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bron & Bronny
나의 새 글 작성 타이밍과는 아무 상관도 없이 셀틱스와 매버릭스의 NBA 파이널은 진즉에 끝이 나 버렸다. 레이커스가 버블에서 우승한 이후 오래간만에 또 한 번 별다른 감흥이 없는 우승 장면을 보게 되어 하고 싶은 얘기가 없을까 봐 걱정이 되었는지 농구계는 나라 안팎으로 생각보다 많은 이슈들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당장은 르브론과 커리가 함께 뛰는 파리 올림픽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기는 하지만 바로 직전까지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 뛰는 최초의 팀이 된 레이커스의 이야기가 농구계를 시끄럽게 했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부정적인 것들이었고 나 역시도 이에 대해서는 좋은 소리가 안 나오는 입장에 있다. 내가 르브론을 원래 안 좋아하다 보니 그런 것도 있고 출발점의 평등을 주장하며 청년들의 상실감을 보듬어 주려고 부단히 애쓰는 척하는 사회에서 살다 보니 그런 맥락에서 느끼는 감정일 수도 있다.
한국에서도 선수 시절 슈퍼스타였던 아버지를 둔 농구선수의 개인사로 농구계가 뒤숭숭한 상황이다. 물론 사건의 당사자는 이미 군대까지 다녀온 성인이며 스스로 실력을 입증한 현 KBL 최고 스타이므로 이 일에 그의 아버지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부적절하고 더욱이 오늘 얘기하려는 르브론과 그의 아들 브로니 제임스의 케이스와 연관 짓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냥 현재 미국과 한국 농구의 핵심 논쟁 거리가 모두 슈퍼스타 아버지를 둔 아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언급한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 그래서 한 명 더 언급을 해보자면… 최근 워리어스에서 매버릭스로 팀을 옮긴 클레이 톰슨, 그는 LA에서 자랐고 그의 아버지도 선수시절 레이커스에서 활약을 했다. 그래서 아들 톰슨 역시 기왕 팀을 옮긴다면 그게 레이커스 이기를 바랐는데 심지어 더 좋은 조건을 오퍼 했다고 알려진 레이커스를 제쳐두고 매버릭스를 택한 톰슨의 선택을 못마땅해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개인적으로는 탐슨이 아버지말 안 듣길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가 레이커스로 갔다고 하면 내쉬가 선즈를 떠나 레이커스로 옮겼을 때 못지않은 괴로움을 나에게 주었을 것이다.
NBA에서는 부자가 모두 농구선수인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NBA 선수라는 것 자체로 이미 상당한 재능을 보유했음을 의미하니 그런 아버지의 유전자를 받았다는 것,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농구환경을 접할 수 있다는 부분이 맞물려서 분명 타인보다 농구선수가 되기 유리한 조건을 가졌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의 아들이 아버지만큼 뛰어난 커리어를 보내는 경우를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예를 들어, 샤킬 오닐, 스카티 피펜, 게리 페이튼, 존 스탁턴, 패트릭 유잉, 팀 하더웨이 등등…)
다시 브로니 제임스 얘기로 돌아가면…2024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55 픽으로 레이커스가 일찌감치(?) 그를 지명하면서 NBA 최초로 부자가 한 팀에서 뛰게 되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게 되었다. 많은 이들은 르브론 개인의 욕심 때문에 여러 가지를 망쳤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였으면 공정과 상식을 운운하며 르브론 퇴출을 외치는 목소리가 컸을 수도 있었겠다만, 듣자 하니 미국 사회는 혈연이나 학연에 대해 생각보다는 관대하게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을 차치하고서라도, 브로니 제임스가 농구 선수로서 NBA에 입단할 만한 수준의 실력을 갖춘 선수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레이커스와 르브론에 대한 비판을 지나친 것으로 보지 않고 다들 쉽게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섬머리그에서 보는 브로니의 모습은 그러한 비판들을 타당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아버지의 과도한 보살핌 때문에 일찍부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시달려야 하고 아버지 때문에 자신을 뽑은 레이커스의 선택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님을 증명해야 하는 중압감도 상당히 클 것이란 생각도 든다.
