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끼리만 아는 선생의 고충

돈 버는 일 중 힘들지 않는 일이 어디있으랴.

by 송송

* 내 마음대로 시간을 쓸 수가 없다.

교사의 일과는 시간표에 매어 있다. 고등학교는 수업이 50분 단위로 쪼개지기에, 하루의 일과도 50분 단위가 될 수밖에 없다. 한창 '필'을 받아 집중해서 일을 하고 있더라도 50분이 지나갔음을 알리는 종이 울리는 순간, 아깝지만 잘 나가던 '맥'을 끊을 수밖에 없다. 대신, 그렇기 때문에 50분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게 되는 효과도 있다. 이번 시간 안에는 끝내야 하니까. 휴일에 집에서 빈둥거리며 몇 시간을 쉬 보내다 보면 학교에서 얼마나 밀도 있게 시간을 보냈는지 새삼 느낀다.


* 하루에 수업 몇 시간이야? 세 시간이나 네 시간. 이야, 좋겠다.

교사가 아닌 이들과 이야기를 할 때 가장 흔한 대화의 패턴이다. 교사의 하루 근무 시간은 8시간. 교사따라 편차가 있지만, 하루에 3,4시간은 수업을 한다. 나머지 시간은 쉬는 시간이 아니다. 다음 수업 준비, 과제 검토, 행정과 관련한 잡무들을 한다. 대다수의 교사는 그렇다. 노는 사람 취급 받아 억울할 때도 있지만, 여느 회사 풍경처럼 '노는 사람은 논다.' 회사와의 궁극적 차이점은 그래도 잘릴 위험 없이 욕만 먹으면 된다는 것.


* 수업 시간마다 무대에 서는 기분으로.

다수가 나에게 집중한다는 것은, 쾌감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엄청나게 부담이 될 때도 있다. 수업이 재미가 없을 수록 아이들은 수업과 상관없는 나의 모습과 행동에 집중한다. 점심 급식 때 보쌈이 나오면, 쌈을 싸먹는라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러다 보면 양치도 못한 채 수업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한 시간 내내 나의 입과 영혼은 분리되어, 입으로는 수업을 하고 있지만 내 영혼은 치아 표면에 있을지 모를 상추의 잔해와 고춧가루에 주목한다.

가장 난감한 순간은 수업 내용이 절정으로 치달을즘, 내 배에서도 절정의 신호를 줄 때. 아무리 아이들과 친구같이 지내고 싶어도, 다수의 청중들에게 급똥의 방문 소식을 전하는 것은 수치스럽다. 수업 내용이 자연스럽게 마무리가 되는 부분에서 '잠깐, 교무실 좀 다녀올게요.' 하고 뛰쳐나가는 그림이 제일 자연스러운데, 수업의 리듬과 급똥의 리듬이 안 맞을 때가 있다. 이때 역시 수업은 하고 있지만 머리 한켠으로 오만 생각을 한다. 한쪽에선 내 대장을 응원하고, 한쪽에선 도대체 어떤 시점에서 수업을 끊어야 덜 어색할지를 고민하며.

한번은 중요한 부분을 막 설명하기 시작하는데, 신호가 와서, 식은 땀을 흘리며 속사포 랩을 하듯 다다다닥 설명을 마치고 '교무실'이라는 3음절만 남긴 채 화장실로 뛰어갔다. 화장실에 다녀온 후엔 완전 범죄를 위해 이면지라도 뭉텅이로 들고 들어가며 중요한 일을 하고 온 척 하는 것은 필수.


* 나도 이런데 연예인들은 얼마나 힘들까?

가끔, 사적인 영역에서 학생이나 학부모를 마주칠 때가 있다. 서로 마주쳐도 어색하지 않게 인사를 나누고 지나갈 수 있는 상황이 제일 이상적인데,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학생이나 학부모를 알아 보고 미리 의식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쪽은 나는 알지만, 나는 그쪽을 몰라 일방적인 관찰 관계가 될 때가 가장 무섭다. 우리반 아이 중 누군가는 자기 엄마가 매일 헬스장에서 K선생님을 보는데 땀을 엄청 흘리시며 운동을 하신다고 알려왔다. 학교 근처에 사는 어떤 선생님은, 마트만 가면 그렇게들 인사를 해와서 부담스럽다고도 했다.

몇 년 전 남편과 함께 학교 근처에 있는 쇼핑몰을 간 적이 있다. 매대에 놓인 남성용 티셔츠를 뒤적이며 남편과 둘이 "티 하나가 왜 이렇게 비싸?"라는 이야기를 나눌 때 들려오던 목소리. "선생니임~!"

전 해에 내가 담임을 맡았던 아이가 그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거였다.

"S야, 너무 반갑다. 이 티셔츠 사이즈 95로 한번 줘볼래?"

제자 앞에서 1분정도 위신을 세우느라, 이후 10일정도는 근검 절약하는 삶을 살았다.

우리도 이런데, 밖에 나가는 순간 모든 이가 자기를 일방적으로 알아보는 연예인들은 얼마나 힘들까?


