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발을 들인 이유
어느 날 방송인 전현무 씨가(이렇게 딱딱하게 언급했지만 평소에는 무무라는 애칭으로 부를 만큼 정말 좋아한다) 나 혼자 산다에서 ‘디톡스’를 실천한다며 혼자 하루를 보내는 회차에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진행도 잘하고 웃기기도 하는 예능인이지만 본래는 뛰어난 엘리트가 아니었나. 매주 금요일마다 나를 즐겁게 하는 이 사람은 어떻게 글을 쓸까, 흥미로운 마음에 바로 무무의 브런치스토리에 들어가 보았다. 워낙 바쁜 방송인이라 아쉽게도 어느 순간 글은 끊겨 있었다. 읽는 도중 새 글이 올라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가장 오래된 글부터 최신 글까지 아끼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읽어 봤던 기억이 난다.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진행을 맡는 사람이라 평소 본인의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지는 않았을 터, 글을 통해서라도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았다. 재밌는데 똑똑하기까지, 내가 바라는 이상향의 모습을 갖춘 사람이다.
아무튼 이 디톡스 편은 고요한 한옥에서 해독 수프와 반신욕으로 몸 안의 독소를 빼내려다 결국 탄수화물의 유혹에 넘어가 말짱 도루묵이 되어 버리는 내용이다. 저렇게 독하게 성공한 사람도 유혹을 이기는 건 힘들어하는구나, 나를 안도하게 하면서 동시에 웃음을 멈출 수 없게도 만들었다. 삶은 이렇게 진행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했다. 평안한 하루에 가끔 끼어드는 자극, 또는 즐거움.
나는 이 회차처럼 식단을 조절하거나 차분한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디톡스’를 실천하고 있다. 어느 순간 유행처럼 번졌던 ‘디지털 디톡스’를 올해 초부터 내 나름의 규칙을 정해서 시작했다. 어렸을 때는 꽤나 독서를 많이 했는데 어느 순간 손에서 책을 놓다 보니 어렸을 때 책에서 습득했던 지식이 점차 고갈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러다간 완전히 바닥이 날 것 같다는 위기감도 들었다. 올해 초 오랜만에 책을 사서 읽었는데 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어 봐야 할 정도로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 것이다. 갑자기 머리가 삐죽 서며 이거, 정말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라도 빨리 책과 활자를 가까이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시간을 내서 독서를 하기엔 지금의 나에게 너무 버겁게 느껴졌다. 그래서 지하철로 ‘앉아서’ 이동할 때는 핸드폰 대신 책을 들려고 노력했다. 너무 오랫동안 책을 멀리 했던 탓에 처음에는 이것마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올해 초에 첫 완독을 함께했던 책이 바로 박힘찬의 ‘백만 유튜버 죽이기’였다. 내가 유일하게 좋아했던 유튜버 소련여자가 한동안 활동을 하지 않았다가 올해 초 갑자기 영상을 올렸는데 바로 편집자의 출판 팬사인회를 진행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책을 읽으려고 샀다기보단 팬사인회에 가고 싶어서 정말 오랜만에 책을 구매했다. 가짜뉴스와 악성 댓글을 다룬 소설이었다. 오랜만에 도전하는 독서라 버거울 것 같았는데 내 취향에 딱 맞는 내용이라 책이 술술 넘어갔다. 마지막 장을 마주했을 때 느꼈던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정말 오랜만에 책 한 권을 온전하게 다 읽은 셈이었다. 이때 편독을 해도 괜찮으니 일단 다시 독서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리투아니아 대사관에서 받았던 ‘늑대의 그림자 속에서’도 완독을 성공했고 지금은 형부의 책인 ‘출퇴근 인문학’을 읽고 있다.
태영 형부는 내가 생각하는 ‘지성인’이다.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나지만 저렇게 자상한 남편을 둔 혜인 언니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분이다. 저렇게 현명한 분을 아버지로 둔 조카들도 부럽다. 형부는 오래전부터 책 블로그를 운영하셨고 결국엔 책까지 펴내신 작가이시다. 책을 좋아해 출판까지 하신 형부 같은 사람을 두고 바로 ‘성공한 덕후’라고 하는 것 같다. 언젠가 언니와 형부께서 이런 조언을 주셨다. 어떤 내용이라도 좋으니 글을 써 보라는 것. 독서 습관을 일상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는 지금, 늦은 것 같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글 쓰기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요새 유행하는 네이버 블로그의 ‘포토 덤프’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싣고 싶은 사진과 글이 너무 방대해 친구들도 버거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눈치가 보여 글을 못 쓰겠다는 건 웃기긴 하지만 독자층을 고려했을 때 내 생각은 그랬다. 나는 아무래도 사진보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다가 찾아낸 플랫폼이 바로 이 브런치스토리. 첫 번째, ‘작가’라는 호칭이 좋았다. 얼마 전 10,000자를 채워야 하는 자기소개서를 4시간 만에 작성해 경기도청년정책위원회 청년위원이 되었다. 그때 친구가 나에게 “너 한강 아니냐”라고 했고, 굉장히 흡족했던 나는 “나는 북한강 근처에서 자랐으니까 북한강 할게”라고 받아쳤다. 그래서 내 작가명이 북한강이 되었다. 나이 지긋한 작가명인 것 같지만 나는 이미 묘녀(妙女)의 나이를 훨씬 지났으니 괜찮을 것 같았다. 두 번째로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브런치스토리의 특징을 찾아봤는데 너무나 폐쇄적인 플랫폼이라는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정제된 글에 정제된 작가와 독자까지. 내가 어떤 글을 써도 보는 사람 자체가 별로 없을 것이고 어떤 이유에서든 다른 사람에게 내 글이 닿았다면 그것 또한 특별한 인연이 아니겠는가.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쓰는 게 사람이라고 하지만 작가의 명예를 건 만큼, 솔직한 수다쟁이의 독백을 펼쳐 보겠다. 어쩌면 누군가가 듣기를, 또 듣고 모르는 척해 주길 바라는 방백일 수도. 그렇기에 방구석 작가, 이제부터 더 열심히 읽고, 쓰고, 말하겠다.
처음 작가 신청을 할 때 이 글을 제출했고 작가 신청에 보기 좋게 떨어졌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이브인 오늘! 심기일전하여 드디어 작가가 되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리 받은 것처럼 정말 기뻤다. 얼른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에 다른 글을 급히 작성해 얼렁뚱땅 작가가 되었는데도 이 글을 가장 첫 번째로 올리는 이유는 앞으로 우연하게라도 인연이 닿을 독자들께 왜 내가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알리고 싶어서다. 내 실력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려면 가장 첫 번째로 만든 결과물을 보면 된다. 바로 낯이 뜨거워지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가 다시 이 글을 읽어 볼 때 얼마나 부끄러운지 느낄 때가 오면 그때는 이미 조금이라도 발전하지 않았을까. 작가 신청을 하려고 급하게 쓴 글답게 벌써부터 부족한 부분이 보여 아주 약간 수정을 거쳐 첫 글로 독자들께 인사를 드린다. 역시,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