요즘은 한 240~250쪽 분량의 가벼운 에세이집이 적지 않고, 소설도 200쪽 내외의 것도 많다. 물론 가끔씩은 800쪽에 달하는 대작도 보기는 한다. 그러나 얇은 책들은 부담도 없고,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에 더 빨리 읽고 반납하고는 한다. 지금도 내 곁에는 어제 빌린 250쪽 정도 분량의 에세이집이 2권 있는데 벌써 한 권 반을 다 보았다. 이따가 반납할 생각이다.




예전에는 재미있어 보이는 책, 읽어야 할 책, 추천받은 책, 좋아하는 작가의 책 등을 찾아 읽었다면, 그렇게만 읽어서는 1년에 180권을 읽을 수가 없다. 어느 순간부터 한 권의 책을 읽게 되면 같은 작가가 쓴 책, 혹시 번역서라면 번역자가 옮긴 다른 책도 살펴보고, 책에 언급된 책도 읽기는 물론이거니와 얼마전부터는 책의 참고문헌 목록에 적혀 있는 책 중에 재미있어 보이는 책들까지 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책란(冊亂)이다. 나름대로 부지런히 책을 읽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린 책들이 여전히 산더미같이 쌓여 있다. 어제만 해도 10권의 책을 더 빌렸다. 이건 이제 내가 책을 찾는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게임을 하듯이(나는 게임을 안 해서 솔직히 게임하듯이 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정확히는 모른다.) 주구장창 책을 읽고 반납하고는 하지만 쌓이는 속도가 읽는 속도를 못 쫓아간다. 어떤 책을 한 권 빌리면, 그 책의 지은이, 때로는 옮긴이, 그리고 책 뒷날개에 적혀 있는 홍보 도서 가운데 재미있어 보이는 책, 또 책에서 언급하거나 추천하거나 심지어는 참고한 책까지 관심도서에 추가하고 나면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면 읽어야 할 책은 최소 서너 권 이상이 쌓인다. 현재 대출되어 있는 책만 30권 정도인데 그래서 오늘 결심했다. 이제는 책을 읽으면서 빌리는 책을 최소화하기로.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에 한계가 있는데 책도 조금 골라서 보는 것이 나을 듯하다.




독서와 음악감상, 여행은 취미가 없는 사람도 취미로 꼽는 것이라던데 내 경우에는 브런치에서도 언급한 다른 취미도 있지만 책읽기가 정말 취미 그 이상이다. 게임도 하지 않고, 유튜브도 보지 않다 보니 더 책읽기에 집중하는 듯한데 뭐든 지나치면 미치지 못함만 못하다 했다. 여전히 읽어야 할 책, 보아야 할 목록이 쌓여 있지만 너무 책읽기에만 몰두하지 말고 다른 생산적인 일도 좀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브런치에도 돌아온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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