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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Nov 21. 2020

스님의 사기

 얼마 전 혜민 스님의 모습을 두고 세상이 꽤 시끄러웠다. 스님이 산 속에 있는 절에 살지 않고, 산이 바라다 보이는 도심에 있는 집에 사는 모습이 전파를 타며 촉발제가 되었나본데, 그가 운영한다는 상담 프로그램도 날선 비판의 대상으로 등장했다. 무슨 얘기를 하던 중에, 세상만사에 무심하다 자처하는 남편조차도 이에 대해 언급을 했다.

 

"오늘 후배 00이랑 밥을 먹는데 그 스님 되게 이상하다 그러던데? 마음 치유 학교?라고 이름을 붙여놓고 젊은 사람들 꼬드겨다가 타로 카드 같은 이상한 프로그램이나 하고 그런다며? 아주 00이는 사기꾼이라고 열변을 토하더라고."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약간 언성이 높아졌다.

"아니, 근데 00 씨의 생각은 너무 손쉬운 비판 아닌가? 타로 카드든 뭐든, 돈을 내고 그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이 꾸준히 있다는 것은 그게 어느 정도 도움을 주는 거 아닌가 생각도 해봐야 되는 거 아닐까? 자기가 직접 해본 것도 아니면서."  


 나는 혜민 스님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좋아하지 않음에 딱히 이유도 없어서 누구에게 얘기도 해 본 적은 없다. 그래도 그를 '비호'하게 된 것은, 세간에서 그를 손가락질을 하는 시선으로 똑같이 주변을 돌아본다면 우리 또한 수많은 '사기극'의 방관자이자, 가해자 혹은 피해자로 너무나 단순화 해 폄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맡은 국어 과목은 가르치면 가르칠 수록 어렵다. 작품 하나를 놓고서도 이걸 왜 가르쳐야 하는지, 어떻게 이해시켜야 하는지, 이해'시키는' 것은 맞는 것인지라는 의문이 끝도 없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종국엔, 애초에 국어에 별 흥미도 없다가 점수 맞춰 국어교육과 원서를 썼던 30년 전의 나에 대한 원망이 치솟곤 할 때도 있다.  나에겐 너무나 어려운 이 국어를 가르쳐서 수십 억을 버는 이들은 도대체 어떤 이들인가 싶어 유튜브에서 소위 '1타 강사'의 강의를 찾아 보기도 한다. '문학 6주 완성', '문학 독해 공식', 문학 끝장 내기', '000작품 10분만에 완성하기'. 죄다 '사기'다. 아니, 한 작품 안에서도 수많은 해석이 엇갈리기도 하고 작품별, 작가별로도도 다르고 심지어 한 작가의 작품 조차도 천차만별인 작품이 늘비한데, 어떻게 이것을 강의 하나로 완성하고 끝장을 내나.


 그러고 보니 또 최근에 컬럼으로 논란이 되었던 한 PD가 쓴 베스트셀러의 제목은, '영어 책 한 권 외워 봤니'이고 부제는 '딱 한 권만 넘으면 영어 울렁증이 사라진다'이다. 어학이야 말로 흥미와 민감도에서 개별차가 큰 분야 아닌가? 본인에게 효과가 있는 공부 방법이었다고 모든 이들에게 효과가 있을 거라는 걸 어떻게 저렇게 단언한담. 그것도 영어 교육에 대해 전문적인 연구를 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도 아닌데.


독서로 영재를 키운다며 책을 쓰고 강연을 하는 00아빠는 또 어떻고. 모든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하는 게 육아의 정답인가? 아이를 두 명 이상만 키워봐도 성향이 너무나 다르다는 걸 누구나 안다. 그런데 다들 책을 붙들고 있게 하라니. 아니, 불세출의 천재 봉준호 감독도 인터뷰에서 자기 예술의 원천으로 무려, 텔레비전 채널  'AFKN'을 꼽았다고요!


 그냥 모두 죄다 '사기꾼'들이었네. 하고 말면 쉽다. 그렇다면 저들의 책을 사 보고, 강연을 듣고, 호의적인 반응들을 보이는 대중들은 죄다 어리석은 '피해자'로 치부할것인가?

 그렇지 않다. '댁이 뭘 안다고'하며 삿대질을 하는 것은 쉽지만, 혹시나 그들을 제대로 비판하고 싶다면 그들을 좋아하고 따르는 이들이 왜 그런지부터 찬찬히 들여다 봐야 한다. 그건 결코 쉽지 않다.

 

 전국에 있는 수십 만명의 수험생을 9 등급으로 나누기 위해 국어 시험은 해마다 난도를 높여 갔고, 그러니까 자꾸만 작품이나 지문을 단순화해서 문제 풀이 요령을 가르치는 이들을 찾게 된다.

 엄연히 영어를 잘 할 줄 아른 사람들보다 영어를 못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영어를 잘 하는 것'을 표준으로 삼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그 어려운 영어를 좀 더 간단하게 접근할 수 없는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거고,

 시시각각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위태로운 자신의 삶도 꾸려가며 한 생명을 키워 가는 힘겨운 육아에서도 누군가의 강단 있는 조언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위에 예로 든 이들이 실제 어떤 이야기들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분명 그들은 원하는 이들에게 적절한 답을 전했을 것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한 반응들을 보여 왔을 것이다. 이런 관계 속에서 내가 '감히' 누군가를 그르다, 아니다 판단을 할 수 있을까?


 혜민 스님이 운영한다는 '마음 치유 학교'라는 사이트를 들어가 봤다. 혜민 스님 말고도 화려한 프로필을 자랑하는 수많은 강사진들이 포진해 있고, 프로그램에 대한 안내와 영상들도 많이 있다. 사람들이 욕했던 '타로카드'도 프로그램의 일부로 제시되어 있다. 내가 내 돈을 주고 저기 참여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아니 누가 나한테 돈을 준다고 가보라고 해도 선뜻 내키진 않을 것 같다. 이유는 없다. 그냥 내 취향이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 위로를 받고 싶어 저 곳을 찾았고, 그래서 정말 위로를 받았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내가 함부로 평할 수 없는 가치는 분명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젊은 사람들이 저 곳을 많이 찾았다면, 그만큼 우리 사회가 젊은이들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었구나 생각해 보는 것이 먼저다.  이유가 없는 비판은 자기 취향에 따른 '뒷담화'에 불과하다. 비판을 하고 싶으면 제대로 알아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섣부른 손가락질은 거둬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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