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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추리 Dec 15. 2017

02 보는 것과 관찰의 차이

02 보는 것과 관찰의 차이



전날 1편을 올린 이후 24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두번째 편부터 숨이 탁 막힌다. 괜히 연재 시작한다고 했나 라는 후회가 급 밀려온다. 오늘은 어떤 주제로 쓸 것인가? 머리가 아프다.


점심에 육류 도매업을 하는 선배를 만났다. 당연히 소고기를 구우며 낮술을 한잔 했다. 작은 화로에 고기를 구워먹는다. 기름기 뚝뚝 떨어지면서 육향이 올라온다. 고기(肉)는 숫자 6(육)과 잘 어울린다. 이 선배는 자칫 무미건조해 보일 수 있고 영업으로만 사람을 만나야 될 것 같은 본인의 육류 도매업을 6Day 캠페인을 통해 재밌는 놀이(Fun)로 바꾸어 놓았다. 그는 고기 肉이 들어간 매월 6일, 16일, 26일은 고기 먹는 6(肉)Day 라면서 업계 전체의 고기 먹기 운동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브랜드도 만들고 영업도 하고.


이 선배가 처음부터 이 생각을 하며 육류 도매업을 시작한 것은 아닐 것이다. 삼삼데이(3월 3일, 삼겹살데이), 육우데이(6월 9일, 육우먹는 날), 한돈데이(10월 1일, 돼지고기 먹는날) 등을 보며 왜 일년에 하루만 고기 먹어야 되는지(지속적이지도 않은 그런 캠페인을 해야 되는지) 의문을 품었을 것이고, 기왕이면 좀 더 자주 먹을 수 있게 한달에 세번 6이 들어간 날자를 기준으로 자신의 브랜드 6Day를 만든 것이다. '왜' 라는 문제 제기와 '관점'의 변화가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고.


이 얘기를 듣고 패스트파이브 내 방으로 들어왔다. 날이 추워서 그런지 히터를 빵빵하게 틀어 놓았다. 밀폐된 좁은 공간에 뜨거운 바람은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가뜩이나 오늘 주제도 못 정했는데. 어쩔 수 없이 어제 사온 책들을 뒤적이기 시작한다.


제일 먼저 세계적인 아이디어 제국 IDEO의 대표이자 디자인 씽킹 개념을 만든 '팀 브라운'의 'change by Design, 디자인에 집중하라'라는 책을 꺼냈는데 재미없다. 이건 마치 '린 스타트업'의 개념을 제일 먼저 주창한 에릭 리스의 'Lean Startup' 만큼 재미없다. ㅋㅋ 창시자들의 책들은 왜 이리 딱딱하고 재미없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좀 더 해설서에 가까운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다니엘 링(Daniel Ling)'이 쓴 '디자인 씽킹 가이드북'은 비교적 개념을 쉽게 설명해 주고 있어 읽기 수월하다. 이 책을 통해 '디자인 씽킹'의 개념을 좀 더 적립해 갈 수 있었다. 물론 전편에서도 썼지만 초반 10편까지의 글의 수준은 낮을 것이다.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시라. 그렇다고 지나친 걱정이나 무시도 사양하겠다. 난 차츰 차츰 성장해 갈거다. 그래도 난 비교적 빨리 배우는 사람(Fast Learner) 축에 든다.


좀 있다 퇴사학교를 만든 장수한이가 찾아왔다. 이 후배도 멋진 놈이다. 삼성전자 나와서 퇴사를 고민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퇴사 준비 및 미래 설계를 가르치는 학교를 만든 것이니. 아무도 안하니 큰 빈틈(Niche)이 있었고 없는 영역에서 자신이 첫 발을 내딛으니 곧 창시자가 된 것이고. 더우기, 그 카테고리에선 최고 전문가/권위자가 된 셈이다. 장수한에게 도움이 될만한 친구 한명을 소개시켜 주고 우린 다시 헤어졌다.


617호 내 방으로 돌아왔다. 주말에 본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 중 'Who Am I?' 노래가 생각난다. 장발장은 자베르에게 내가 예전 죄수 번호 '24601' 이라고 외치고 자기 대신 잡힌 죄수를 풀어주라고 한다. 난 누구인가? 난 617이다. 아 이 좁은 방. 환기도 되지 않은 어두운 방. 아 이러니 죄수 같잖아? ㅋㅋ 그래도 내 현실을 617로 정의하니 속은 편하다. ㅎㅎ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 책을 핀다. 양은우가 쓴 '관찰의 기술'과 '에이미 허먼, Amy E. Herman'이 쓴 '우아한 관찰주의자(Visual Intelligence)'를 읽는다. 양은우는 '보려고 하는 순간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고 강조한다. 에이미 허먼은 '보는 것'과 '관찰'의 차이를 명료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그는 "흔히 두 용어를 혼용하지만 '보는 것'은 이미지를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기록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는 반면, '관찰'은 똑 같은 것을 보면서도 의식적이고 신중하고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기록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우린 많은 것을 그저 보고 스쳐 지나간다. 그런데 그것을 관찰의 모드로 바라보면 다른 것이 보일 수 있다. 왜냐면 관찰에는 우리의 관심이, 우리의 의지가, 차이를 발견하려는 노력이, 핵심을 포착할 수 있는 관점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 관찰이 있어야 좀 더 많은 사업기회가 눈에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나도 하나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 관찰도 학습될 수 있고, 관찰력을 키우는 스킬도 많이 있다. 앞으로 하나 하나 풀어나가 보겠다.


2017.12.15. 0:57분 양재동 집에서 홀로 쓰다.


#관찰 #디자인씽킹 #창업 #린스타트업 #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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