* 무념무상도 한계가 있다.

교사일을 하며 제일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일은 '시험 감독'.

감독을 하지 않고 시험을 보기만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런 말이 약이 오르겠지만, 시험 감독을 하고 나면 정말 지친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 힘들다.

가장 고난도는 역시 수능 감독.

수능 감독관 연수에서는 그간 수험생들의 민원 사례를 중심으로 연수를 한다. 그래서 매년 내용도 많아진다.

신발 소리나 화장품 냄새를 주의해 달라는 것은 한편으로 이해가 가지만,

감독관이 가만히 서 있는다고 민원을 넣는 사례도 있고, 감독관이 돌아다닌다고 민원을 넣는 사례도 있다는 얘길 듣고 나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두 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잠시 서 있다가 잠시 돌아다녔다가를 반복하며 특정 학생만을 응시해도 안되니 시선도 골고루 분산시키고, 그 와중에 소리도 내면 안되고. 사례가 들렸는데 잔기침을 참느라 눈물 콧물 쏙 뺀 적도 있다. 아무 것도 안 하지만 긴장을 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다. 오만가지 상상도 해봤다가, 안경 쓴 애들이 몇 명인지 세어도 봤다가, 교탁 밑에서 발을 숨기고 꼼지락 거려도 봤다가, 나이가 드니 이제 건강에 좋겠지 싶어 손 여기저기를 꾹꾹 눌러도 봤다가.

면벽수행을 하는 분들은 정말 위대하신 분들임을, 인정.


* 질문이 무서울 때

시험이 가까워 올 수록 교무실을 찾아 와 질문하는 아이들이 많아진다. 심지어 줄을 서서 질문 순서를 기다리는 아이들도 있다. 주로 질문이 많은 과목은 첫날 시험인 과목들.

시험이 임박해 아이들이 하는 질문의 90% 이상은 시험에 나오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내용이 대부분이다. 마음이 조급하고 불안하니 전체적인 내용을 보지 못하고 지엽적인 부분에 매달려서 그렇다. 그런데 가끔, 나도 순간적으로 헷갈리거나 모르는 문제를 질문해 오는 경우들이 있다. 교사들은 '모른다'라는 말을 잘 못한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이 직업이다 보니,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거나, 알아야만 한다는 이유없는 의무감에 휩싸여 있을 때가 많다. 무엇보다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고, 학생들이 나를 무시하거나 신뢰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제일 크다.

역설적이게도, 모르는 게 가장 많던 신임 교사 시절에 가장 아는 척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모르는 것을 어설프거나 틀리게 설명하는 것보다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더 낫다. 하지만 '모른다'는 단어는 아직도 두렵다. 생각보다 쿨한 아이들과는 달리.

"이건 나도 잘 모르겠는데, 찾아보고 다시 알려줄게."

"아, 선생님도 모르는 거면 엄청 어려운 거였네요? 호호호. 괜히 고민했네. 그럼 다음에 알려주세요~."


* 건망증이 심한 교사의 고뇌

학교에서는 기한 내에 제출하거나 해내야 하는 일이 많다. 아이들과 관련된 서류 일들이 특히 그렇다.

"이 신청서는 이번 주 목요일까지 꼭 내야 해요. 잊어버리지 말고 꼭꼭 가져오세요."

문제는, 내가 이렇게 말해놓고, 내가 잊어버리기 일쑤라는 점.

담임 복이 있을 때는 학급에 나의 성향을 파악하고 미리 챙겨주는 아이가 있을 때도 있다.

"선생님, 지난번에 말씀하신 서류 다 걷어 놨어요."

나처럼, 챙겨야 할 일들을 잊는 아이들은 상습적이다. 좋은 습관은 아니니 그러지 말라고 일러줘야 하는데, 그런 말을 하는 내가 떳떳하지 못하다. 요즘은 그냥 솔직히 고백하고 만다.

"나처럼 되면 안돼~!"


교사 관련 기사들을 보면 가끔 '회사원에 비해 교사는 편하다.', '아니다, 교사도 힘들다.' 로 옥신각신하는 댓글을 본다. 두 세계를 다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몇 번 댓글을 달려다 말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벌어 먹는 일은 다 힘들다.'가 내가 내린 결론이다. 몇 가지 '재미있게' 느낄 수 있는 고충들을 썼지만, 교사도 결코 쉽게 돈 버는 직종은 아니라는 것을 해를 거듭할 수록 느낀다.

그래도 교사가 좋은 이유는, 내 직장에서 만나는 이들 -동료 교사와 학생-이 금전적 이해 관계로 얽혀 있는 사이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내 월급을 주는 곳이 내 '직장'이 아니라는 점.

각자의 자리에서 교육을 고민하고, 아이들을 생각하고, 동료 교사를 챙기는 열정은 순수하다. 세간의 평가와 달리 그래서 교사는 참 '귀하고 감사한' 직업이다.











이전 07화비상식의 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