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왜 디자이너처럼 생각해야 할까?
왜 디자이너처럼 생각해야 할까? 답은 명확하다 관리자처럼 생각하면(발상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관리자는 자신의 관리 모드 입장에서 생각하며, 그렇다 보니 고객에 대한 공감능력도 떨어지고 제대로 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떨어지게 된다.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디자이너처럼 생각해야 한다. 그럼 우선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디자인씽킹, 경영을 바꾸다(진 린드카, 팀 오길비 저)'를 보면 디자인은 공감능력(Empathy), 즉 디자인하려는 대상에 대한 공감과 이해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자신의 입장보다는 감정이입을 통해 고객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 애플의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는 스티븐 프라이와의 타임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우리는 인간이다. 우리의 첫 번째 반응은 계산에 의해서가 아니라 느낌에 의해서 지배된다. 아이브와 그의 팀이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던 사실은 매일 몇 시간씩 자신의 주머니에 넣거나 손에 쥐고 다니는 물건을 가졌다면, 그 물건과의 관계는 매우 깊고, 인간적이고, 감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매일 만지는 스마트폰도 애플이 만들면 인간적인 관계가 되는 듯하다. 그래서 설명서도 없는지 모르고, 쓰다 보면 기능을 저절로 알아가기도 하고 보다 직관적인 거겠지.
관리자처럼 생각하는 것을 비즈니스적 사고(Business Thinking)라 칭할 수 있다. 비즈니스 씽킹은 합리성과 객관성을 토대로 하는 반면, 디자인씽킹은 주관적 경험과 직관을 토대로 한다. 이 둘은 마치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서로 다른 행성에서 온 것처럼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과 같은 큰 차이가 있다.
디자인씽킹 개념이 2005년 스탠포드대학에서 엔지니어 대상으로 디자인씽킹 개념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부터 보편화되었지만 사실 훨씬 이전 토마스 에디슨, 스티브 잡스, 모리타 아키오(소니)와 같은 위대한 기업가들의 경영에서 이미 사용되던 개념이었다. 단지 디자인씽킹이라 불리지 않았을 뿐이지.
일찍이 스티브 잡스는 비즈니스 씽킹(그의 표현에 의하면 서구의 이성적인 사고)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직관'에 대해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인도에 갔을 때보다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 훨씬 더 커다란 문화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인도 사람들은 우리와 달리 지력(Intellect)을 사용하지 않지요. 그 대신 그들은 직관력(Intuition)을 사용합니다. (중략) 제가 보기에 직관에는 대단히 강력한 힘이 있으며 지력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이 깨달음은 제가 일하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서구에서 중시하는 이성적인 사고는 인간의 본연적인 특성이 아닙니다. 그것은 후천적으로 학습하는 것이며 서구 문명이 이루어 낸 훌륭한 성취이기도 합니다. 인도 사람들은 이성적인 사고를 학습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다른 무언가를 터득했는데,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이성 못지않게 가치가 있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그것이 바로 직관과 경험적 지혜의 힘입니다. 인도에서 7개월을 보내고 돌아온 후 저는 서구 사회의 광기와 이성적 사고가 지닌 한계를 목격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마음이 불안하고 산란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것을 잠재우려 애쓰면 더욱더 산란해질 뿐이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마음속 불안의 파도는 점차 잦아들고, 그러면 보다 미묘한 무언가를 감지할 수 있는 여백이 생겨납니다. 바로 이때 우리의 직관이 깨어나기 시작하고 세상을 좀 더 명료하게 바라보며 현재에 보다 충실하게 됩니다."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 전기 92~93쪽 인용)
멋지지 않은가? 스티브 잡스는 이런 직관과 경험적 지혜의 힘을 믿었기에 모든 제품에서 미니멀리즘을 구체화시켜 나갔고, 이런 개념적 바탕이 있었기에 조니 아이브를 발탁한 것이고 결론적으로 애플의 혁신적인 디자인 제품/서비스가 나왔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디자인씽킹을 얘기할 때 더불어 마인드셋을 강조하는지도 모르지.
오늘 글은 참으로 두서없다. 거의 책 요약하는 수준이다. 자책이다. 그렇지만 연재를 시작하면서도 밝힌 바 있듯이 이번 연재는 나도 배워가는 과정이다. 매번 내 얘기를 바탕으로 사례를 들며 재밌게 글을 쓸 수 없는 점도 이해해 주시라.
이걸 공감 못한다면 이 글을 읽는 당신은 공감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공감능력이 디자인씽킹의 시작인데 말이다.
2017.12.19. 오후 11:51 양재동 집에서 쓰다.
#비즈니스씽킹 #스티브잡스 #직관 #조니아이브