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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Nov 04. 2020

'아줌마방'

   운동 삼아 계단을 오르며 계단 모퉁이에 있는 작은 방의 문에  눈길이 갔다. 그 방은 학교를 청소해주시는 분들이 휴게 공간으로 쓰시는 곳이다. 낡아보이는 종이에 파란 매직으로 '아줌마방'이라고 써서 스카치테이프로 붙여 놓았다.


 얼마 전까지 문에 아무런 표시도 없었는데, 아마 학생들이 바로 위에 청소 도구를 보관하는 곳과 헷갈려 자꾸 문을 여닫으니 그렇게 써 놓으신 것 같았다.


 집안 일을 조금이라도 해 보면 알 것이다. 하나의 공간을 '변함없이' 유지하는 데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지를. 조금만 소홀히 해도 먼지가 쌓이고, 거미가 줄을 치고, 여기저기 곰팡이가 펴댄다. 그러나 그 '항상성' 때문에 공간을 변함없이 지켜나가는 노력은 늘 들인 공만큼 인정 받지 못한다.


  매일, 누군가 출근하기 전에 앞서서 이리저리 꼬인 동선을 따라 걸레질을 하고, 쓰레기를 치우고.

아침부터 퇴근할 때까지 누구보다 학교 이곳저곳으로 오가실텐데,  그 흔한 A4용지도, 컴퓨터로 반듯하게 쓴 글씨에도. 그분들의 손은 닿지 않는다.


 자리에 앉아, 색깔 있는 종이에 컴퓨터로 작업해서 코팅도 하고 붙여드리면 좋겠다 .생각을 했다. 색지도 있고, 컬러로 인쇄할 수 있는 프린터도, 코팅기도 있는데 아침 나절을 고민해 봐도 '아줌마' 대신 쓸 수 있는 마땅한 단어가 없다.

 학교 미화원, 학교 청소부, 학교 청소 도우미...

그 어느 것을 떠올려봐도, 선뜻 문앞에 내걸고 싶은 이름이 없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 보니, '미화원'은 주로 공공 기관에서 채용된 이들(검색창엔 미국 달러 환율이 더 먼저 등장하긴 했다.), '청소부'는 청소를 하는 이들을 두루 일컫기 보다 특정한 사연이 있는 이야기 속에서, '청소 도우미'는 청소 대행 업체의 광고 속에서 등장한다.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무수히 존재하지만 이들에 대한 개별적인 존중을 담아 지칭할 수 있는 말이 아직 우리 사회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는 청소를 하시는 분들이 지하 주차장 옆에 달린 작은 방에서 휴식을 취하신다. 어두컴컴한 구석에 있어 얼핏 보면 비밀의 문 같기도, 긴밀한 모의가 이루어지는 소굴 같기도 하다. 그간 무심결에 지나치며 미처 그 공간에서의 휴식이 어떨지조차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애쓰는 이들에게 정당한 이름을 붙이고, 보이지 않는 수고에 대해 드러나는 대가를 받게 하는 것. 너도나도 누구나 알아주는 업을 하기 위해서, 그 첫 단계로 명문대 타이틀을 위해 돌진하는 숨막히는 입시 경쟁에서 작게라도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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