나 역시도 레이커스와 르브론을 비난하고 싶은 듯하다. 아니 이미 충분히 비난하고 있는 중이다. 르브론 때문에 합리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선택을 한 구단, 그로 인해 레이커스에 지명될 수 있는 영광을 놓치게 된 다른 신인 선수, 주전도 아닌 후보로라도 뛰고 싶을 레이커스의 어떤 선수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음을 보며 분노한다. 나는 르브론을 원래 좋아하지 않는다…를 미리 말하고 쓰겠다. 언제나 자신이 이타적이고 훌륭한 리더인 것처럼 말을 하지만 가는 팀마다 자기 입맛대로 팀을 뒤집어 놓고 스스로 킹의 호칭을 잃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쓰는 르브론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이제 자기 아들까지 끌어들이면서 구단과 동료뿐만 아니라 아들의 인생마저도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실컷 비난하고 있는 와중에…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는 브로니의 모습, 우리 아버지의 아들로 살아가는 내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상황은, 르브론이 자기의 꿈을 위해 아들을 끌어들인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꿈을 이뤄주려고 브로니 스스로가 자기가 겪을 힘든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만약에 우리 아버지가 나에게 당신이 꼭 이루고 싶은 큰 꿈이 있다고 무언가를 부탁한다면, 나에게 그것을 이뤄드릴 수 있는 조건이 허락되고 또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있다고 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겠는가?
일반 사람의 시선으로 볼 때 브로니 제임스는 전 세계 탑티어의 금수저다. 나는 유명인의 자녀로 살아본 경험은 없지만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과 헌신은 결코 가볍게 여길만한 것이 아님을 안다. 모든 아버지가 헌신적이고 사랑이 넘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우리 아버지의 사랑은 더욱 크고 위대한 것이다. 내가 선수로서의 르브론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여러 매체를 통해 보는 아버지로서의 그의 모습은 매우 헌신적이고 사랑이 넘쳐 보인다. NBA 역사상 가장 큰 업적을 아직도 쌓아가고 있는 아버지를 두고 자신도 농구 선수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자신에 대해 긍정보다는 부정하는 소리들을 훨씬 더 많이 들어왔을 텐데, 그런 과정을 감당하면서 농구 선수의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하니 브로니가 그저 아버지 빽 믿고 설쳐대는 어린애처럼 보이기보다는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담아 모든 상황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장남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브로니가 선수로서 성공하기를 기원할 정도는 못되더라도, 적어도 혀를 차면서 ‘저거 봐라, 도대체 애한테 뭔 짓을 하고 있는거냐‘하는 식의 비난보다는, 잘해봤자 본전도 건지기 힘든 싸움터에서, 사랑하는 아버지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들 만큼의 관심과 부정적인 여론을 견디는 아들의 모습으로 측은한 마음을 가지고 바라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가 아버지보다는 자기 영광에 덜 심취하는 성숙한 남자로, 위대한 농구선수 아버지의 그늘에서 어둡게 살거나 또는 아버지 믿고 잘난척하며 밉상으로 살지 않기를 응원한다. 지나친 관심을 거두고 이에 대해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겠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브로니를 보면서 레이커스나 르브론에 대해 (안 좋은) 평가를 하지 않기란 나에게 정말 힘들 일일 것이니 말이다. 다 써놓고 보니 유명인의 아들로 사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너무 그러지 말자…라고 댓글 한 줄 올린 것과 다를 것 없는 얘기를 길게도 해 놓았구나 싶다. (이런 댓글 달지 말라고 내가 먼저... 내 자식 같은 내 글은 내가 지킨다!)
자녀들아 모든 일에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는 주 안에서 기쁘게 하는 것이니라
(골로새서 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